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th
슬그머니 한 주를 몰래 건너 띄어 보내고 전하는
백 서른 네번째 생활의 관점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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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럴듯하다’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특히 몸이 힘들 때면, 생활이 버겁다 느껴질 때면 ‘그래도 꽤 그럴듯하게 살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며 감정을 빼고 생활을 둘러본다. 적당한 관계들, 그럴 듯 한 공간, 꽤 그럴듯한 소유물들. 여전히 그것들에 둘러싸여 사는 생활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잠시 떨어져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분명 누군가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그럴듯하다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면 버거운 생활도 힘든 몸도 잠시 이완이 된다. 뻐근하게 뭉친 근육을 길게 늘어뜨려 잠깐의 통증 뒤에 오는 개운함 같은 느낌이 ‘그럴듯하다’라는 생각 뒤에 찾아온다.
아침부터 몸이 뻐근했다. 주말에 육체노동을 하고 온 뒤 만족스럽게 쉬지 못하면 그 뻐근함이 지속된다. 이보다 더한 육체노동을 매일매일 하는 누군가도 분명 있을 텐데, 그렇게 매일매일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내가 얻어 온 것에 비해 한 참 부족한 것을 얻고 생활하는 누군가도 분명 있을 텐데, 배부른 뻐근함일 지도 모를 텐데, 그럴듯하게 살면서 상상 속의 통증처럼 괜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를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또다시 몸과 정신을 길게 이완시켜 본다.
2.
최근 한 달간 두 번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다들 적당한 격차로 결혼을 하면서 일 년에 몇 번씩 결혼이라는 행사로 만나던 친구들과 점점 만날 일이 없었다. 슬슬 그다음 차례인 부모님의 장례가 시작되는 듯 싶기도 하다. 아직은 좀 이르다고 생각은 하지만 죽기에 좋은 적령기란 없으니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장례식장에 들려 3-4년 만에 본 친구의 커플과 이야기를 하다 20대 초, 한 달 안에 세 번의 장례식을 연달아 갔던 때가 생각났다. 모두 고등학교 친구의 아버님이었다.(이번 두 번도 모두 친구의 아버님이었다.) 8월 초었던 첫 장례식 때는 별 생각이 없었고, 8월 중순이었던 두 번째 장례식 때 혹시 그때처럼 세 번째 장례식으로 또 이어질까 괜한 연결을 해봤다.
8월 말, 세 번째 장례식장을 가게 됐다. 이번에는 고등학교 동창의 부모님은 아니고, 정민의 요가 생활에 꽤나 깊숙하게 자리한 스승의 가족이었다. 결국 세 번째 장례식장을 가게 되니, 괜한 연결성을 부여하게 된다. 이러다 몇 년이 지나 또 누군가의 장례식에 간다면 이어질 두 번째 세 번째의 장례식을 생각하게 될 듯하다. 아직 가까운 누군가의 장례를 치러 본 적은 없다. 부모의 부모는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에 없었고 그 후로 친족의 죽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파트너인 정민의 조부모도 모두 결혼 전에 떠나셨으니 경험할 일도 없었다. 아직 (가족의) 죽음은 나에게 적당한 거리로 남아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닌 적당한 거리의 조카와 이모/삼촌의 관계 정도? 아직 그 적당한 거리에서 죽음을 경험할 때마다 ‘인생 참 덧없다.’ 정도의 생각한다. 뭘 그리 고민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지, 얼마나 대단하려고, 어차피 죽으면 덧없을 텐데. 막상 좀 더 가까운 죽음을 맞닥뜨린다면 다른 감각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딱 이 정도다. ‘뭐가 그렇게 버거워, 그냥 해, 싫으면 안 해도 그만이지’ 정도의 감각. 최근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것이 필요한지 그런 것만 감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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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
요즘의 생각.
미친듯이 빠른 속도감으로 일주일이 지났고 그 일주일들이 쌓여 한달이 지났다. 처서까지 지났으니 이제 정말 여름의 끝자락이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 나는 여전히 땀을 흘리며 많은 것들을 했고, 하고 있고, 할 것이다.
1. 어떤 인간 관계는 응답없는 일방통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생각을 나누어도, 근사한 제안을 해도, 냉정하게 팩트만 말해도 돌아오는 건 언제나 나를 허무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럴때마다 관계의 덧없음을 느낀다. 그러다가도 내가 무얼 바라고 인간관계를 맺는 게 아닌데 뭘 굳이 그렇게 느끼나 싶어 그냥 훌훌 털어버린다. '그냥 훌훌' 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관계를 끊는 식의 차가운 결정도 종종 내리지만 어쨌든 담아두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알고 있다. 내 그릇이 작다는 것을. 적당한 양을 담아야 넘치지 않는다는 것을. 넘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다.
2. 땀을 흘렸다가도 선선해진 바람에 식는 속도가 제법 빨라졌다.
작년 겨울에 요가 선배들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금부터 열심히 수련하고, 여름까지 꾸준히 하다보면 여름 끝자락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몸이 되어 있을거야. 정말로. 내가 그건 장담할게."
속으로는 뭐 대단한 변화가 있겠냐며 냉소적인 독백을 했지만, 겉으로는 기대하는 척 하며 그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여름의 끝자락에 나의 몸을 바라봤다. 눈으로 보이는 거울 속 형상의 나는 여전히 못마땅하다.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공을 끼고 있는 것처럼 부유방이 두둥실 달려 있고, 홀쭉했던 배가 언제적 나의 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허벅지 안쪽은 걸을 때마다 두 다리 살들이 충돌해 자꾸 땀이 찬다. 형상을 보며 시각에 의존하는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거울이 없는 생활원에서 수련을 할때 만큼은 그 누구보다 결의에 찬 전사가 되기도 하고, 독수리도 되었다가, 여신이 되기도 한다. 가이드들의 안내를 받으며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을 택하는 나를 스스로 알아차린다. 도대체 머리서기는 왜 나 혼자 못하는건지 모르겠다며 주변 모두에게 징징거렸던 때의 나는 이제 없다. 어디에 힘을 주고, 어디에서부터는 힘을 빼야 하는지 몸이 감각한다. 팔둑을 안으로 잘 감쌀 수 있고, 어깨를 열고 날개뼈를 촤라락 펼칠 수 있다. 전거근과 기립근의 통증을 반가워하며, 꼬리뼈를 잘 말아 골반을 바로 세울 수 있다. 허벅지에 살이 많아 출렁거리고 충돌해도, 내전근의 힘을 쓰며 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발가락 10개, 손가락 10개를 모두 바닥에 균일하게 접지할 수 있고, 덩실덩실 춤추는듯한 뱃살 속 복근에 힘을 주고 더 깊은 곳까지 에너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참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내 자신이 몹시 대견하다 생각을 하다가도 기록을 위해 찍어 둔 타임랩스 속 나를 보면 다시 형상에 사로잡힌다. '아, 배가 너무 나와 보이는 옷이네. 이것 다음에 입지 말아야겠다.' 는 식의 생각들.
마음 공부와 몸 공부 모두를 열심히 한다면 나는 형상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그냥 살을 빼...........)
3. 8월까지 조금은 느슨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늘 해왔던 일들을 줄였고, 죄책감 없는 게이름을 피우려고 장치들을 마련하기도 했다.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지만 8월은 이제 곧 끝나가니 더 이상의 합리화 된 게으름은 없다. 그냥 하면 되는 일들을 또 궁시렁 거리며 하기 시작했다.
'아 정말 하기 싫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나의 상황을 나는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다. 왜 나는 나를 납득시키지 못할까? 정말로 하기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어리광부리듯 대상 없는 허공에 누구라도 내 외침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계속 뱉는 말일까? 어쩌면 형진의 말처럼 배부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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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를 위한 우리의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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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전)북클럽] 새모임: 9월 주제 RE-"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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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있고,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한, 인간의 방황은 끊임이 없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을 바꾸고, 결핍을 채우고, 지식을 얻고, 즐거운 일을 만들고, 경험이 많아져도 근본적인 인간의 방황으로부터 멀어질 수는 없었습니다.
나 자신, 타인, 세상, 삶의 의의, 미래..
흑암에 싸인 길처럼 알 수가 없고, 생각 할 수록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인 삶과 세상입니다.
우리에겐 처음부터 주어진 방향도 무엇도 없습니다만, 어떻게든 각자만의 의미를 찾아내며 다들 애를 쓰고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어지는 9월 새들의 모임의 주제는 “방황”으로, 관련한 고전도서를 선정하였습니다.
고전의 이야기에 나의 마음을 비추어, 스스로의 마음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from. Host 에밴
9월 모임 일정
9/7(토) 오전 10:00 ~ 12:00 , 《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 》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9/21(토) 오전 10:00 ~ 12:00 , 《 마음 》 | 나츠메 소세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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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근육]그림, 9월(2024)
그림을 취미로 그리든 업으로 그리든 그림이란 녀석은 손에 잡고 있을수록 더 나와 친해지는 친구입니다.
그치만 참 그게 마음처럼 안 될때가 많죠?
그럴땐 함께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사실 저도 한달 내내 그림을 다 채워 그리지 못 할때가 더 많습니다만 그래도 이 모임 덕에
느슨히 꾸준하게 그림과 친해지고 있습니다.
하얀 종이와 레이어를 무서워 하기 보단 즐거운 놀이터처럼 함께 즐기실 분 기다려요.
from. Host 가지
진행일정: 9월 2일 - 9월 27일
2번의 오프라인 만남
8월 31일(토) 오후 12시 40분
9월 28일(토) 오후1시 (약 1시간 반 소요)
*거리가 먼 분들은 ’밴드‘만 함께 참여하며 미션을 인증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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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철학클럽: 9월, 인간이고 싶은 하루들
*2024년 마지막 철학클럽
동네 안 작은 일상의 대화로 시작하여 철학적 사고로 나아가는 우리동네 철학 아카데미아 [생활철학클럽]의 2024년 마지막 클럽인 9월을 시작합니다. 철학적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의 마무리, 생활철학클럽에 초대합니다.
9월 주제 : 인간이고 싶은 하루들
2일/ 9일 : 갑·을 그리고 나 _틈은 있는가?
23일/ 30일 : 인간이기 위한 조건들 _저들은 인간일까?
일시 : 2023.9.2 - 9.30 | 월요일 저녁 8시 (총 4회)
*9월 16일(월) 추석은 한 주 쉬어갑니다.
인원 : 최대 20명
참가비 : 무료
* 길위의 인문학(지혜학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무료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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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텃밭]클럽 6기: 또 비건 김장
생활텃밭클럽은 2020년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빠르고 자극적인 배달음식, GMO식품 등으로 둘러 쌓인 세상에서, 내가 딛고 서있는 땅과 잘 맞는 토종 씨앗을 길러 먹는 삶을 경험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자연과 식문화를 통한 다양한 관계를 만드는 여섯번째 멤버를 모집합니다.
매 년 가을 준비하는 비건 김장을 2024년에도 어김없이 준비합니다. 더 확장된 공동텃밭에서 함께 김장을 준비할 생활[텃밭]클럽 6기 멤버를 찾습니다.
HOST
상임 : 화초 잘 키움, 어쩌다보니 작물도 잘 키움, 꽃도 잘키움, 아마도 식물천재
수민 : 어쩌다보니 텃밭 고인물, 화초도 작물도 자연에 맡김
가지 : 어쩌다보니 계속 하는 중, 화분 키우는 기술이 업그레이드 됨
일시: 2024. 8월 31일(토) 시작, 격주 토요일 10-12시
Host: 가지&상임&수민
인원: 최대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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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북클럽 ]
월간독서 202409.
9월 도서: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임승유 지음
* 월간독서 첫 시집 북클럽 & 낭독회
작가 김예지 그리고 번역가 해란이 제안해 진행하는 사적인 북클럽, [월간독서].
사적인 북클럽인만큼 책을 핑계로 다양한 대화를 하는 클럽입니다.
평일 오전의 생활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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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멤버끼리 투표로 정한 2024년 9월의 책은 명확한 소리가 없는 사건들에 시적 목소리를 부여하는 시들로 채워진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로 진행을 합니다.
일시: 2024.09.05일 (목) 오전 10시
9월 도서: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임승유 지음
모집: GEUST 5명
*비정규직 멤버 3명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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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O클럽
잘 살고 싶은 우리의 웰니스 소셜 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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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잠시 2박 3일간 동네 친구들과 바닷가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든든한 류인턴과 우인턴 덕분에 생활관을 닫지 않고 다녀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운영시간이 조금 변경됩니다. 그냥, 저녁 5시까지 운영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류인턴과 우인턴 잘 부탁드립니다.🙇🙇♀️
- <로컬 위의 인문학>이란 주제로 뒤늦게 다양한 지역의 작가/창업자/연구자 분들을 섭외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섭외가 되긴 했는데 아직 일정 조율이 조금 남아있어 조율까지 완료되면 제대로 소개할게요. 대신, 살짝 알려드리면- 강릉: 김민섭 <대리사회>/ 대전: 주혜진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익산: 신유진 <상처없는 계절>/ 부산: 손현녕 [심리적 글쓰기 워크숍 ]/ 전국: 이창길 <로컬의 신>/ 전국: 윤찬영 <로컬혁명> 미리 슬슬 호기심 채워두고 계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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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답장 남겨주신 글에 몰래 답을 한 주 늦게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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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생활관에서 다양하고 많은것 건강한것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이용하기위해 노력하고 친구들도 자주 데려가고싶어요
24. 8. 16. 오후 6:22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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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노력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게 좋은 자리 많이 마련해 둘게요. : ) 친구들과 가족들 모두 두 팔벌려 환영할게요. 우리 함께 잘 살아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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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아...치열할 것인가, 집착을 버릴 것인가 고민한다는 정민씨 글과 마음이 많이 와 닿았어요. 그 경계를 구분하며 살기, 아니, 그 경계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어떤 것은 치열하고 어떤 것은 버려야하는건지 제 삶에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24. 8. 17. 오후 7:00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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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결국엔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 같아요. 치열해야 할 것들의 우선순위. 느슨한 게으름의 우선순위들. 저도 자주 생각해요. 자주 하지만 대부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두고 흘러가기도 해요. 자주 열심히 살고, 자주 엉망으로 삽니다. 그 중간 지점을 언젠가 찾겠죠. (못찾아도 뭐 어쩌겠어요. 하는 마음으로 삽니다 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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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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