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열여섯번째 | 116th
벌써 여름인가 싶었던 한 주, 우리 생활의 관점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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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산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생활관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by 정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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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일요일
원래대로라면 형진 혼자 운영하는 일요일이지만, 지도자과정 중 꿀같은 방학날이라 함께 오픈을 했다. 형진은 실은 나보다 먼저 오픈시간을 착각하고 온 소희씨를 맞이했다. 소희씨는 책을 사고 곧 생활관을 떠났다. 그리고 1시에 맞춰 오픈런을 해준 선하씨를 시작으로 싱그러운 손님들로 생활관은 채워졌다.
스페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선하씨는 새빨간 색의 상의를 입고 오셨는데, 그는 언제나 비비드한 컬러가 찰떡처럼 쫙쫙 달라붙는다. 그의 퍼스널컬러는 무엇일까? 내가 만난 사람 중 비비드 컬러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던가? 그는 생활관에 걸어오면서 애플크럼블 파이를 먹을 생각만 하며 걸어왔다고 했다. 다행히 어제 두둑하게 만들어 놓은 파이가 있었다. 파이는 하루가 지나야 맛있는데, 이렇게 좋은 타이밍이라니! 애플크럼블 파이와 또 찰떡은 커피인데 어쩐일인지 그는 히비스커스 차를 주문했다. 마침 입고 온 옷과 또 찰떡이라, 음식 페어링을 별로였어도 내 눈은 호강했다.
옥상에서 땀을 흘리고 온 정아씨, 성혁씨와 뽀미와 함께 온 정아씨, 주말이라 날씨가 좋아 걸어 온 정아씨. 모두 다 다른 이웃이다. 우리는 3명의 정아씨를 알고 있는데, 그 정아씨가 같은 날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다. 신기해!!
진성씨가 그의 딸 여운이와 함께 생활관으로 들어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꾸민 여운이는 더웠는지 성인이 마시는 양의 아이스 코코아를 아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셨다. 우유가 아닌 두유로 만드는 우리의 코코아는 호불호가 있는데, 내가 아는 작은 친구들 중에서 가장 생활관 코코아를 좋아한다. 여운이가 진성씨와 생활관에서 나갈 때 그들의 반려견, 줍이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했는데 아무래도 여운이는 아직까지 '안부'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생활관 소소의 사람 친구가 줍이 잘 지내는 지 궁금하다고 전해줘!" 라고 말해야겠다.
또 다른 작은 친구가 그의 엄마와 아빠와 누나까지 모두 생활관으로 들어왔다. 작은 친구의 이름은 하준이다. 금요일에도 만났던 하준이는 오늘 더욱 더 땀에 젖은 머리로 소소를 향해 돌진했다. 소소의 털을 쓰다듬으며 그는 말했다.
"어? 너 어제 보다 더 큰것 같다??" 나는 너무 귀엽고 웃겨서 소소가 아니라 어제보다 더 큰건 하준이 아니냐며 물었다.
하준이는 엊그제 내 손목의 타투를 보고 이건 뭐냐고 물었다. 타투를 이 작은 친구에게 뭐라 설명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내가 직접 찍은 거라고 했다. 잘 하고 싶어서, 지워지지 않게 찍었다고도 말해주고 싶었는데 너무 간 것 같아 입을 닫았다. (말 조심하고, 말 애껴라 나 자신아)
정아씨와 성혁씨가 중고로 맡긴 물건을 유심히 보던 손님이 수줍게 구매를 할 수 있는지 물으셨다. 그들이 맡긴 물건은 점퍼였는데 실은 정아씨가 며칠 전에 생활관에 입고 오셨을 때 마침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던 옷이었는데, 그 옷이 중고로 나와 있어서 너무 너무 좋다고 하셨다. 타이밍 뭐냐고!!! 유후!!!
오늘 낮에 형진과 나는 우리가 생활관을 6년째 운영하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쌓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무형의 얻은 것들로 우리가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서도, 확장이 되었는지 그러면서 깊이감은 생겼는지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졌지만 생활관을 채운 손님들을 보고 있자니 먹구름같았던 생각들이 잠깐 반짝거렸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더 밝은 거니까.
우리가 6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우선은 스스로를 위로해 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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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저만의 문제의식과 치열한 언어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눈부신 발돋움을 조명하고자 마련된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62명에 이르는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한국문학에 생기를 더했다.
올해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린 수상 작가는 김멜라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김지연 성해나 전지영이다. 이 상의 수상자로는 처음 이름을 올린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성해나 전지영 다섯 명의 등장이 반갑고, 작품세계를 경신하며 세번째로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김지연의 성취가 뜻깊다. 무엇보다 2021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다가 올해 마침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김멜라의 쾌거가 값지다. 우리 삶의 한 장면을 흥미진진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 일곱 편의 소설은 독자에게 밀도 높은 공감을 안길 뿐 아니라 독서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새봄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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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간 이후, 일본 최고 문제작이자 화제작으로 떠오른 장편소설 《정욕》. 최연소 남성 나오키상 수상 작가 아사이 료의 데뷔 10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성적 욕망을 뜻하는 ‘정욕(情慾)’, 마음속의 욕구를 다룬 ‘정욕(情欲)’이 아닌 ‘바른 욕망’이란 뜻의 ‘正欲’이란 한자를 제목으로 삼고 있다.
《정욕》은 ‘다양성 존중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과감하고도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다양성’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을 뒤엎는 파격적인 전개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정욕》은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2022년 서점 대상 4위 등 비평적 찬사는 물론, 2021년부터 현재까지 각종 도서 랭킹 상위에 오르며 일본 문학계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정욕》은 2023년 이나가키 고로, 아라가키 유이 주연 영화로 제작됐으며, 영화 또한 소설 못지않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제36회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 관객상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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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진
그냥 생활, 생각
식구 사회.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돌아가셨으니 당연히 얼굴도 모른다. 부모님 결혼 전에 이미 돌아가셨다니 점윤 씨에게도 남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엄마 저 왔어요" 그저 경희 씨만 산소에 어떤 의미가 있다. 그래도 가족이 뭐라고, 핏줄이 뭐라고 몇 년에 한 번씩 산소에 간다. 경희 씨를 제외하고 아무도 그 산소에 어떤 의미를 담지 못한다. 그저 남들도 하니까, 정도의 의미 아닐까 싶다. 어쩌면 점윤 씨에게는 이 핑계로 아들네 식구와 나들이 간다 정도의 의미일지 모르겠다. 노년이 무르익어 가면서 더 가족을 찾는다. 단출한 가족 구성원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산소는 김포에 있는데 꼭 갈 때마다 강화도를 가자고 한다. 이번에는 강화도에 있는 고려산의 진달래 군락지를 가자고 했다. 점윤 씨는 가자고 하면서 "얼마 안 걸어 뒷 산 정도야"라고 했는데 한 시간을 넘게 걸어도 군락지는 나오지 않았다. 몇 해 전에 갔다던 점윤 씨의 기억이 잘 못 됐거나, 그때와 다른 루트로 오른 듯했다. 왕복 세 시간을 걸려 들린 진달래 군락지는 화려하기만 했다. (단색의 화려함은 오히려 조금 무섭다.) 오랜만에 등산이었다. 정민은 요가로 전보다 호흡이 나아졌는지, 중간에 한 번 쉬며 심호흡을 한 것 빼고는 곧잘 따라 올라왔다. (COVID-19 이후로 천식이 다시 생겨 가쁜 호흡을 힘들어했었다.) 화려한 군락지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고 내려와 바닷물 빠진 갯벌만 펼쳐져 있는 바닷가 옆 횟집 창가에 앉아 오후 4시가 돼서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술 없이 회를 먹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일 년에 몇 회 만나는 가족 나들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인간과 비인간(야생동물)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먹는 행위에 대한 관점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동물은 사냥을 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배를 채울 만큼 먹고 남기고 가는 반면 인간은 사냥을 해서 부락(공동체)으로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동물 세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먹이를 획득한 자만 살아남았고, 인간은 약한 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어떻게 그 음식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 것인가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행위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인간에게는 식사라는 행위가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사회적, 문화적 행위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개인으로 살아가느냐 사회를 구성해 살아가느냐의 차이가 지금의 인간과 비인간(야생동물)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 것일지 모른다고 했다. 함께 밥을 먹는 것, 식구라는 것으로 시작된 사회적 행위가 인간의 종의 특성으로 자리 잡아 사회가 번성했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도 그 문화를 그대로 따르며 우리는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윤 씨가 낯 모를 할머니 산소를 핑계로 밥을 먹자고 한 것도 그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밥을 먹는 관계, 식구라서.
혼밥, 핵개인 이런 말은 이제 그 오래된 인간의 사회적 문화를 넘어 다른 차원으로 변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퇴행하는 것일까? 관계없이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이 진짜 편한 걸까? 터치 몇 번으로 배달돼 온 음식을 티비 앞에서 대화 없이 각자 먹는 행위도 함께 먹는 행위일까? 식탁에 함께 앉아 각자 모바일 화면만 보면서 먹는 것도 함께 밥을 먹는 행위일까? 작은 차이가 인간과 비인간(야생동물)으로 차이를 만들어 냈듯, 별 차이 아닌 듯 따로 또 같이 하는 식사의 모습이 우리 식구, 더 나아가 이 동네, 이 나라, 이 세계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낯 모르는 할머니의 산소 덕분에. 그 핑계로 단출한 네 명의 가족은 식구가 되어 옅게라도 더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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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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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북클럽 :
[월간독서 GUEST.] 202405
5월의 도서 : 《 정욕(正欲)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작가 김예지 그리고 번역가 해란이 제안해 진행하는 사적인 북클럽, [월간독서].
사적인 북클럽인만큼 책을 핑계로 다양한 대화를 하는 클럽입니다.
평일 오전의 생활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준비합니다.
지난 멤버끼리 투표로 정한 2023년 5월의 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작인가, 피하고 싶은 문제작인가?
2021년 출간 이후 영화화까지 일본 내에서 수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장편소설 《 정욕: 바른욕망 》으로 진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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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에는 소수자들이 등장한다. ‘다양성’이라는 한없이 근사해 보이는 단어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그런 소수자들. 상상하지도 못하고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소수자들에게 우리는 둔감하고 무례할 수밖에 없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정욕》에서, 아사이 료는 ‘레이와(令和)’라는 새로운 시대를 겨냥하며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담아 질문을 던진다.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그런 질문이다.
‘내일, 죽고 싶지 않아’라고 희망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도대체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가?
《정욕》이 성적 욕망을 뜻하는 ‘정욕(情慾)’이나, 마음속의 욕구를 다룬 ‘정욕(情欲)’이 아닌 ‘바른 욕망’이란 뜻의 ‘正欲’이란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일시: 2024년 5월 2일 (목) 오전 10시
비용: 무료
*도서 구매시 10%할인
GEUST 모집: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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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LL TALK IN ANSAN이란 제목으로 낸 <경기 생활문화 플랫폼 지원사업>에 일단 서류는 통과를 했나봅니다. 레터를 보낸 다음날인 월요일에 인터뷰를 보러 오라고 하는 걸 보니. 근데 하필 인터뷰 장소가 의정부라고 해 거의 왕복 4시간을 10분의 인터뷰를 위해 다녀오게 생겼습니다. 선정되면 1,500만원을 주니 그 정도는 기꺼이 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던 걸까, 그냥 10분 인터뷰 정도면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무튼 인터뷰 대상 15팀 중 10개 팀만 최종 선정된다고 하니, 만약 된다면 안산의 다양한 분들과의 SMALL TALK 준비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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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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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4. xx. 오전 xx:xx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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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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