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십네번째 | 114th
드디어 반바지를 꺼내입었던 벚꽃 만개한 한 주, 우리 생활의 관점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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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 나의 완벽한 자유>
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리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침대에서 일어난다. 의미 없지만 계속 하지 않으면 화장실에서 찝집한 기분으로 나오는 느낌인 침구 정리를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실 준비를 한다. 전기 포트에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선착순으로 쓰다듬는다. 미라클모닝을 시작하고 난 뒤 가장 큰 수확은 고양이들과 생체리듬이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전기포트 안에서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면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진다.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탄 같은 것이니까. 40대로 접어들면서 아침에 건강을 챙길 겸 생강차나 레몬수를 무수히 많이 시도했었다.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나의 기분권이 침해당한 느낌이었다. 새벽의 기분권은 절대 지켜줘야 하는 나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같은 것이라 그냥 살던대로, 십년 넘게 하던 짓 그대로, 위를 망치는 일을 하기로 택했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며 마시는 커피는 내게 그런 것이다.
’나 제법 멋진데?‘
라는 생각을 깊이 심어주는 장치다.
커피를 마시며 (아무도 읽지 않는)글을 쓰고, 창문만 커다랗게 있는 아주 작은 방으로 들어가 요가매트를 펼친다. 다른 사람의 수업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이제 혼자서 1시간 수련을 할 수 있게 되고 나니 스스로 몸의 상태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요가 수련을 하며 언제나 자유롭고 싶었는데, 이렇게 자유로운 순간이 찾아오다니, 꿈 같지만 꿈 아니고 현실이다. 나와 나의 스승과 도반들이 함께 만들어준 지극히 현실세계의 자유.
자유를 찾은 건 요가수련에서 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개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잡았다, 요놈! 미라클모닝을 꾸역꾸역 이어갔던 이유도 결국엔 자유를 찾고 싶어서였다. 몸에 익은 행동들을 천천히 해도 괜찮은 나만의 시간을 쟁취해 낸 것이다.
나는 쟁취한 시간으로 한국어만큼 잘 하고 싶은 영어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매일 30분씩 영국에 사는 튜터와 시덥지 않은 대화를 하기도 하고, 주제를 갖고 토론(비스꾸무리한)을 하기도 한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 하는 것과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병행하면 괜시리 내가 논리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나 제법 멋지잖아?!’
역시, 자기애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어!
자기애를 두둑하게 저금하고 나면 해가 뜬다. 겨울이라 늦게 뜨는 해가 나는 늘 반갑다. 어둠 속에서 하는 나의 새벽의 움직임들을 더 깊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서, 나는 그래서 해 뜨기 전 새벽이 너무 좋다.
해가 떴다. 나의 누렁이도 눈을 떴다. 이제 만끽했던 자유는 잠깐 넣어두자. 누렁이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새벽에 생각하지 않고 몸을 스스로 움직이는 것과 다르지 않게 나와 나의 개는 익숙하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고 천천히 공원을 걷고 함께 아침을 먹는다. 정말로 함께 먹는다. 내가 사과와 바나나를 한개를 온전히 다 먹어본 기억이 흐릿하다. 이 녀석과 가족이 된 이후로 포도를 제외한 모든 과일을 나눠 먹었다(고 말하고 빼앗겼다고 쓴다)
누렁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시작으로 넣어두었던 자유는 거의 잠금장치를 단단히 해 둔 금고행이 된다. 자영업자에게 자유란 허울 좋은 단어일 뿐이니까. 자유와 구속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돈을 번다. 웃음을 팔기도 하고, 친절도 판다. 종종 고민 상담도 해주고, 희망찬 미래 얘기도 들어준다. 같이 고민했다 같이 설레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린다. 잡았다고 생각한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나에겐 잡고 싶은 시간 따로, 빨리 흘렀으면 하는 시간 따로 존재한다. 마치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듯이.
퇴근이다. 자유일 것 같지만 다시 누렁이와 함께 걷는다. 걸으면서 하루를 영상 되감기를 하듯 돌려보기도 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마구잡이로 떠올려 보기도 한다. 대부분은 누렁이의 걸음걸이를 보고, 뭘 주워 먹지 않는지 신경쓰는데 시간을 할애하지만 아주 가끔 건설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나이 든 누렁이가 걷기를 포기할 때 쯤 집으로 돌아와 고양이들을 다시 극진히 모신다. 뚱뚱하고, 사랑스럽고, 미쳐있는 고양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새벽에 만나 인사할 때 처럼 쓰다듬는다. 적당히 즐긴 고양이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나 역시 소파에 기대어 위스키 한 잔을 홀짝인다. 리모컨으로 계속 화면을 조정한다. 고르고 고르지만 보고 싶은 건 없다. 결국 위스키를 소주처럼 원샷을 하고 침대로 향한다. 새벽에 정리한 침구는 고양이들의 숨숨집이 되어 더 이상 그 모습이 아니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냥 누우면 된다. 누울 수 있는 침대가 있고, 좋아하는 책이 곁에 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 독서를 위한 독서가 아닌, 잠들기 위한 독서를 10분 정도 하고 그대로 책을 덮고 몸을 옆으로 뉘어 잘 준비를 한다. 누렁이가 옆에 있어서 킹 사이즈의 침대가 좁지만 그래도 좋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내가 쟁취한 그 자유를 맛볼 수 있으니까.
자유와 구속 사이를 오가는 나의 하루.
나쁘지 않다.
**이 글은 제가 그리는 완벽한 하루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현재의 생활 패턴과 함께 만들어 낸 자전적 소설(형진은 SF수준이라고 하더군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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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1
생활북클럽: 419, 10주기 1/2
신청이 얼마 없어, 역시 4월 볕좋은 저녁에 책을 읽는 모임을 더군다나 괜히 외면하고 싶은 회피하고 싶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다들 부담스러워 하는 건가 싶었다. 진행이 얼마 남지 않아 하나 둘 신청이 들어왔고, 416, 10주기를 맞아 10개의 공간에서의 10개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셋이 더해 9명이 자리에 모였다. "기레기라고 욕하는 것은 너무 쉽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욕한다는 것은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저 감정의 해소만 조금 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누군가를 욕먹을 만한 것으로 대상화하면서 마치 자신은 더 낫다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주는 정도일지 모른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에 미디어와 사회에 대한 관점이 변했는지 10년간 우리는 어떤 공동의 선을 만들고 있는지 대화를 하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아무래도 416, 10주기라는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아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무거웠다.
김인정 기자의 책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참사의 이야기만 담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미디어 관점에서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고민이 담긴 책이었다. 기레기라 쉽게 욕먹는 그들의 고민을 엿보면서 사회에서 우리는 이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하는지 고민했다. 번화가의 거리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장면을 보면 쉽게 우리는 지나치지 못 한다. '뭔데? 무슨일인데!' 궁금해하며 그 주변을 기웃거린다. 우리는 왜 이런 고통의 장면을 쉽게 지나치자 못 할까? 1029 이태원참사때 실시간으로 중계된 그 참혹한 장면을 찾아보는 마음의 기저에는 어떤 것이 심어져 있는 걸까? 우리는 이 얘기를 꽤나 오래했다. 그렇다고 그 심연의 무언가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떤 소란스러운 고통을 마주할 때 지금 이 고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도 생각하는 정도면 지금의 선에서는 충분할 듯 하다. 분명 또 예상 못 한 큰 사건은 발생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장면을 우리는 목도해야할 것이다. 416 이 후 10년간 그 고통을 마주하는 우리의 공동 선은 어디까지 달라져있을까? 1029의 10년 후 또 우리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어디서 주어들어 담아 놓은 말이 있다. E.H.Carr 가 했다고 알고 있는데 " 역사는 발전하고 진보한다. 다만 지금 당신이 생각한 진보와는 다를 수 있다." 정확하지 않지만 담아 둔 것 이유는 더 나은 세상이란 것은 종점에 다달았을 때 각자의 생각은 모두가 다를 것이다. 1029의 10년 후, 416의 20년 후의 세상은 분명 더 나아졌을 것이란 믿음은 있다. 다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세상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너그러워 질 수 있을지 모른다.
2주 뒤에는 김초롱 작가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를 통해 그 날의 기억과 416, 10주년을 교차편집해서 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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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2
생활중고: (아프리카 난민을 위한) 글로벌마켓 중고 기부
글로벌청소년센터를 통해서 알게된 아프리카에서 온 이웃들이 있다. 생활관에서 종종 프로그램으로 초대를 하기도 했고, 글로벌마켓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여럿이 들려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결국,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기보다는 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중고물건을 기부 받아 나누는 장소로 이용하는 듯 했다. 장소가 와동 주택가라 그런 방법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기부로 모아 놓는 물건을 잔뜩 가져다 줬다. 15봉지를 꽉꽉채웠는데 쓸만한 것이 많을지 모르겠다. 언제나 가져다 주면서도 괜한 것을 모아 가져다 주나 걱정이 앞선다. 아무튼 이제는 꽤나 친근해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뮤리엘이 반겼다. 중고물건을 잔뜩 함께 옮기고 나서 갑자기 "무슈초이 보여줄 것 있어요."라며 나를 불렀다.
올 해 초에 첫 째 아들과 함께 생활관에 들렸는데 나보다도 키가 커서 잠깐 놀랬다. 그의 아들 이름은 제레미 였는데, 원곡고등학교에서 육상선수로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 때 "언제 달리기 모임 만들어서 초대하면 우리 잘 달리는 방법 알려줄 수 있어?"라고 물었던 터였다. 뮤리엘이 보여준 것은 제레미가 전국체전 릴레이에서 1위를 하는 영상이었다. 그러면서 "비웨싸 알아요?" 물었다. 조나단 같은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유튜버인가 싶었는데 비웨싸도 꽤나 유명한 달리기 선수고 지금 안산시청 소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여준 건 언더아머 광고였는데, 원곡고라는 네임텍이 달린 광고가 신선했다. 아마도 요즘 한국에서 꽤나 핫한 육상선수인 듯 했다. 친한 언니의 아들이라며 소개해줄 수 있다고 했다. 런닝클럽을 빨리 만들어 봐야하려나. 핫한 육상선수들이 주변이 이렇게 있는 줄 몰랐다. 자주 만나 생활관의 다양한 이웃들과도 더 친하게 지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행사로 초대하는 것 외에는 그들과 함께 어울릴 방법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들과 "알라 프로쉔 À la prochaine. (다음에 또 만나요)" 불어로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그들과 어떤 프로그램을 하면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아래 비웨싸의 광고를 전합니다. 언젠가 생활관에 비웨싸도, 제레미도 초대해서 함께 달려보아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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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생활글쓰기클럽 2기 1/4
사진을 찍지 못 했다. 그래서 CCTV에서 한 컷 뽑아와봤다. 드디어 지난해에 딱 한 기수를 진행했던 글쓰기클럽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5월에 시작을 했는데 기대보다 더 좋았던 클럽이라 계속하려고 했지만 바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글쓰기창작소]라는 지원사업이 되는 바람에, 한수희 작가님과 정명섭 작가님이 각각 진행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워크숍으로 다르게 진행을 해서 더이상 진행을 하지 못 했다. 유명한 작가님과의 글쓰기 클럽은 분명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한 해 지켜본 바로는 그 외로 그냥 우리끼리 아무렇게나 막 쓰면서 서로의 관점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다른 방식으로의 큰 도움이 되는 듯 했다. 2주간 한 개의 글과 그 글을 퇴고한 또 한 개의 글을 써보기로 했다. 첫번째 자리 전에 단톡방에 각자 한 개의 글을 올렸다. 주제는 <나의 완벽한 하루>. 누군가는 자신이 그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하루를 썼고, 누구는 과거에 있었던 여행의 순간을 적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완벽한 하루란 뭘까'를 생각하는 글을 담았다. 2시간 동안 그 '완벽한 하루'란 뭘까에 대해서 꽤 길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서로의 글에 대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슬쩍 건내며 각자의 글을 되돌아 봤다. 역시 글을 쓰고 만나 하는 대화는 불순물이 적다. 점 점 순도 높은 대화를 즐길 예정이다. 다음 글의 주제는 < 계절 + 사람 >이다. 산책을 할 때마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을 한다. 마치 원고청탁이라도 들어온 것 마냥. 이 느낌 나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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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월간독서 4월: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책을 선정할 때만 해도 4월 3일 다음날 이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의미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하지 못 했다. 제주4.3에 관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생활관이 닫은 목요일 오전에 함께 대화를 나눴다.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굉장히 정제된 순도 높은 '작품'을 읽는 느낌이었다. 한강 작가가 쓴 단어들을 읽으면서 이렇게도 글이란 걸 쓸 수 있구나 마치 빠른 리듬에 속사포 랩을 또박또박 하나하나 발음이 엇나감 없이 내뱉는 랩퍼의 랩을 듣는 것 같았다. 광주 518과 제주 43이 서로 만나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서로의 아픔을 서로만 슬쩍 알아챈 두 명의 친구가 다시 만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단순한 줄거리 속에 상징과 은유로 쌓은, 세밀하게 세공된 작지만 큰 어떤 조각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강의 소설은 <소년이 온다>만 읽어본 것 같은데 그냥 혼자 읽고 대화도 기록도 남겨놓지 않아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4월3일, 4월16일, 5월18일, 10월29일 참 볕 좋은 계절이었을 텐데, 설레는 계절이었을 텐데.
한강 작가가 제목으로 쓴 <작별하지 않는다>와 요즘 10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보이는 캠페인 [ 기억은 힘이 세지 ]가 겹쳐지며 외면하지 않고 한쪽 가슴에 품고 작별하지 않고 기억하며 생활하는 방식을 익히는 중인 것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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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6
생활[텃밭]클럽 5기: 공동텃밭 2/8
한대앞 역 공동텃밭 중에 127번과 151번을 생활[텃밭]클럽에서 운영 중이다. 옥상에서 작은 상자에 작물을 키웠던 초보 도시농들이 진짜 텃밭을 경험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농사는 언제나 이맘 때 시작이 가장 몸쓸 일이 많다. 옥상 때는 퇴비를 올리고 장비를 옮기는데 힘을 썼다면 이번에는 다른 차원의 몸을 쓰는 듯 했다. 보통은 생활관에 모여 시작을 하는데 이번 두번째 모임에서는 호스트만 생활관에 모여 장비를 챙기고 멤버들은 바로 텃밭에서 모였다. 이제 생활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진행이 되어 곁에서 보지는 못 하고 있다. 특히 4월까지는 주말에 생활관을 비울 수 없어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으로만 확인하고 있다. 사진 속에서는 여전히 왁자지껄 한 듯 하다. 곧 힘 쓸 일은 줄고, 함께 커가는 작물처럼 왁자지껄한 관계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올 해도 여전히 기대중이다. 생활[텃밭]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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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진
그냥 생활, 생각
:*생활글쓰기클럽 2기에서 쓴 글을 공유합니다.
완벽한 하루
사내는 이른 아침, 알람 없이 밖에서 들려오는 빗질 소리에 눈을 뜬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이를 닦고 수염을 정리한 뒤 보랏빛 식물 성장 촉진 조명아래 놓인 식물들에 하나씩 물을 주고 작업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 집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한 개 뽑아 차에 몸을 싣는다. 오래된 그 트럭을 몰고 가며 고심해 고른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90년대 팝을 배경 삼아 일본 시부야 구의 공공화장실청소부인 사내는 여럿 화장실로 출근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얼마 전에 본 빔밴더스 감독의 2023년 작 <PERFECT DAYS>의 주인공 히라야마의 반복된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에게 이 반복된 일상은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다. 그의 하루의 시작과 나의 하루의 시작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테니스 레슨을 가는 월/수/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알람 없이 하루를 시작한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책상에 앉아 전날 일기를 쓴다. 매일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거나 최근에는 내소사 범종소리를 유튜브에서 들으며 108번 절을 하는 것으로 몸을 깨운다. 영화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식물에 물을 주 듯, 반려견 소소와 산책을 한다. 오래된 트럭에서 음악을 들으며 미소 짓던 그의 하루의 시작을 나 또한 비슷하게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미소는 없다. 분명 완벽한 하루를 만들어 가자며 아침에 일기도/ 운동도 하루 하루 하고 있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번잡함이 틈틈이 스며든다. 영화 속 그 처럼 미소 지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지만 반복될수록 쉽지 않다. 영화와 현실은 다른 것일까?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오전 11시까지 약 7시간 글을 쓴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 시작한다. 약 한 시간이면 10km를 충분히 달리고 올 수 있다. 그리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다. 그러다 저녁 9시가 되면 잠을 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한 루틴이다. 오전 7시간 하루에 해야 할 모든 일을 마치고 오후를 맞이하는 그의 루틴은 완벽한 하루처럼 보였다. 언젠가 하루키가 이런 루틴을 갖게 된 건 친구가 별로 없어서였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딱히 업계에 많은 관계를 갖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라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혼자서 그 루틴을 만들어 가기에 충분했다는 얘기였다. 그러고 보면 영화에서 히라야마도 딱히 관계가 없다. 그에게 다가오는 몇몇 관계로 인한 사건이 있지만 그는 시종일관 적당한 거리를 둔다. 완벽한 하루란 어떤 관계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성벽 같은 것일까, 단단하게 쌓아 올린 그 성에서 자족한 생활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 만이 그 완벽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언제 즐거웠던가를 생각해 보면 혼자서 보다는 누군가와의 화학 작용으로 즐거웠던 것이 많았다. 연인이, 친구가 혹은 의외의 관계로 인해 발생되는 반짝이고 기대 못 한 새로운 상태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완벽한 하루라는 말은 완벽하게 즐거운 하루는 아닐지 모른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관계 속에서 버라이어티 하게 벌어지는 상황 정도가 완벽하게 즐거웠던 하루였으니, 그 하루는 가늠할 수 없다. 예상한 만큼의 유머는 웃기지 않은 것처럼. 그저 완벽한 하루라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자족할 수 있는 상태를 하루하루 지키며 살아가는 어떤 하루들 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히라야마처럼 소설가 하루키처럼 완벽한 하루를 습관처럼 만드는 그들도 딱히 즐거운 상태는 아닐지 모른다. 그저 나쁘지 않은 하루를 만들지 않기 위한 하루가 완벽한 하루라고 볼 수 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조금의 번잡함이 종종 침범하는 속에서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가장 완벽한 하루들 일지 도 모르겠다. 정작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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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를 위한 우리의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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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워크숍 ] 이모티콘 만들기
: 이모티콘 작가 히소니가 알려주는 이모티콘 만들기 워크샵 A-Z
내가 그린 그림으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출시까지 도와주는 이모티콘 만들기의 모든 것,
다재다능한 우리의 이웃, 히소니 작가가 함께 도와드립니다.!!!
Q.이모티콘 워크숍에서 어떤걸 하나요?
워크샵은 4월 13일, 27일 격주로 2회 2시간씩 진행합니다. 첫 워크숍에서는 이모티콘을 출시할 수 있는 각각의 플랫폼에 대한 설명과(카카오톡,라인,네이버 밴드 등) 이모티콘을 만들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들은 무엇이 있는지, 작업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이모티콘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 이모티콘 출시 과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려드립니다. 첫번째 워크샵이 끝난 후 각자 자유롭게 저의 가이드에 맞춰서 작업해주시면 됩니다. 두번째 워크숍까지 지속적으로 피드백과 수정을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4월 27일 두번째 워크숍에서는 여태까지 한 결과물에 대해서 검토하고 피드백을 해드립니다. 여기서 끝내셔도 되고 제안하는 것까지 해보시고 싶은 분들께는 5월 한달간 온라인으로 피드백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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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3/ 4,27 토요일,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비용: 3만원 (회 당 1만5천원)
인원: 최대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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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북클럽 ] 새들의 모임 202404
:4월 부터는 GUEST가 아닌 멤버로 매 월 모집합니다.
1st: 《 노인과 바다 》 |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2nd: 《 싯다르타 》 | 헤르만 헤세 지음 & 영화 [인생] | 장이머우 감독
함께 고전을 탐구하고, 그것에 비추어 우리의 모습을 탐구하는 북클럽, [새들의 모임]의 4월 멤버를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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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주제 : [ 산다는 것 ]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은 내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있나요?
어쩌면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살고 있으며, 삶의 종착점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인간으로서의 한계 안에서 발버둥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내일 당장 나의 삶이 어떻게 될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관과 욕구에 따라 나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여 그것이 내가 사는 삶의 진정한 의미라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으로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건가요?
삶은 때론 기쁘지만 고통도 함께하지 않나요?
살아있기 때문에 우린 그저 사는 것인가요?
요즘의 말대로,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가요?
인간이 항상 행복할 수 없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반복되는 삶이라면 우리는 왜 삶을 살아야하죠?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면, 인간의 삶의 흐름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그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고전을 통해 그 편린을 엿보고 나의 삶을 비추어보고자 합니다.
from. Host 에밴
선정도서& 일시:
1st. <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 4.13 (토) 낮 3시
2nd: <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 영화 <인생> (장이머우) | 4.27 (토) 낮 3시
모집: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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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0일 수요일은 드디어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그깟 투표권’이라고 말하지 말자. ‘투표하는 날만 주권자’라는 냉소에 흔들리지 말자. 우리가 가진 것은 ‘그깟 투표권’이 전부다. 그것 말고는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관철할 평화적 수단이 없다. ' 라는 유시민 작가의 글 처럼 내가 바라는 어떤 의지를 담아 한 표를 꼭 행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냉소도 너무 큰 기대도 아닌, 이기고 지는 어떤 게임 구도로서도 아닌 내가 바라는 세상에 대한 의지를 다짐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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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오랜만에 남기는 글입니다. 형진님의 108배 소식에 반짝하고 머리에 불이 켜집니다. 이거 괜찮겠다. 가벼운(?) 운동도 되고 명상도 되는 일석이조가 아닌가!!! 절에서 보았던 비단같이 곱던 두툼한 방석을 어디서 구하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까지 넘어 갔습니다. 아, 4월에는 108배를 도전해 보자! :D
24. 4. 1. 오전 12:15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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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저의 이야기에 반짝하고 머리에 불이 켜졌다니, 덕분에 레터를 쓰는 효능감이 차올랐습니다. 지난 주에 총 5번의 108배를 했는데요. 눈을 감고, 코로만 숨을 쉬어가며 하는 것이 가장 좋더라고요. 괜히 절제하며 생활하는 어떤 수도자의 기분도 살짝 느껴지면서 왠지 하루를 맑게 잘 보낼 것만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108배를 한다고 하니, 배우 문소리도 배우 이희준도 매일 108배를 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알려주시더라고요. 달리기 테니스에 더해 루틴에 포함할 것이 하나 더 늘어 괜히 든든합니다. 언제 생활체력 클럽으로 180배도 해볼까봐요. 아무튼 괜찮은 두툼한 방석 찾아 하루 하루 더 나은 생활하시길 빌게요.
* 참고로 저희는 쿠팡에서 '만덕몰 목화솜 108배 절방석'이란 상품명의 제품을 샀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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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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