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북클럽에 참여 혹은 진행을 하고 있다. 하나는 몇 해 전부터 종종 진행했던 [언리미티드]라는 북클럽으로 현재 다섯 번째 멤버가 모집되어 진행이 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월간독서] 라는 이름의 북클럽이다. 매월 한 권의 책을 읽자는 취지로 비건 모임,선데이 모닝 필사 클럽 등으로 인연을 맺은 번역가 해란 씨와 꽃 사장의 요가 도반 예지 작가가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해 우리도 참여하고 몇몇 어울릴만한 멤버를 초대해 진행하는 북클럽이다. 이번 주에 그 두 북클럽이 월요일 그리고 어제 수요일에 있었다.
사실 독서모임이란 단어의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약간 구닥다리 느낌이기도 하고 잉여로운 무언가로 느껴져 그런 건 나이 든 무리들이나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괜찮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다 결국에는 매개가 되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 중에 가장 괜찮은 것이 책 아닌가 결국 그 구닥다리로 느껴지던 독서모임을 다시 꺼내봐야했다. 이슈클럽/ 영화클럽 등으로 시도는 하고 있는데 여전히 익숙한 건 북클럽인 듯 지금까지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대화'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를 난생처음으로 생각한다.
[월간독서]의 12월 책은 토드 메이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이었다. 철학을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니즈로 정해진 책이었다. 철학책 거기다가 번역가가 손을 댄 외서는 읽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문장과 문장이 번역적으로는 매끄러워 보이더라도 일반 우리의 눈에는 읽다가 길을 잃기를 반복할 수 있다. 이 책도 그랬다. 가끔은 앞장이 아닌 뒷장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이런 책의 경우에는 번역가가 정리를 해주기도, 저자가 결론이란 챕터로 정리를 해주기도 한다. 꽃 사장 정민S는 앞장부터 이해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길을 잃고 끝까지 읽지를 못 했다.
품위와 존엄, 최근 읽었던 철학 혹은 사회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원래부터 흔하게 등장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독 눈에 띄긴 한다. 사회의 안정이 오래되고 그 안정 속에서 다시 불협이 일어나고 길을 잃고 갈라지는 시대로 진단을 하고 있는 듯싶다. 결국은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엄하게 여기며 대화를 하면서 앞으로의 사회를 그려보는 것이 결국 그들이 수 백장의 글로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시작하는 [언리미티드 5th]의 12월 첫 책은 양영희 감독의 <카메라를 끄고 쓰겠습니다.>였다. 그의 영화인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본 적은 없다. 어느 OTT에도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유료로 구매해서 볼 수 있는 스트리밍도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 가족 3부작이라고 부르는 다큐를 너무나 보고 싶어 진다. 어쩌면 이 책은 그 세편의 다큐를 축약해서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는 캡션을 달은 책일 수 있다.
도대체 신념이란 뭘까? 남한의 폭정을 피해 일본으로 넘어갔고, 그 속에서 이등시민으로 핍박을 받아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그때 손을 내민 북한을 유일한 조국이라 믿으며 자식들까지 모두 그 속에 밀어 넣었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보냈던 북한이란 곳이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고, 결국 인질로 아이들을 빼앗긴 것이었고 평생을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살아야 했지만 차마 인정할 수 없어 여전히 북한의 체제를 찬양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에서 그 신념이란 뭘까를 생각하게 한다.
품위 있는 삶에 대한 철학과 현대사의 중심을 통과한 한 가족사의 이야기를 연이어 읽고 대화를 하면서 공통된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완벽한 도덕적 삶은 불가능하니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품위를 지키며 살자라고 말하는 (듯싶은) 토드 메이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그리고 완벽한, 완벽해야만 하는 신념과 그 부조리를 직면 혹은 인정하지 못했던 잔혹한 인생의 부모와 그들의 인생을 정면으로 파고들어 세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양영희 감독의 <카메라를 끄고 쓰겠습니다.>. 현실에는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는 언제나 불안하게 모순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그렇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직면하고 인정하고 계속 조정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아닐까 싶다.
'직면'과 '인정'이라는 단어에 대한 잔상이 많이 남는 한 주의 대화였다. 결국 대화를 통해서 돌아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