no.5 웹에서 보기 Essay 01. 대화가 필요해 딱히 찾아보는 것은 아닌데, 꽤 자주, 채널을 돌리다 잠깐 보게 되는 방송이 있다. ‘다수의 수다’. JTBC에서 하는 방송인데 말했다시피 찾아보는 방송도 아니고 채널을 돌리다 정말 ‘잠깐’ 보는 방송이다. 이번 주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잠깐 봤다. 라디오 DJ 편이었다. 배철수 때문이었다. 마침 싸이와 BTS가 빌보드에 처음 올랐던 기억을 얘기하던 중이었는데 사실 호기심을 자극한 수다는 그 다음이었다. 이금희가 말문을 뗐던 것 같다. 과거와 지금의 라디오 청취 습관이 다르다는 얘기었다. 과거에는 카세트테이프, CD, LP를 구매해야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듣기 위해 들었다면 지금의 청취자는 대화(혹은 관계)가 필요해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그는 less Talk more music에서 more Talk less music으로의 변화라고 했다. 사람들이 진짜 대화를 필요해 한다고? 코로나19로 일상의 변화를 얘기할 때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이 관계에 대한 것이다. 비대면의 일상이 대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이후의 시대는 오히려 대면이 활발해질 것이다 같은 얘기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글쎄?’ 언제나 의문이 남는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대화를 하는 것인지 우리는 전혀 배우지 않는다.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한 무리에 넣어두면 알아서 관계를 맺고 어떻게든 대화를 했다. 관계와 대화는 노력 없이도 그냥 얻어지는 공기 같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맞다. 공기 같은 것이다. 있을 때는 당연한 듯 존재조차 신경 쓰이지 않던 것이 부족해지면 무엇보다 신경 쓰인다. (사실 공기는 신경 쓰이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긴 하다.) 관계와 대화는 언제나 노력 없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그 부족함이 느껴질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부딪히고 겪으면서 다시 쌓으면 되지만,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지점은 대안(대체) 적인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결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 만족해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인간과 연결을 실제로 시도하기에는 너무 두렵고 다르게 관계 맺기를 시도할 정도로 (아니면 솔직히 말하면, 관계 맺기를 자체를 처음 시작할 정도로) 불행하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가 불행하고 외롭다는 것을 알기 시작할 만큼 불행하지는 않은 것이다.” p.171 <문명과 혐오>, 데릭 젝슨 지음, 2020 사람을 직접 만나 관계를 맺고 대화를 할 만큼 불행하지는 않다. (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 두지 않는다.) 직접 만나 대화를 하지 않아도 more Talk를 한다는 라디오를 통해 잠깐 대화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예능에서 신나게 노는 방송인을 보면서 잠깐 친구들과 신나게 논 것 같은 기분만 느끼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간다. VLOG 같은 개인 방송을 보면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는 듯 한 사적인 기분까지 대체할 수 있다. SNS의 팔로우가, 좋아요가 친구의 관심을 대체한다. 방송과 OTT 거기에 유튜브까지 관계의 갈증을 느끼도록 쉬이 두지 않는다. 거기다 최근 메타버스라는 ‘반드시 현실 세계를 잊게 해줄 만한 가상세계를 만들어 주겠어’라는 듯 현실을 대체하려고 참 열심히다. ( 그냥 현실에서 만나고, 보고, 경험하면 될 것을 ) 그럴수록 대화는 줄어든다. 대화가 줄어드니 생각하는 기능 또한 줄어든다. 기껏 대화라고 해봤자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공유되는 것이 아닌 남 얘기가 주를 이룬다. ‘XXX가 그랬데’ ‘xxx가 그러던데’ ‘xxx는 뭐래?’ 몇 시간을 대화했지만 함께 있던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 알려주는 대화는 없다. 그가 들은 것과 내가 들은 것을 조합하다 결론 없이 끝이 난다. 가족들과의 대화는 좀 나을까, 언제나 짜여진 스크립트를 읊듯 한 대화가 오간다, 회사는? 결혼은? 아이는? 둘째는? 애 학교는? 어디서 집단 교육이라도 받은 듯한 질문으로 누구도 관심 없는 말이 오간다. (대부분 관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어디서 주어들은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모든 관계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닌 다양한 관계도 분명히 있다. 어떤 비율이 더 높을까. 남들이 어떠하든 내 주변에는 대화 많은 관계가 더 많기를 희망해 본다. 사람들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듯 ‘다양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듯하지만 현실에서 시도해 볼지 가상세계에서 맛만 볼지 알 수 없다. 어디가 됐든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부딪히고 드러나며 남이야 어떻든 각자 자신의 관점으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대화와 관계 부족으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고립감과 분노에 빠진 사람들’과 그들을 선동하는 꾼이 판치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린 좀 더 사람 냄새나는 대화가 필요하다. from.형진c Essay 02.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데?? 하루살이처럼
살았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술을 마시고, 남자들과 실컷 뒹굴며, 갑자기 아주 긴 해외 여행을 떠나고 돈을 펑펑 쓰며!! 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보통에서 살짝 미친 정도로만 살았다. 초등학생때는 겁이 많았고, 중 고등학생일때는 얼굴로 학교에서 짱 먹은 언니와 남동생 틈에서 나는 부모님의 정신 건강을 위해 정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살아야 했다. 물론, 성인이 된 후 제일 부모님의 마음을 으깨버린건 다름 아닌 나였지만.
어쨌든 하루살이처럼 살았다는 건 사실이다.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20대 초반에 마주한 뒤 나 역시도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내 주변인들에게도 그 생각을 주입시키며 살았다. 내가 받았던 갑작스럽고 감당해내기 어려웠던 그 충격을 내가 아끼는 사람들은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상하게 납득되는(나 혼자만) 논리로 주변인들을 괴롭혔다. "야, 씨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하루 열심히 살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소소 산책이나 더 빡세게 열심히 하고 소담이랑 격렬하고 재미있게 사냥놀이 하면서 살란다. 투자는 무슨. 투자 할 돈 있으면 소소랑 수영장이나 한 번 더 가고 뚱뚱한 소담이 캣휠이나 사 줄거야." 이런 삶이 싫지도 않았고, 두렵지도 않았다. (실제 돈 관리를 형진c가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궁핍한 재정상태를 적나라하게 파악하기보단 아주 희뿌옇게 멀찌감치 서 팔짱을 끼고 방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다음 달 생활관의 월세를 내지 못하거나,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며 걱정에 걱정을 곱하기 보다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지출을 줄일 생각보다는 어디서 어떤 알바를 해야 이만큼의 금액을 메꿀 수 있나 생각했다.
나는 모든 일을 잘 하고(돈 모으는 일 빼고), 사람들과도 무난하게 잘 지내니 어디서든 일자리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남의 일 진짜 잘함. 책임감은 이미 일론 머스크랑 같이 우주에 가 있는 정도임.)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했다는데, 나 곧 죽나?? 그렇다.
내가 변했다.
낭비라는
단어를 문신처럼 새기고 살던 서정민이 바뀌었다.
언제부터? 2022년부터! 어쩌면 내가 계속 쓰는 이 글들이 나의 변곡점 위에 있고, 이 글을 읽는 나의 이웃들이 나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체감해 주는 인간 탈바꿈 프로젝트의 증인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레터에 계속 from.정민s 화병꽂이 no.05 2월의 첫 날에는 눈이 많이 내렸는데, 다들 눈 내리는 사진 많이 찍으셨나요? 저는 소소와 함께 산책하며 사진첩의 한 페이지를 모두 채워 넣었어요.
눈이 많이 내렸던 설날, 엄마가 맛있는 음식들 가득 차려 놓았을 밥상에 대한 보답으로 엄마가 싫어하는(???) 하얀색 꽃을 포장하고, 그게 또 예뻐서 생활화의 2월 첫 화병꽂이는 하얀색 알스트로메리아 세 송이로 완성 했어요.알스트로메리아의
수명은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와 동급이에요. 정말로 수명이 긴데, 컬러도 다양하고 우아하기까지!!
아마도 다음주의 꽃을 찍을때까지 알스트로메리아는 잘 버텨주고 있을거라 생각되요 :)
단단했던
라넌큘러스 봉우리들은 활짝 핀 것 말고는 거의 변한 게 없었어요. 온시디움을 조금 덜어내고, 1월 첫주에 샀던 (조화인게 틀림없는) 버터플라이 라넌큘러스를 다시 섞어서 완성했더니 환타 오렌지와 파인애플맛이 생각나는 느낌이에요. :)
그럼, 저는 환타 마시러 갈게요! 다음주에
또 만나요!! 생활책 대화는 중요하다. 대화에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야 하고 적절한 질문을 생각해낼 머리도 필요하다. 거기다 대화는 쌍방향이기 때문에 그 호기심과 질문과 생각이 나 뿐아닌 서로 쌍을 이뤄야 한다. 그 쌍이 둘이 넘어간다면 좀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런 (꽤 복잡하고 생활 필수적인) 대화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잘 깨우쳐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점점 시도보다는 꾹 다문 입으로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대화는 사적일 경우가 많아 다들 어떻게 대화를 하고 있는 지 알기란 쉽지 않다. 기껏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소설에서 대화를 하는 것을 접하지만, 그건 비일상적일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족끼리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으로 좀 더 깊은 (사회적) 대화까지 향하기를 바라며 두 책을 추천한다. <어떻게든 대화한다> (나카야마 준지 지음, 시와서출판 펴냄, 2018)
부제: 유쾌하고 진지한 가족 소통 보고서 “
딸: 효도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뭘 어떻게 해야 기뻐하실지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 너라면 어떻게 효도를 하고 싶니? 돈 문제는 전혀 상관하지 말고.
(중략)
딸: 할아버지는 어떤 선물을 받으면 기쁘실 것 같아요?
할아버지: 뭐든 기쁘지. 근데 그런 건 너무 신경 안써도 된단다.
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자식이나 손녀가 주는 선물이면 뭐든 다 기뻐. 설령 내가 전혀 관심 없는 물건이라도 상관없어. (중략)
딸: 그런 거 할아버지는 재미없죠?
할아버지: 그게 그렇지 않아. 나이가 들면 흥미가 생기는 것들이 아무래도 줄어들기 마련이라. 자기 머리로만 판단하면 틀에 박힌 것만 생각하게 돼. 젊은이들이 뭘 좋아하는 지 알려주면 그게 자극이 되고 재미도 있지. 내가 갖고 싶은 걸 누가 선물해주면 기분은 좋지만, 놀라움은 없어.
“p.246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점점 멀어지는 딸과의 관계와 대화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 “딸이랑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누구에게 묻고 싶어도 대부분 ‘엄마들 커뮤니티’뿐이라 방법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아빠 나 고백받았어” 감성적인 엄마보다 이성적인 아빠에게 고민 상담을 해 온 이 기회를 시작으로 90일간, 매주 토요일 7시 대화를 하는 자리를 갖는다. 연애부터 꿈, 우정, 후회, 삶의 의미 거기에 엄마와 할아버지까지 동참해 조상,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그들이 대화는 칼럼으로 쓰여 큰 인기를 모았다고 하니 그처럼 어떻게 사춘기 딸과(가족과) 대화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아빠는 그뿐은 아니었나 보다. 사실 사춘기 딸과의 대화보다는 ‘가족끼리 어떻게 대화를 하는 걸까’에 대한 한가지 방법을 안내한다. 함께 사는 가족 중 대화가 가능한 가족은 정민s뿐이라 이런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지만 혹시 가족이 더 늘어 대화가 가능한 시기가 된다면 이런 대화 때문에 돌아가고 싶은 집이 되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대화가 부족한 가족이라면 이 책이 대화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자녀는 어떻게 부모에게 다가가야 할지, 부모는 자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그 기회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질문 빈곤 사회>
( 강남순 지음, 행성B 펴냄, 2021)
부제: 나는 질문한다, 고로 존재한다 “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란 철학적 사유를 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철학적 사유란 질문하기로부터 시작되며, 좋은 질문은 우리의 호기심을 흔들어 깨우면서 보다 나은 나의 살,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방식을 모색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한다. 이 점에서 ‘올바른 질문’을 묻는 법을 학습하고 연습하고, 실천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살아있음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p.11 어떻게 하면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질문이 빈곤한 사회가 어떻게 세상을 망쳐가는지에 대한 책도 아니다. 미국의 한 신학대학원에서 현대 철학, 종교 담론을 가르친다는 저자 강남순 교수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각이 담긴 글이다. 칼럼 연제를 묶어 놓은 듯한 책이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담론을 여럿 던진다. 그것의 옳고 그름은 읽는 독자의 몫이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생각을 해본다. 지금까지는 개인적 감동으로 끝나는 것보다 읽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화하고 싶은 책이 가장 좋은 책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꽤 좋은 책이다. 읽어 보자 그리고 대화를 해보자. |
마을상점생활관의 두 호스트의 생활의 관점을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