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소식
생활커뮤니티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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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건 틀어진 계획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실들 뒤엔 늘 예상치 못한 배움이 있었다. 말 못 할 고충도 뼈저린 교훈도 있었지만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환희도 있었다. 멋이라고는 없는 시작이었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래도 틀리지 않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34면 < 다만 및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 정멜멜 지음)
퇴사를 하고 동업자와 사업을 시작했고, 몇 해가 지나 나름 많은 성과를 얻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으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을 했을 것이라, 그랬으니 저렇게 잘 됐겠지 생각하기 쉽습니다. 정멜멜 이전 정유진이란 이름을 어느 회사 명함에 가지고 다녔던 그도 그랬으리라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브랜드 담당자와 온라인 편집숍의 디자이너로 한 프로젝트를 했기에 그의 계정은 꽤 오래전부터 팔로우가 되어있었고, 퇴사를 했다는 것도 텍스트온텍스처라는 정체불명의 스튜디오를 만든 것도 알고 있었지만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 졌는지는 알지 못 했습니다. "(학연으로 이어진) 디자이너끼리 돕고 돕는 스튜디오를 만들었나?" 정도로만 대충 생각을 했던 것도 같기도 합니다.
사진가 정멜멜이란 이름은 가끔 눈에 띄는 표지 사진에 혹은 매체의 크리딧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사실 정멜멜이라는 사진가가 예전에 만났던 그 디자이너라는 것도 알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 그의 책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를 읽고 그 때 그 분이었구나, 이제는 디자이너가 아닌 사진가, 이름도 정멜멜로 부르는구나 알게 됐습니다. 그의 책에는 내밀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부터 어떻게 퇴사를 했고, 어떻게 동업을 하게 됐고, 그 동업자와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었는지가 여럿 옮긴 사무실의 보증금과 월세를 정리 해 공개 할 만큼 상세하게 기록되어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예전에 오해했던 '디자이너 끼리끼리'같은 것이 아니라 그도 고군분투하며 살아 남았던 것이었구나,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표지와 제목만으로는, 그리고 정멜멜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분명 그 것에 대해 모르지 않을 텐데, 누구보다 더 명확하게 표지만으로, 제목만으로 시선을 끌 자신이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의아하긴 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기억했던 그 협업 때의 활발하고 사교성있던 모습은 사회적 자아였을지도, 이제는 사회적 자아가 아닌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멜멜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책은 정멜멜 답게 만들고 싶었던 것 아닐까 싶기도합니다.
생선구이집으로 시작 할 뻔했던 텍스트온텍스쳐의 모든 시행착오를 담은 이야기로 마을상점생활관에서 곧 만날 수 있습니다. 책에는 담지 못 한 많은 이야기가 그의 사진과 함께 전할 예정이라고 하니 자리를 마련하는 저희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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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아카데미 ] #11
소설가 김의경
'지나고 나니 청룡열차를 탄 듯이 순식간이지만 당시에는 하품을 수도 없이 하고 하릴없이 낙서도 많이 했다. 가장 시간이 안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길 위에 내려놓아 주긴 했지만 아무도 지도를 던져 주진 않았다" p.175 <청춘 파산> (김의경 지음)
실제 존재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대체로 그렇지 않을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가족이기에 물림된 빚, 가질 수 없는 것을 대체하는 다이소의 몇 천원 짜리 물건에 대한 중독, 내 집에는 있을 수 없는 이케아 쇼룸의 가구. 그런 것 같은 이야기 혹은 감정들.
김의경 작가를 그믐의 김혜경 대표와 장강명 작가에게 소개를 받고 처음 알게 되어 책을 읽으면서 외면하고 싶지만 존재하는 것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되어있는 것을 끊임 없이 이야기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이런 주제를 감상적이지 않은 섬세한 디테일과 긍정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가지만 일단 이걸 느끼려면 읽어야 하는데 주제 자체가 소재자체가 손이 쉽게 가지는 않은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주제와 소재를 우직하니 밀고 나가고 있는 그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니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인 걸까?
그리고 그의 히스토리를 찾아보다 부모님의 빚과 수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년 동안의 습작, 14번의 도전으로 드디어 그의 나이 서른 다섯에 '등단 소설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그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텼던 소설가라는 꿈은 지금에서는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많은 작가님이라 분명 해주실 이야기도 많을 거예요.' 김의경 작가를 추천하며 그믐의 김혜정 대표가 함께 한 얘기였습니다. 그에 더해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실과 그것을 버티게 하는 꿈. 그리고 이룬 꿈 이후의 이야기까지.
김의경 작가와 만나 그의 소설을 통해 꿈과 현실을 좀 더 직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꿈을 쫓아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웃과 함께 하고 싶은 자리입니다.
어쩌면 꿈을 이루기 위해 버티는 힘에 대한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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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아카데미 ] #12
8,700명이 구독하는 뉴스레터 <에그브렉> 발행인 & 매거진 <B> 에디터 박혜강
일과 생활, 그 다양한 삶의 레퍼런스 중 이번에는 [ 콘텐츠 ]를 만드는 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개인 프로젝트로는 (2022년 9월 기준) 8,700명이 구독하는 신간도서 추천 뉴스레터 <에그브렉>를 발행하고, 본업에서는 매거진 <B>와 직업인 인터뷰집 시리즈 JOBS를 출간하는 비미디어컴퍼니에서 일하는 박혜강 에디터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이번 만남에서는 개인 프로젝트로 발행하는 뉴스레터 <에그브렉>과 최근 박혜강 에디터가 참여한 직업인 인터뷰집 시리즈 <잡스(JOBS): COMEDIAN>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콘텐츠 소비자로 혹은 콘텐츠 생산자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새로운 일과 생활의 관점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자리를 마련합니다.
박혜강 ( @kkang1226 )
독서교육 회사와 월간지,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를 거쳐 현재는 매거진 <B>에서 콘텐츠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레터 ‘SPREAD by B’를 리드하고 있으며, 매거진 <B>와 단행본 <잡스> 시리즈에도 참여 중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듣고 싶은 이야기의 교차점 찾기를 좋아하고,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유연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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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심야책방 [타문화의 집밥]
: 다른 나라의 일상을 담은 특별하지 않은 음식을 현지에서 온 이웃이 직접 준비하여 한국의 이웃을 초대하는, 만남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9월은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넘어갑니다.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이집트의 집밥을 준비합니다. 이집트의 집밥은 8년 전 한국으로 가족이 함께 망명한 FATMA(파트마) 가족이 모두 함께 준비합니다.
* 9월 말 일정이 많아 부득이 하게 10월 2일에 진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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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U
Main.
Koshary: rice, vermicelli, lentils, onions, pasta, dried onions, chickpeas
sauce.1 : tomato sauce
sauce.2 : vinegar, garlic, lemon. dried coriander
SALAD: tomatoes, cucumbers, carrots, onions, green peppers, paprika
Drassing : vinegar, lemon and olive oi
Dessert. PUDDING yogurt, cream, starch and raisins
DRINK. Karkadeh hibiscus, tamarind, sug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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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같은 가장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음식을 맛보며 서로 다른 문화와 비슷한 생각을 함께 대화합니다.
이집트의 한 가족의 초대를 받아 놀러온다는 기분으로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만남의 자리에 초대합니다.
일시 : 2022.10.02(일) 저녁 7시
참가비: 없음 | 파트마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 간단한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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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책
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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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에 우리와 만날 김의경 작가의 책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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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파산 ( 김의경 지음 | 민음사 펴냄 | 2014 )
20대에 신용 불량자,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되어 버린 인주 막다른 청춘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 눈부신 젊음의 분투기
어머니의 사업 부도로 20대에 신용 불량자가, 30대에 개인 파산자가 된 주인공의 위태롭고 치열한 젊은 날을 그린 소설 『청춘 파산』이 출간되었다. 신용 불량자 신분으로 인해 일자리라고는 아르바이트밖에 구할 수 없고, 사채업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방 속엔 온갖 종류의 가발을 넣어 다녀야 하며, 빚 독촉 서류들에 대항하기 위해 밤새워 파산법을 공부해야 하는 서른셋의 백인주. 빚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수많은 청춘의 얼굴인 백인주는 작가 김의경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는 소설 속 인주처럼 열일곱 솜털 같은 나이에 집안의 부도를 겪으며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몰렸다. 사채업자들의 방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커녕 한 군데에서 일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작가는 주어진 삶에 가장 알맞은 형태인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글을 썼다.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치면서 깨닫게 됐다. 세상에 빚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은 빚처럼 널려 있다. 빚의 덫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이 소설이 아주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머리 위에 거대한 빚을 이고도 주눅 들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끝내 꿈을 찾아 가는 백인주의 이야기는 작가 김의경의 이야기와 겹치며 고단한 마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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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 ( 김의경 지음 | 민음사 펴냄 | 2018 )
“이대로 우리 집에 옮겨다 놨으면 좋겠어.” 전시된 아름다움, ‘쇼룸’을 향한 프랜차이즈형 욕망 소비와 주거, 그리고 삶을 잇는 조립식 상상
김의경의 첫 번째 소설집. 등단작 『청춘 파산』을 통해 김의경은 관념이 아닌 실재로서의 신용불량자, 파산자를 그려내며 한국문학에 낯설고 새로운 서사를 선사했다. 그리고 4년 후, 첫 번째 소설집 『쇼룸』을 통해 물건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삶,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자발적이고 성실하게 소비의 노예가 되어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묘파한다. 계란절단기나 레몬즙짜개, 크노파르프 소파와 헬머 서랍장, 이케아와 다이소, 고시원과 전세 보증금으로 확인 가능한 얇고 슬픈 정체성. 소설집의 제목인 『쇼룸』은 빛나는 대상을 향해 소설 속 인물들이 지니는 투명한 욕망을 아우른다. 그러나 작가가 ‘쇼룸’이라고 발음할 때 그 목소리는 전시된 공간의 허황됨에 대해 계몽하지도, 쾌적하고 합리적인 공간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도 않는다. 다만 집중하는 것은 착시에서 발생하는 틈이다. 가지고 싶고,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지지 못하는 상태. 김의경은 그 괴리에서 피어나는 불안과 비의를 묵묵히 담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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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펴냄 | 2018 )
갑질공화국 대한민국에 울림을 주는 청춘들의 ‘웃픈’ 이야기 콜센터에서 일할 때 등단하고, 콜센터 이야기로 수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김의경의 작품
꿈이 있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 절망하는 이 시대 청춘의 초상을 문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시작한 가운데, 우리 사회의 불편한 소재인 ‘갑질’에 얽힌 20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바로 김의경 작가가 자신의 체험담을 생생한 디테일로 풀어낸 장편소설 ‘콜센터’다. 소설에서는 갑질과 언어폭력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 콜센터가 주 무대로 등장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인 콜센터 상담원은 근무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남는 시간에 영어공부 등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아나운서, 공무원, 대기업 입사, 음식점 창업 등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진 주인공인 다섯 명의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들이 콜센터를 기착지로 삼아 일하면서 꿈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 시간에도 수십 통씩 전화를 받으면서 온갖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일은 엄청난 감정노동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이 시대 청춘의 모습과 정확히 닮아 있는 주인공 다섯 명이 콜센터에서 겪은 갑질 세태를 ‘웃픈’ 형식으로 제대로 포착한다. 또 진상 고객의 허세와 갑질의 상황들이 청춘의 현재와 어우러져 웃음과 헛헛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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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said,
나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나는 나를 알 것 같기도 하고 40년이나 지났지만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마음 같아선 ‘나는 내가 제일 잘 알지!’라고 단언하고 싶지만 이런 줄 알았던 나는 저렇게 생각하고, 저런 줄 알았던 나는 이렇게 행동한다.
나는 낯선 모든 것을 경계하고 어려워하고 두려워한다.(두려워 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고 싶은데,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은 변함없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면 그 순간을 돌파한다기보단 되도록 외면하는 쪽을 택했다. 아주 옛날 옛적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실은 나는 국민학교에 다녔고, 졸업을 하니 초등학교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수업에 지각하면 1교시가 끝날 때까지 교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문이 열리고 정적이 깨지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그 순간에 울음이 왕- 하고 나온 뒤로 절대로 지각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그 뒤로 몇 번의 지각을 더 했고 나는 1교시가 끝날 때까지 복도에서 선생님의 눈을 피해 기다렸다. 들어가야 하는 데 부끄럽고 창피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 수줍어하고 낯을 많이 가리고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책 읽기를 더 좋아했던 조용한 아이였다.
그 조용했던 아이는 4년이 흐른 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왈가닥이 되었다. 4살 아래인 남동생이 같은 학교에 입학했고, 나는 남동생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자기도 어린 주제에 남동생이 교실에 잘 들어갔는지, 우유 먹는 시간에 친구들한테 안 빼앗기고 잘 마셨는지 사소한 것들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챙겼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같이 놀던 이성 친구가 남동생을 놀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고, 나는 화가 나서 바로 그에게 달려가 그의 급소를 발로 뻥! 차버렸다. 그 친구는 울면서 사라졌고, 그날 밤 아빠 엄마는 그 친구의 부모에게 사과하고 빵을 한 아름 안겨주셨다. 나는 끝까지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면 내가 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나는 더 이상 지각하고 교실에 들어갈 때 울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들의 코멘트에서 조용하고 소극적이라는 표현이 빠지고 쾌활하고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심지어 조금 산만하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조용했던 아이가 활발하게 바뀐 건지, 원래 쾌활했는데 낯선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본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건지(그렇게나 오래??) 잘 모르겠다. 나는 나를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종종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모임에 나를 던진다. 지난 모임에선 주최자를 알고 있었고, 생활관의 단골손님들이 둘이나 그 모임에 있어서 대실패를 했고 그 뒤로 새벽 수영이라는 낯선 곳에 나를 빠뜨렸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 자신만의 언어로 자기소개를 하고 추측이 난무하는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그 상황 속에 놓인 나를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그렇다고 그 모임을 주도하거나 말을 수려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말하고 적당히 듣는다. 그리고 아주 많이 관찰한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행동이 싫고, 어떤 물건을 쓰는 사람을 좋아하고, 또 어떤 옷을 입은 사람을 싫어하고, 이런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멋있어하고, 저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을 피한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호와 불호를 쌓아간다.
원래부터 쾌활했는지, 터닝 포인트로 바뀐 건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더 이상은 낯선 곳에 나를 내던지는 일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으른이네 으른이야)
40대에 접어들고 나서야 나에 대해 분명하게 알게 된 사실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렌다. 앞으로의 나는, 40대 중반에, 그리고 50대가 되면 어떤 나에 대해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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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실 2012.8- 2022.9.19
복실이는 아버지가 첫 귀촌에 실패하고 올라오셨다가 다시 옮겨 내려간 무창포에서 2012년에 만났다. 지인이 아버지를 만나러 오는 길에 중간 어디서 유기가 됐는지 졸졸 따라오다 결국 아버지한테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이미 4살 추정이었는데 눈치가 빨랐다. 대소변을 잘 가리는 것 뿐 아니라 차를 타도 얌전히 있었다. 집안에서도 어지르는 것 하나 없었다. 알고보니 놀 줄 모르는 것이었다. 무척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귀촌인 아버지에게는 복실이만한 말 벗이 없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녀석에게 하루종일 말을 걸었다.
복실이는 놀 줄도 모르고 사회성도 떨어져 가족 외에는 인간이던 동물이던 짖기만 했다. 그 모습에서 아버지는 자신과 닮았다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앞에서는 데면데면 한 척 했지만 온 종일 복실이를 챙기는 것은 아버지였다. 그 마음을 아는지 복실이도 잠 만큼은 꼭 아버지 곁을 찾아 잠들었다.
추석 때 복실이의 숨소리가 좋지 않다며 걱정을 했다. 14살, 노견에게 좋다는 사료를 보내드렸다. 마지막 한 끼는 그 사료를 잘 먹었다고 했다. 진작 사줄껄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더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 했고 이미 너무 부어버린 간과 심장때문에 힘들어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하루 종일 아버지는 복실이를 안고 다녔다고 했다. 어머니 말로는 안고 다니면서 많이 눈물을 흘리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새벽에 더이상 호흡을 하지 않았다.
아침에 문자를 받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고생 안시키고 잘 갔지. 효녀야" 애써 담담한척 하셨지만 우리도 반려견 보통이를 잃어봐서 그 마음만은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비록 우린 10일, 아버지는 10년이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복실이가 언제 왔나 확인하러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복실이를 찍은 첫 사진을 찾아봤다. 어느 술집 야외 테이블에서 아버지에게 안겨있는 사진이었다. 그 캡션에 '우리 아버지 분명 강아지 싫다고 하셨는데 외로우셨나보다. 고맙다 복실아'라고 쓰여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고맙다,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이던 동물이던 연결된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여전히 힘들다. 부디 아버지가 잘 겪어내길 바랄 뿐이다.
*달력에 복실이가 떠난 날을 표시하려고 하다, 한 주 뒤가 보통이가 떠난 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 가족은 매월 9월 말이면 먼저 떠난 반려견 생각이 날 것 같다. 한 동안은.
#안녕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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