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3 Essay He said, 일희일비 쌓여가는 것. 마을상점생활관, 그러니까 자영업자라고 부르는, 그중에서도 현실 공간을 두고 올지 안 올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이라고 하면 ‘일희일비'에 대한 것이다. 첫 해, 문을 열고 한적한 낮시간을 여유 있게 보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 할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면, 문을 바라보며 조금씩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오늘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인가? 우린 망하는 것인가? 그러다 해가 넘어가고 한 둘 손님이 들어온다. 음료만 시켜 앉아 있다 나가기도 하고, 더러 책을 사기도 하고, 꽃을 바라보다 화병과 함께 사가기도 한다. 가끔은 반짝 저녁시간의 손님이 주말만큼의 매출을 찍어주고 되돌아가기도 한다. 몇 번의 경험이 있다 보니 조급함이 조금 줄어들었다. ( 물론, 아무도 없던 날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 생활관을 문을 연 첫 해에는 매일 같이 드나들며 SNS에 올리고 블로그에 올리며 ‘내돈내산'의 정신으로 우리를 소개하던 무리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들끼리 ‘씨지비언'이라고 불렀다. CGV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사이였다고 했다. 그들 대부분은 아직 학생이었다. 그렇게 매일 같이 드나들고, 면접을 볼 때면 와서 ‘저 내일 xx 면접 보러 가요' 하던 그들은 하나 둘 취업 혹은 이직을 했고, 그들은 안산을 떠났다. 그때 연결된 SNS로 소식만 접할 뿐이다. 그들의 발길이 멀어질 때 ‘이제야 조금 알게 됐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가끔 안산에 올 일이 있을 때 들려주면 뭔가 명절에 서울에서 내려온 자식을 맞이하는 시골 노인네 마냥 반가웠다. (비록 그런 표현은 못 했지만) 해가 거듭 될 때마다 이제야 조금 알게 된 이웃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갈 때면 와서 ‘저 xx로 이사 가요'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고, 나중에야 연결된 SNS를 통해서 이주한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쉬워할 때면 매년 새로운 이웃이 찾아왔다. 첫 해의 ‘씨지비언'이 떠나고 뮤지션 무리가 한동안 자주 오기도 했고, 그런 무리가 아닌 새로 이주한 부부가 찾아와 생활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해 조금은 개인적 관계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물론 언급한 그들은 대부분 이제 안산을 떠나 랜선 관계로만 남아있다. 그 관계가 지나 지금은 또 다른 관계가 맺어지고 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일희일비가 쌓이면서 조급함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올해 가깝게 지냈던 누군가는 다음 해에는 떠나기도 하고, 새로 알게 된 누군가는 마치 몇 년은 알고 지낸 것처럼 새롭게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더러는 꽤 낯익었지만 대화 한번 해보지 않은 채 한 해를 보냈던 누군가와 갑자기 말을 터고 지내게 되기도 한다. ‘사람일 참 모를 일이다.’를 새기며 떠나가는 아쉬움보다는 지금의 관계와 새롭게 찾아올 관계를 기대하기도 한다. 세상은 참 빠르게 흐른다. 동네를 산책하면서 ‘어! 얼마전에 생긴 것 같은데 벌써 없어졌네' 싶은 가게를 마주치기도 하고, 꽤 자주 가던 가게가 ‘곧 문을 닫아요'라는 푯말을 내거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너무 느긋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빠르게 열고 빠르게 닫고 빠르게 변한다. 그럼에도 그 빈 공간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오고 그 새로운 공간은 언제부터 있었던가 싶게 금새 익숙해지기도 한다. 새로운 가게를 보고 ‘어! 이전에 여기 뭐였지?’ 금새 가물가물해지는 것 마냥. 3월부터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다. 2인 1조로 레슨을 받는다. 매번 함께 레슨을 받는 분은 달라지는데 얼마 전에 함께 치던 분은 꽤나 익숙하게 스윙을 했다. 공이 어떻게 오던 쉽게 쉽게 넘겼다. 얼마나 치면 저렇게 쉽게 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얼마나 치셨어요?”
“전 한 십 년 넘었죠!”
“십 년은 쳐야 그렇게 편하게 칠 수 있나 봐요?”
“아직 멀었어요.” 십 년, 십 년 전에 난 뭘 하고 있었더라? 십년 전에는 누구와 무엇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고 있었더라? 십년 전에 지금 생활관이 있는 이 골목에는 어떤 것이 있었더라? 잘 모르겠다. 덜 일희일비하고 그저 하루씩 잘 쌓으면 십 년 뒤에는 누군가 보기에 쉽게 쉽게 편하게 사는 듯 보일까 싶기도 하다. 정작 십 년간 쌓아온 나는 여전히 멀었다고 생각할지언정. She said, 처음 느낀 감정 (마지막화)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 대륙으로 넘어오는 동안 집 주인이 메시지를 보냈고, 우리는 그걸 확인하지 못한 채 공항에서부터 집까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해버린 것이었다. ‘아, 쟤(현재 내 남편이자 사업 파트너이자 누렁이 산책 메이트이자 돼냥이 집사 동기) 진짜 최악이다. 와 씨. 이래서 결혼 전에 연인끼리 해외여행을 꼭 가보라고 하는 거였구나. 그나마 다행이네. 늦지 않게 여행해 봐서.’ 나는 계속해서 속으로 그를 폄하하고 원망했다. “일단, 여기서 기다릴 수 없으니까 들어갈 곳을 찾아보자.”
“불 다 꺼졌는데 어디 문 열린 카페가 있겠어? 또 비 맞고 걸어야 하잖아. 짜증 나게 진짜.”
“그래도 여기 춥잖아. 비 맞아서 더 추울 거야. 얼른 찾아보자. 아 저 사람한테 물어보고 올게.”
그는 처음으로 길 가는 사람에게 근처 카페나 펍이 있는지 물었고 현지인에게 길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어쩐 일이래-_-;;’ 우리가 방금 건넜던 그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 몇 블록 직진하면 작은 술집이 있다고, 늦게까지 열려 있으니 그곳에 가보라고 했단다. 우리는 가방을 질질 끌고 다시 그 횡단보도를 건너 열려 있는 가게를 찾았다. 불 켜진 가게로 향하는 동안 우리 곁을 맴도는 소리는 빗소리와 캐리어 바퀴가 유럽의 돌바닥에서 열심히 굴러가는 소리뿐이었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걸었다. 어두운 골목을 몇 개 지나 모서리에 불 켜진 작은 술집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돌계단 몇 개를 올라 가게 문을 조심히 열고 들어갔다. 옷과 머리는 모두 축축하게 젖었고, 그래서인지 피곤이 더 빠르게 몰려왔다.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아무 의자에 등을 기대앉고 싶었다. 그런 피곤함이 또 다른 낯선 감정으로 바뀌는 건 역시 순식간이다. 술집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이 동네에 잠 안 자고 있는 사람들은 다 이 술집으로 온 듯, 가게 안은 붐볐다. 그 많은 사람들과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 그들 모두의 상체는 우리가 문 앞에 선 순간 우리를 향했다. 아무래도 평일 늦은 시간에 동양인 둘이서 커다란 짐을 끌고 로컬들만 올법한 술집에 왔으니 누가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겠지. 우리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그 낯선 감정은 잠깐이었고 이내 피곤함과 갈증이 다시 감정선의 우위를 차지했다. 짧은 단어들로 맥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서로 말도 없이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곧바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다시 맥주 한 모금, 그리고 다시 의자의 등받이와 합체. 짜증 나는 마음은 맥주와 함께 식었고, 그제서야 주변의 사람들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랑하는) 나의 남자친구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집 주인 연락 왔어?”
“응. 10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거래.”
“으으으 다행이다.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그러게. 첫날부터 고생했네. 고생했어.”
“아냐, 이것도 추억이지 뭐.” (속으로는 천불이 났지만, 어쨌든 우리는 집에 곧 갈 수 있었고 실제로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비 오는 날이면 이날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맥주를 다 마시기도 전에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고, 우리는 들어올 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의 사람이 되어 가게 문을 열고 다시 어두웠던 그 길로 나왔다. 그제서야 골목의 놀이터도, 문 닫힌 슈퍼마켓도, 주변의 집들도 보였다. 내 몸은 몇 시간 전부터 이미 북유럽 헬싱키에 와 있었지만 내 마음은 이제 막 내가 축축한 발을 단단히 딛고 서 있는 돌길 위가 일주일 동안 나의 동네가 될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일 아침에 보면 우리 동네 예쁠 것 같아 그치?”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으로 그에게 긍정의 말을 내뱉었던 것 같다. 미안했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웠다. 참을성 많고, 배려심 많은 여자친구 코스프레를 하며 1년간 잘 버텼는데 진짜 내 모습이 탄로 난 것이다. 하지만 진짜 내 모습이 무언지,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건 지금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진짜 우리 둘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으니까! 우리는 말없이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으며 다음날 언제 일어날지, 뭘 먹을지 같은 여행지에서의 흔한 대화를 나눴다. 헬싱키 공항에 도착해 3~4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 셈이다. 안도감에 건넜던 첫 횡단보도를 짜증에 압도당한 채 다시 건넜고, 세 번째가 되어서야 그저 보통의 동네 사람들처럼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우리만의 집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를 향한 짜증과 실망과 원망은 우리가 세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마음 깊은 곳 구석진 방 안으로 들여보내고 곧장 문을 잠갔다. 당분간은 열지 않길 바라며- 그와 연애를 시작하고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우리가 함께 한 많은 낮과 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나누며 많은 것들을 공유했다. 짧지 않은 시간 함께하며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생각했던 나의 연인이 한국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북유럽까지 와서야 몰랐던 모습들이 보였다. 그는 나와는 무척이나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는 철저하게 계획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물건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는 사람이었고, 그는 하나하나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낯선 이에게 서슴없이 먼저 질문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스스로 생각해 본 뒤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돈을 흥청망청 쓰는 사람이었고, 그는 계획하며 쓰고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었다.
나는 뒤돌아서 멈춰있는 풍경을 찍는 사람이었고, 그는 앞으로 가며 움직이는 사람을 찍는 사람이었다.
나는 목적 없이 걷는 사람이었고, 그는 언제나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이었다.
나는 걸음이 느린 사람이었고, 그는 걸음이 빠른 사람이었다.
나는 길을 잘못 들면 다시 재빨리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그는 그 자리에 멈춰 지도를 다시 펼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힘들면 쉬거나 포기하는 사람이었고, 그는 힘들어도 계속 가는 사람이었다.
나는 과일을 사는 사람이었고, 그는 술을 사는 사람이었다. 헬싱키에서 처음 느꼈다. 그가 나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을. 사진1. 우리가 갔던 그 술집 사진2. 우리의 숙소 사진3. 우리의 즐거웠던 과거 . 생활책 매주 들여놓는 신간도서를 읽지 못하고 있다. 매주 북클럽을 진행하면서 선정도서를 읽는데만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생활북클럽은 보통 격주로 진행이 된다. 그렇게 격주로 진행되는 북클럽이 두 개니 개인적으로는 매주 북클럽을 해야 하는 셈이다. 독서모임 관련 책에서 북클럽을 오래 한 어느 분은 개인적으로 격주는 너무 텀이 길고 매주 하고 싶지만 멤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격주로 운영한다고 한다. 어차피 본인은 북클럽 전날 책을 읽고 준비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했다. 아직은 그런 스킬이 없어 일단 한번 쭉 읽고 다시 한번 훑으면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 까, 어떤 답을 해야 할 까 고민한다. 그 숙련이 그리 깊지 않아 여전히 고심의 시간이 길다. 지난주 북클럽과 이번주 북클럽으로 읽은 두 책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북클럽이라 연속성은 없다. 한 북클럽은 다양성에 초점이 있고, 한 북클럽은 한 주제를 좀 더 깊게 들어가는 북클럽이다. 생활북클럽 3월: 두번째 지정도서
<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봄아필 펴냄, 2013) 언젠가 인스타그램으로 소개를 했던 책이다. 2주 전 <전념>이라는 책으로 시작한 북클럽은 두 번째 도서로 <사생활의 천재들>을 선정했다. CBS 라디오 PD인 정혜윤 작가가 만난 여덟 명의 삶의 관점을 담은 책이다. 거대한 담론이 아닌 어떻게 일상을 잘 만들어 살아가는지를 담은 책이다. 전체 인생을 관통해야 할 것 같은 인생관이 아닌 요즘, 별것 아닌 일상의 관점을 이야기하고 싶어 만든 ‘생활관’이란 이름과 정혜윤 작가가 말하는 ‘사생활'이란 것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어 제목부터 끌렸다. 인물에 대한 책이니 보통은 인터뷰로 대화 형식으로 짜여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정혜윤 작가가 겪어본 그리고 직접 들은 이야기를 곱씹고 씹어 먹기 좋게 내어놓는다. 우리는 그저 잘 받아먹기만 하면 그런 책이다.
직접 어떤 장으로 나눠 놓지는 않았는데 두 번째 읽어보니 이 책은 1장과 2장으로 나누어져 있는 듯싶었다. 내 맘대로 나누자면, 자연 다큐 멘터리감독 박수용/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야생 영장류 학자 김산하까지 1장으로 느껴졌고, 청년운동가 조성주/사회학자 엄기호/ 정치경제학자 홍기빈/천문인마을 천문대장 정병호가 2장 같았다. 개인적으로 1장으로 보이는 4명의 이야기가 소설을 읽듯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호랑이를 통한 삶의 관점을 이야기하는 박수용 감독, 빨리 하는 것이 아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래서 조급해 하지 않기로 한 변영주 감독, 나를 인정해주는 만남을 통해 비로소 마법이 풀린 듯 세상을 이해하게 된 윤태호 작가, 꿈이 아닌 그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세상과의 관계와 관점을 넓혀 가는 김산하 박사의 이야기는 꽤 많은 밑줄을 긋게 만들었다. 현재 이 책은 시중에서 구할 수는 없다. 책을 선정하고 나서 곧장 품절이 되어 결국 e북으로 구해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절판은 아니고 재판을 하는 듯싶은데, 기왕이면 리커버되어 좀 더 새로운 관심을 받아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라는 책이다. 생활북클럽 언리미티드 3rd: 네번째 선정도서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김 부장 편 >
(송희구 지음, 서삼독 펴냄, 2021) 총 5번, 10주 동안 만나는 언리미티드 생활북클럽의 마지막 선정도서다. 한 멤버씩 돌아가며 책을 선정한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 결정은 그 정한 멤버가 하는 그런 방식이다. 이번 도서는 이 책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한 멤버가 미리 정해놓은 그런 선정도서였다. 이번 주 일요일이 북클럽이라 어떤 대화가 오갈지 꽤나 궁금하다. 책은 꽤 단순하고 쉽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꽤나 인기를 끌어 책으로도 나오고, 웹툰, 드라마까지 진행 중인 그런 책이다. 아마도 단순한 구조와 쉬운 언어 거기다 서울, 자가, 대기업이라는 표면적인 키워드가 호기심을 자극시킨 결과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21판 미생'이란 별명이 있다고 출판사의 마케팅팀에서는 그러던데, 그러기에는 깊이가 다르긴 하다. 아무튼, 이 책을 읽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뤄둔 일과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으로 집중하기에는 힘든 상황에서 읽었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흡입력이 있던 걸까? 그냥 쉽게 읽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대기업에 다니는 꼰대 김 부장은 자기 잘 난 맛에 살다, 결국 명예퇴직을 당하고 돈 안 되는 부동산으로 퇴직금은 날리고, 그제야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삶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회수 1,000만을 기록했다는 그 사실의 배경이 너무나 궁금했다. 왜 였을까? 왜 사람들은 이 글을 클릭했을까? 어디서 공감을 한 것일까? 대기업을 다니는 21만의 대기업 종사자들이 1,000만의 클릭으로 공감을 표한 걸까? 이번 주 북클럽에서 한번 이야기해보면 이 궁금증이 조금은 풀릴지 모르겠다. 화병꽂이 no.13 봄비가 유독 많이 내렸던 한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비염 때문에 이틀 정도는 약에 취해 잠들고 하루 종일 멍- 한 상태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어요. 글을 쓰는 지금도 실은 계속 졸린 상태랍니다. 세상의 모든 비염인들 제가 응원해요?? 3월 마지막 주의 꽃은 생활화 워크숍_적은꽃 화병꽂이에서 꽂은 꽃입니다. 지난주 간결하고 우아했던 혼주 코사지st. 의 꽃과는 또 다르죠. 이제 정말로 봄이 왔는데 저는 겨울의 끝을 조금 더 잡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따뜻한 봄이 되면 더 이상은 볼 수 없는 아네모네와 스위트피를 쓰고 싶어서 마지막까지 보라보라 하게-
저는 보라색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저 보라색 좋아했더라고요.
제가 하는 꽃일은 이런 매력이 있어요. 몰랐던 저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 나는 멋있는 걸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귀여운 꽃에 더 반응을 하고 스스로도 그런 꽃을 더 자주 꽂는 것.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남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것.
꽃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생활화의 이웃들은 자신의 취향을 얼마나 잘 알고 계세요?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모양의 꽃을 좋아하세요? 귀여운 게 좋은지, 멋있는 게 좋은지 생각해 보신 적은 있으세요?
궁금해요, 나의 이웃들의 취향. 들려주세요. 생활[이슈]클럽 요즘 우리의 이슈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꽤나 화제였다. 2년 전에는 봉준호 감독의 < 기생충 >으로 남의 밥상이 아닌 이제는 우리네 밥상같이 느껴지던 시상식이 됐고, 지난해에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로 사실 영화보다는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보다는 크리스 록과 윌 스미스의 사건이 메인을 장식했다. ‘농담'이었다는 크리스 록의 답변을 보다 ‘그냥 장난으로 한 거예요'라고 답변하던 학원폭력 가해자가 떠올랐다. 즐겁지 않은 농담을 폭력적으로 내뱉는 누군가도 떠올랐다. 이 ‘농담, 장난’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 선은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어쩌면 장난의 경계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것 아닐까. '장난이었어요' 따위의 손쉬운 변명은 함부로 담을 수 없게. 생활소식 마을상점생활관의 소식을 전합니다. 생활북클럽 with Writer. 4월 ( 구독자 특별 할인 ) 이미 공지를 한 것 처럼, 4월부터 매월 한 명의 작가가 호스트로 책 선정과 진행까지 하는 두 번의 자리가 마련됩니다.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추천도서와 깊이 있는 질문과 대화가 오가기를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 작가님에게 북클럽 호스트 제의를 했지만 한 달에 두 번이나 와야하고, 많은 사람을 향해 내 말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 몇 몇의 사람들에게 질문과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그리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거절의 메일도 많이 받았습니다. 오히려 편하다고 하는 작가님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 있습니다. 강연 형식인 북토크가 아닌 북클럽으로 그것도 같은 멤버로 두 번이나 만나야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좀 더 관계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한 번 그것도 다수와 함께 만나는 것이 만났다고 할 수 있을 까, 기왕이면 같이 대화도 해보고 내 의견도 내보고 작가님의 생각도 물어볼 수 있어야 만났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마을상점생활관’이 처음 생각했던 그런 ‘역할’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4월 그 첫 번째 작가를 소개합니다.
우리의 이웃이기도 하고, 두 권의 그림에세이를 냈고 여전히 청소일을 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예지(코피루왁) 작가입니다. 이미 독립출판워크숍이나 4컷만화그리기 그리고 디지털드로잉 워크숍으로 생활관에서 만난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꽤 자주 뵙는 작가님이긴 하지만 정작 어떤 주제에 대해서 깊게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좀 더 알아갈 수 있고, 그의 책에서 다루었던 자존감, 사회 불안 장애 같은 내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준비를 합니다. 첫 번째 작가님의 선정도서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앨릭스 코브가 쓴 <우울할 땐 뇌과학> 입니다.
120페이지 정도의 1부로 4월 10일 일요일 저녁 7시, 첫번째 자리가 마련됩니다. *생활관점레터 구독자를 위한 특별 할인된 참가비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구독자 전용 링크는 4월 3일(일) 정오(12:00)까지만 오픈되어 있습니다. |
마을상점생활관의 두 호스트의 생활의 관점을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