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0 생활소식 마을상점생활관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합니다. [ 생활북클럽 Classic ] : 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생활북클럽, 고전 두번째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작품, <노인과 바다>를 읽고 대화를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명료하고 사실적인 문장과 섬세한 시적인 표현이 탁월하다는데, 직접 읽어보고 함께 우리끼리 마음대로 분석하고 감상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왜 고전, 고전하는지 알게 되는 생활북클럽, 클래식입니다. 일시: 2022.6.1 | 수요일 저녁 8시 | 총 1회 Host: 책사장 형진c 인원: 최대 6명 생활花 당신의 일상에 꽃이 생활화 되기를 바랍니다. 화병꽂이 no.20 어버이날 시즌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어요. “적은꽃 화병꽂이” 이번에는 정말로, 정말로 적게 꽂았어요. 꽃을 꽂는 기술이 필요한게 아니라 예쁜 꽃을 예쁘게 보고 싶은 마음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그 마음이요 꽃집에 수북히 꽂힌 꽃들 속에서 예쁜 꽃들을 골라 내 마음에 들게 꽂는 일. 쉽지 않지만, 시도 해보는 것도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눈이 보배라는 말. 많이보고, 많이 경험하세요 생활책 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최근에 생활관에 들어온 책들- 그래서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 낯선사람에게말걸기 ( 폴 오스터 지음 | 열린책들 펴냄 | 2022 ) 폴 오스터가 직접 엮은 대표 산문 컬렉션.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가장 잘 알려진 폴 오스터는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에세이, 서문, 편지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면서 예리하고 지적이며 유머를 잃지 않는 언어로 문학과 글쓰기, 일상과 정치, 그리고 삶에 대해 말한다. 책에 실린 비평문과 에세이, 서문 등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되어 온 폴 오스터의 문학 세계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여러 작가와 작품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잘 알려진 작품과 덜 알려진 작품, 덜 알려지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번갈아 등장하며 우리에게 처음 혹은 새로이 말을 건다. 아내의 시간 (이안수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2021) 부제: 13년간 별거를 졸업하고 은퇴한 아내의 집에서 다시 동거를 시작합니다. 정년을 맞은 아내의 은퇴 여행에 합류했던 이안수 작가는 그 길로 아내의 집에 들어가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별거를 선택했던 두 사람이 다시 한집에서 동거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안수 작가가 아내를 만나고 43년간 찍은 수만 장의 사진 속에는 빛나는 시절의 추억부터, 세월이 흘러 회한으로 남은 기억, 잊은 줄 알았던 순간까지 모두 담겨 있다. 세월이 흘러 그때와는 달라진 위치, 달라진 시선으로 다시금 발견하는 아스라한 감정들과, 그렇게 쌓인 시간에 견고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새삼 부부,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그리고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한다. 마음병에는 책을 지어드려요 ( 이상우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2022 ) 몸에 좋은 음식을 가려 먹듯, 마음 건강에도 처방이 필요하다. 인생의 등불처럼 내 마음을 밝혀 주는 책과 이웃들 그리고 마음까지 보듬는 한의사의 책처방. 경주에는 책을 처방하는 한의사가 있다. 경주의 오래된 마을에서 긴 시간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 몸이 아플 때 침을 맞고, 약을 지어 먹듯 마음이 병들었을 때 내게 꼭 맞는 좋은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권하는 그곳. 세상 아무리 뛰어난 의사와 좋은 약이 있다고 한들, 인간은 생로병사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그 안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오가며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있기 마련인 인생이라지만 때로 지나친 감정의 소용돌이는 마음은 물론 몸까지 병들게 만든다. 그럴 때, 누군가 이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준다면 어떨까? 한의사인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좋은 책들을 환자들에게도 추천한다. 삶의 귀감이 되고 태도의 변화를 불러온 책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용기와 감동을 이윽고 내 삶과 감정의 주도권을 쥐고 건강하고 즐겁게 인생을 항해할 수 있는 비결을 전한다. 작별인사 ( 김영하 지음, 복복서가 펴냄, 2022 ) 김영하 작가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작별인사』의 인물들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명제를 두고 논쟁하는 장면은 김영하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메시지와 논리적 거울상을 이룬다. ‘나는 내가 알던 내가 맞는가’를 질문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모습은 김영하 소설에서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기억, 정체성, 죽음이라는 김영하의 주제가 『작별인사』에서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새롭게 직조된다. 달라진 것은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반드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로 더 깊이 경사되었다는 것이다. 원고에서 핵심 주제였던 정체성의 문제는 개작을 거치며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 대신 태어남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변증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어른없는 사회 (우치다 타츠루 지음, 민들레 펴냄, 2016)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의 등장’은 고도성장기를 거친 모든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저마다 독립적인 소비자가 되기를 부추기는 이 시대, 혼밥, 혼술이 유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역설하는 우치다의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비칠지도 모르지만, 각자도생 시대에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생의 기술이야말로 생존의 기술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생태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생명력을 북돋는 방법을 평생에 걸쳐 몸으로 수련한 무도인으로서 ‘신체성’에 근거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합기도를 수련하며 몸으로 터득한 관계성과 레비나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십 년 동안 공부한 ‘관계의 철학’이 일맥상통함을, 십여 년 넘게 혼자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체험적으로 깨달았다고 말한다. 2014년에 나온 이 책의 원제는 <거리의 공동체론>이다. ‘리버럴한 보수’ ‘사회수선론자’를 자처하는 우치다는 자본주의 세례를 받으면서 와해된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나부터 어른이 되어보면” 세상이 조금씩조금씩 바뀔 거라는 믿음을 전파하면서, 세대간의 종적 연대가 인류사적으로 언제나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한다. 로컬로 턴! (우치다 타츠루 지음, 이숲 펴냄, 2022) 부제: 저성장 시대를 건너는 법 저자는 청년의 지방 이주 현상을 자본주의 체제의 민낯을 본 청년들의 ‘망명’ 같은 행동이라고 진단한다. 아울러 그동안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혔던 지방 ‘창생’ 정책이 얼마나 어설펐는지 예리하게 비판한다. 사상가로서 저자 우치다는 일본의 정치·사회·역사의 궤적을 개괄하면서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이 되살아나려면 정부와 미래의 주역 청년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통찰한다. 한국의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1년 전국의 인구 감소 지역 89곳을 지정하고 고시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은 이제 우리에게 닥친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성장률이 제로로 향하는 시대, 빈부격차와 기회불균등으로 젊은이가 다포세대가 되어가는 시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현실에서 대단히 영민하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통찰력이 뛰어난 저자의 여유 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제안은 이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우리나라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걸로 살아요 (무레 요코 지음, 더블북 펴냄, 2022) <카모메 식당>의 저자 무레 요코가 일상에서 찾은 행복으로 수놓은 에세이집이다. ‘요코 중독’을 조심하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그녀만의 훈훈하고 경쾌한 매력이 속속들이 배어 있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의 백영옥 작가는 에어컨보다 제습기, 이메일보다 손편지와 엽서, 자판보다 만년필, 메모리폼보다 에네탄 베개에 더 관심을 두는 무레 요코를 향해 “견고한 취향은 삶에 대한 자세와 세계관을 드러낸다”라며 “같은 식기라도 밥그릇은 묵직한 자기, 국그릇은 가벼운 나무가 좋다는 사람의 분명한 취향을 들여다보는 게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말한다. 잘 고른 먼지떨이 하나에 오래도록 뿌듯해하고 털실 하나에도 기쁨을 느끼는 무레 요코는 소소하고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다. 일상에 지치고 힘든 날이 이어질 때 작가가 넌지시 건네는 행복의 비결을 한번 만나보자. 시간이 걸려도 즐거운 일들, 천천히 사는 즐거움 등 그녀만이 줄 수 있는 건강하고 경쾌한 에너지 속에서 분명 잊고 있던 일상의 행복을 찾는 놀랄 만한 순간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Essay She said, 부럽지가 않어 난 부럽지가 않어. 하루 종일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 둘러싸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부럽다고 한다. 그렇게 부러우면 직접 차려서 해보라고, 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싶지만 내 뾰족한 가시를 들키고 싶지 않아 웃으며 대답한다. “맞아요, 좋아하는 꽃 매일매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돈 생각 안 하면요.” 마지막 돈 얘기가 끝나면
사람들은 입을 다물거나 혹은 좋아하는 일 하면 돈 못 벌어도 배부른 것 아니냐는 무논리의 말을 꺼낸다.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기 전에 서둘러 꽃 작업을 마무리하고 계산대로 안내한다. 나는 나 자신이 하나도
부럽지가 않다. He said,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주세요. 좀처럼 혼자 쉬어가는 날에도 생활관이 있는 ‘경기도 안산시 이동’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보통은 집에서 혼자 조용히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고, 청소를 하고, 운동을 잠깐 나갔다가 들어온다. 이번 주 개인 휴무에는 오랜만에 안산을 떠나 수원을 다녀왔다. 차를 몰고 갔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리였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꽤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수원지방법원'은 그런 곳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중간에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버스는 2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오랜만에 여행하듯 느긋하게 마음을 먹어야지 했지만 돌아올 때도 30분이나 기다려 버스를 갈아타야 해서 그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었다. ‘수원지방법원’에 간 이유는 올해 초 스미싱 피해를 당한 어머니를 대신해서 어떤 새로운 내용이라도 있을까 싶어 부탁을 받아 간 것이었다. 이 스미싱 피해는 이랬다. “엄마 나 형진인데, 폰 액정 깨져서 as 맡기고 다른 번호로 연락하는 거야-”로 시작된 누군가와 어머니와의 연락은 그가 보낸 링크를 클릭한 이후 밤 새이어졌고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내가 아닌 것을 알아챘지만 이미 꽤 많은 돈이 여기저기로 이체된 뒤였다. ‘형진인데’라며 내 이름을 사칭한 것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의 단계를 지나 지금은 수용 단계로, 사실 수용보다는 체념의 단계에 계시다. 스미싱 범죄는 대체로 조직적으로 움직여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데 웬걸, 꽤나 빠르게 잡혔다. 그 사건의 첫 공판일이었다. 방청석에는 눈에 띄지 않는 옷차림의 두 명의 중년 여성과 딥네이비 정장에 노란색 넥타이를 하고 머리와 눈썹의 숱이 인상적인 중년의 남성 그리고 오른팔 전체에 문신을 한 남성이 그 문신을 감추려는 목적인지 흰색 팔토시를 하고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내가 방청하는 공판 전에 하는 다른 공판의 피고인이었다. 모든 피고인은 수감이 된 상태로 법원에 출석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시종일관 ‘인정합니다.’로 답하던 그는 판사에게 “저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죄송하고,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굽실 인사를 하고 나갔다. 판사 검사 모두 마이크에 대고 말은 하지만 너무나 작게 말해 무슨 피해를 입게 했는지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내가 간 이유의 공판은 두 번째 순서였다. 피고인은 대략 20대 후반 30대 초반 정도의 남성이었다. 작은 키에 땅땅한 몸집을 하고 있었다. 물 빠진 머스터드 색의 옷을 입고 청원경찰과 함께 들어왔다. 손에는 라텍스 장갑 같은 것을 끼고 있었는데, 아마도 수갑 때문에 끼우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내 앞에 있던 노란색 넥타이의 중년 남성은 그의 변호사였다. 그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으로 가 앉았다. 내용은 별 것 없었다. 잠깐 ‘금은 취득하지 않은 것이니 미수로 처리를-’이라며 변호사가 얘기하자, 판사는 ‘이 사건은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것으로 금을 결론적으로 취득하지 못했더라도 이미 피해자의 돈은 갈취된 상태이니 그렇게 볼 수 없다.’며 반박을 한 순간이 있었지만 대체로 ‘인정합니다'가 많았고, 마지막에는 ‘최대한 합의를 하려고 합니다'로 끝이 났다. 얼마 전에 법원에서 ‘피고인의 변호사 측에서 합의를 원하여 연락처를 원하는데 전해도 괜찮겠냐’는 연락과 맞닿아 있는 말이었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20일이었다. 판사는 그전에 합의를 보고 서류를 제출해야 판결에 반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피고인은 다시 청원경찰과 함께 안쪽 문으로 들어갔고, 변호사는 내 앞에 앉아 있던 다른 중년의 여성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피고인의 가족인 듯싶었다. “혹시 피해자 분 중 오신 분 있으십니까?” 그 둘이 밖으로 나가자 판사가 물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나보다 먼저 복도 의자에 앉아 있던 여성이 “네 왔습니다.”라며 답을 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판사는 검사가 시작하면서 건넨 꽤나 두툼한 서류 뭉치에서 이름을 확인하는 듯했다. “혹시 묻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그는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그냥 돈을 되찾고 싶을 뿐인 듯했다. 별 질문이 없던 그에게 ‘배상명령 신청을 하실 수 있다.’고 판사는 전했다. “저 xxx 씨 아들인데요" 마무리되는 시점에 말을 했다. “배상명령은 합의해보고 안되면 그때 신청하면 되는건 가요?” “배상명령 신청으로 되돌려 받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권리이시니 합의랑 별도로 그냥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범인이 잡혀도 금전적인 보상은 쉽지 않은 듯했다. 문 밖에는 그의 변호사가 있었다. 별다른 질문이 없던 여성은 그에게 다가가 “합의는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물었다. “제가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직 어떻게 합의를 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던가, 각각 처지에 맞게 합의를 다르게 해서 인 듯싶기도 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변호사는 사건기록에서 그의 이름을 찾았다. 네 번째 줄에 있었다. 피해액은 400여만 원. 그는 “왜 400만 원밖에 안돼요?”라고 따지듯 물었다. 변호사는 “전체 피해금액은 더 있으시겠지만 피고인과 관련된 금액만 판결하는 재판이라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피고인이 가장 말단에 심부름이나 하던 것으로 보여 금액이 적을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럼 그렇지 쉽게 잡히지 않겠지’. “저 xxx 씨 아들인데요 저희 피해금액은 얼마예요?” 그는 서류를 펼쳐 보여줬다. ‘900여만 원’이었다. 아버지 통장의 돈으로 금을 사려고 했던 금액이었다. 피해금액이 크더라도 이 전자금융사기라는 것은 하나하나 쪼개고 쪼개 벌이는 짓이라 모든 관련자를 소탕하지 않는 이상 그 쪼개진 일부분의 것만 범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이었다. 피고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쪼개고 쪼개 벌어진 일의 일부분을 담당했을 뿐인데 모두 자신이 책임으로 묻는 것도 맞지 않아 보이긴 한다. (일단 이 서류에 적힌) 10여 명의 피해자의 돈들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도대체 이 사건의 가장 끝, 가장 위에는 누가 있을까? 공판을 시작하기 전, 판사가 들어오기 직전에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여성이 뒤부터 쭉 훑으며 “모자는 벗으세요" 건조한 말투로 말을 했다. ‘그래, 모자는 혹시 안에 흉기를 가지고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이해하며 벗었다. 재판장 옆 출입문에 다다른 그 여성은 문을 열고 서있더니 “판사님 들어오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주세요"라고 했다. 검사도 법원 직원도 방청객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왜 일어나야 하는 거지?’ 의문이 들었다. 격식 같은 건가? 외국 영화를 봐도 판사가 들어올 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는 장면을 봤던 듯싶다. 그럼 전 세계 공통인가? 근데 왜지? 마땅히 존경해야 하는 존재인건가? 서로 각자의 맡은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것 아니가? 존경하는 재판장님의 판결에 토를 달지 못하게 하려는 일종의 리츄얼인가? 전자금융사기의 가장 끝보다 이것이 더 궁금한 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는 법원 방문을 마쳤다. 함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생활관점 보드를 입니다. 어떤 의견이든 전해주세요. 익명이니 자유롭게 써주세요. 다른 글에 댓글로 의견도 남길 수 있어요. 👇 |
마을상점생활관의 두 호스트의 생활의 관점을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