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풍덩- 하고 들어가 해와 파도를 등지고 염분 가득한 물 속에 몸을 두둥실 띄우고 한참을 놀았던 게 바로 지난 주. 지난 주의 레터를 쓸 때 나는 많이 들떠 있었다. 그 여행이 끝나고 한 주가 지난 지금의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왔다.
여전히 지난 양양 캠핑을 떠올리며 멤버들끼리 만나 서로 검게 그을린 신체의 부위들을 들추며 놀리고 웃기를 반복하지만 이제는 안다. 현실로 돌아왔고, 우리는 "일" 이라는 걸 해야 한다는 걸.
요즘 나의 화두는 "일 잘하는 것"이다. 회사원이던 시절, 그러니까 조직에 속해 있던 시절의 나는 소위 일잘러였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과 1남 2녀 중 둘째로 자라며 터득한 눈치는 일 잘하는 사람의 기본 소양이었기에 어디 가서도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었다. 스스로도 나는 조직에 도움이 많이 되는 사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10년의 회사 생활을 했으니까.
그런 내게 인간의 효용가치에 대한 물음을 던진건 이 자영업의 세계에 뛰어 들면서부터다.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어떤식의 일을 해야 할지 6년이 지난 지금도 헷갈리고 희미하다. 분명히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날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예측은 언제나 빗나가니 계획이란 걸 하는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다.
사람들은 내게 '정민 사장님(혹은 정민님, 혹은 정민씨, 혹은 꽃사장님 등등)이 하는 일이 많으셔서 그런거 아닐까요? 이 많은 걸 하시는데 바쁘시니 그럴 수 있죠." 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지만, 나보다 더 많은 일을 해치우고 있는 형진을 볼때면 쉬이 좌절감을 느끼고 아주 가끔씩 존경심도 느낀다.
나와 같은 24시간을 사는데 그는 많은 일을 불평없이 하는 반면, 나는 적은 일을 하고 늘 궁시렁거림을 고정값으로 탑재해 놓는다. 스스로 일거리를 찾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글로 풀어도 단 한문장 안에 해결되는 이 일이 나에게는 왜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더 이상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게 된 것 같다. 아니, 그런 것 같은 게 아니라 그렇다. 어떻게 하면 일 잘하는 사람이 될까 고민하는 내 자신이 우습고 살짝 부끄럽기도 하다.
주어진 일을 완수하는 데 늘 100% 이상의 결과값을 내던 사람이 지금은 주어진 일부터 찾아서 해야 하니 첫 단추부터 구멍에 껴지지조차 않은 것이다. 실행력도 속도가 떨어지는 나에게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자영업을 하면서 일을 잘 한다는 건 결국 매출만 잘 올리면 되는 것일까?
시간 활용을 기가 막히게 잘 하면 되는 것일까?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빠른 실행력을 갖추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욕심을 버리고 살면 그만인건가?
여전히 물음표 투성인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 캠핑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