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첫번째 우리의 생활의 관점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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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간정산
20230101 - 2023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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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Host 정민의 주간 정산.
1월 1일 일요일
회사에 몸담고 일했을 때부터 남들 쉴 때 일했고, 자영업 하면 남들 쉴 때 나도 같이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월 1일에도 일하는 나를 마주하고 괜히 심드렁했다. 생활관 손님들에게 내 기분을 들키고 싶지 않아 더 많이 (가식적으로) 웃었다. 그러다 소윤 씨(so unique VEGAN LAP 대표)가 2023을 새겨 넣은 케이크를 주고 홀연히 사라지셔서 기분이 좋아졌다. 퇴근하고 TV 앞에 앉아 먹을 생각에 퇴근 때까지 신났다.
1월 2일 월요일
나의 개인 휴무일이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바뀌고 난 후 첫 월요일 근무다. 긴장은 왜 하고 난리래-_- 평소대로 조용-한 생활관 바닥과 소파를 닦고 또 닦는다. 손님이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생각의 고리가 여러 개 생겨 어떤 걸 끊어내야 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무아지경으로 소소의 털을 제거하고 있을 때 손님 한 분이 오셨다. (아이 반가워라!!) 주문을 받고 음료를 내어 드리고 돌아서는데 들려오는 소리."안녕하세요, 저 ~~작가에요. 인스타 디엠으로는 얘기 나눴었는데 얼굴은 처음 뵙네요."내가 너무 만나고 싶었던 돈(이라 쓰니 뭔가 속물 같지만 돈은 돈인걸)에 대해 쓴 작가님이셨다!!! 주절주절 떠들고 또 오래된 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했다. 2023년에는 반드시 돈 공부를 시작할 건데, 나 정도 되는 경제 무지랭이들과 함께 클럽을 만들어 작가님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1월 3일 화요일
쉬는 날. 졸업식 시즌이라 꽃 시장에 갔어야 하지만 쉬는 날 일하러 나가기 싫어 꽃 시장 일정도 수요일로 미뤘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다.
1월 4일 수요일
어제 미뤘던 꽃 시장, 어제 갔었어야 했나 꽃 시장에서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쳤다. 기분이 갑자기 안 좋아졌지만 꽃을 고르느라 다시 감정은 보통의 상태로 돌아왔다. 아까의 그 기분을 생활관까지 가져가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생활화가 제대로 "꽃집"으로 자리 잡지 못해서(4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정신 차려!!!!) 혼자서 겪는 감정적 괴로움들과 고민들이 나를 괴롭힌다. 생활관이 알려진 것만큼 내 브랜드도 함께 키웠어야 했는데 갈팡질팡하다 시간만 흘렀다. 젠장.
1월 5일 목요일
생활관 휴무. 하지만 출근해서 꽃 픽업을 기다리고, 가게 앞에 자리 잡은 동네 고양이 해순이를 위한 크고 따뜻한 집을 한 겹 더 지었다. 쉬는 날, 출근하지 않고 일 생각하지 않는 날이 오긴 올까?
1월 6일 금요일
새 책들이 입고되는 날은 바쁘다. 바코드 입력과 입고 리스트 업데이트와 SNS에 게시도 해야 한다. 종류가 적으면 괜찮은데 많이 입고되는 날은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을 다루느라 마음만 급하다. 여전히 서툰 일들을 하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생활관 이웃들에게는 자기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라 말하면서 도대체 나에게는 왜 이렇게 가혹하게 굴까?
1월 7일 토요일
보통의 생활관은 오전 내 손님이 없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요가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온 분들이 생활관으로 직행하는 일들이 생겨 고요한 생활관의 공기를 환기시켜준다. 커피가 맛있다며 차분하게 인사를 먼저 주신 손님과 소소의 털이 잔뜩 묻은 담요에 돌돌이를 돌리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바쁜 가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급하지 않은 손님과의 대화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이다. 귀하고. 조용한 시간도 좋지만, 서로 모여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을 (몰래) 관찰하는 묘미도 있다. 아마도 부부인 것 같은데 멍멍이와 함께 오셔서 각자 선호하는 자리에 앉아 각자 시간을 보내는 커플이 있다. 한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이라니! 너무 좋아!
1월 8일 일요일
일요일은 더더욱 오전이 조용하다. 하지만 역시 이른 시간에 꼭 붙어 생활관에 들러 음료 하나 디저트 하나 시키고 수줍게 공간을 둘러보고 가는 분들이 생겼다. 몇 번 뵈어서 안부를 물으면 정말로 수줍어하셔서 그걸 보는 내 입꼬리가 쓰윽 하고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나는 변태인가) 한 주의 시작이기도 하고 끝이기도 한 일요일도 생활관 안에서 웃었다. 그럼 다 된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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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직장을 다닐 때를 생각해보면 연말 송년이 끝나면 바로 다음 새 해 계획을 세워야 했다. 지난해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것을 토대로 매출 계획을 세우고 확장 가능성이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또다시 그것을 반영한 매출 계획을 변경한다. 또 그 매출 계획을 만들기 위한 플랜을 세운다. 그 전체를 아우르는 그럴 듯 한 목표를 먼저 만들기도 계획 이후에 만들기도 했다. 물론 그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나의 존재를 조직에 각인시키고자, 그 존재로 인해 운영자를 안심시키고자 만든 것일 뿐이었다. 위계도 허례허식도 그리 없는 회사여서 그것이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으나 위계와 허례허식이 큰 회사는 오죽할까 싶긴 하다.
생활관에는 그런 것은 없다. 그저 우리 둘이 “작년에 어땠어?”정도면 끝이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대충하나 싶기도 하다. 몇몇 분과 작은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다. “요즘 바쁘세요?”라고 미리 생각해 둔 이웃이 오면 입을 뗀다. “이런 거 한번 같이 안 해보실래요?”그렇게 시작된다. 머릿속에는 있는데 그 이웃이 오지 않으면 올 때까지 묵혀둔다.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서 정식 미팅을 하기에는 여물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다 그냥 없는 샘 지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뭘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갑작스레 약간의 조바심이 느껴졌다. 달력을 보니 이제 겨우 새 해가 한 주 지났을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좀 더 느긋해도 될 것 같았다. 한 해를 되돌아보는 되새김질이나 좀 더 해도 될 듯하다.
지난 레터에 이어 이번에는 하반기를 되새김질하며 지난해를 잘 떠나보냅니다.
7월.
결혼과 함께 타 지역으로 이주한 색소포니스트 서보경의 공연으로 시작을 했다. 보경씨가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준비하던 공연이었다. 처음으로 기타, 베이스, 드럼 거기다 보컬리스트가 둘이나 참여한 꽤나 성대한 공연이었다. 아, 심지어 MBC 아나운서가 진행을 했다. 안산을 떠나는 보경 씨의 마침점 같은 공연이었다. 덕분에 성대한 생일 파티를 한 것 같았다. (마침 내 생일에 공연이 열렸다.) <우리가 서로를>의 여섯 작가와 이병률 작가의 북토크가 있었고, <퀸즐랜드 자매로드>의 황선우, 김하나 작가의 북토크가 있었다. 작가와 함께 하는 북클럽에는 <나의 첫 사이드프로젝트>의 최재원 작가가 참여를 했다. 섭외는 안정기에 도달했고, 모집과 진행을 하는데 한 주 한 주가 빠르게 흘렀던 것 같다.
8월.
기존과 좀 다른 공연이 열렸다. 보통은 우리가 기획을 하는데 이번에는 전문 기획자도 아닌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한 이웃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생활관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그렇게 진행된 '좋아서 하는 밴드'의 조준호 뮤지션의 공연이 열렸다. 외부 뮤지션의 공연은 2년 전 뮤지션'시와'씨 이후 처음이었다. 기대만큼의 인원이 모이지는 않았다. 생애 처음으로 공연을 기획해보는 이웃 기획자도 전전긍긍하면서 알리면 좋을 단체들에게 연락을 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우쿨렐레 동호회에서 많은 자리를 채워주었다. “이번 투어 첫 공연에는 관객이 셋뿐이었어요. 모객에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공연 며칠 전에 앨범을 가져온 조준호 뮤지션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많은 관객 앞에서 누가 하고 싶지 않을까. 이웃기획자 은주 씨의 노력으로 조금의 훈기가 도는 공연을 열 수 있었다. 북토크는 팟캐스트 일기떨기의 천선란, 윤혜은, 윤소진 세 작가로 시작이 됐다. 사실 천선란 작가는 소속사가 있어 섭외가 쉽지는 않다. 이웃이자 문학과 지성사의 편집자 소진 씨 덕분이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든든한 이웃이 꽤 많다. 유독 인상 깊은 북토크와 북클럽이 많은 달이었다. 이후로는 김설&이보현 작가, 정혜윤 PD, 정명섭 작가의 북토크가 있었고, 섭외 때부터 기대하고 있던 박정훈 기자와의 두 번의 북클럽이 있었다. 그리고 타문화의 집밥이라는 타이틀로 안산에 이주한 외국인의 집밥을 경험하는 첫 번째 자리가 있었다. 작년에 알게 된 콩고민주공화국의 뮤리엘과 그의 친구 미셸이 아프리카 특유의 유쾌함으로 자리를 만들어줬다.
9월.
가을로 넘어가면 지원사업 프로그램의 진행이 조금 바빠진다. 10월에 모든 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결과보고서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서둘러 진행을 하게 된다. 이 즈음부터 홍보를 하고 모집을 하는데 힘을 덜 썼던 것 같다. 덜 썼다기보다는 ‘몇 없으면 어때? 우리끼리 즐기면 되지’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힘이 빠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예지&배윤슬 작가의 북토크로 시작을 했다. 두 작가의 만남에 더해 자리한 관객이 인상 깊었던 자리이기도 했다. 꽤 오래 남을 자리였다. 추석에 경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책을 처방하는 이상우 한의사의 북토크가 있었는데 처가가 안산이라 명절에 올라온다는 얘기에 그럼 올라온 김에 하자고 제안을 해서 이뤄진 자리였다. 명절이라 온 가족과 친척까지 북토크에 자리를 했다. 덕분에 자리를 채웠다. 원래 독서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첫자리로 섭외를 하고 싶었던 진로심리학자 이항심 교수의 북토크도 있었다. “자존감보다 자기 효능감이 중요해요. 그리고 체력” 오랜만에 대학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사진가 정멜멜, 소설가 김의경의 북토크가 이어졌다. 작가와 함께 하는 북클럽은 8월이 마지막이었는데 8월부터는 인문책수다라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도서까지 제공하는 새로운 북클럽을 열었다. 철학과 사회에 대한 자리였는데 박정훈 기자와의 북클럽의 영향으로 정한 주제였다. 단순한 재미보다 좀 더 진지한 재미를 느끼고 싶었다. 충분히 니즈가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음악생활관이란 이름으로 이웃뮤지션 공연을 공연보다는 와인 한잔 마시면서 서로 대화하면서 음악도 듣는 자리로 바꿨다. 반응이 뜨거웠다. 낯 모를 사람들이 한 둘 모여 2차 뒤풀이를 가는 것을 보고 역시 관계에는 음악과 술이 답인가 싶기도. 아, 그리고 마을상점생활관의 자랑인 생활[텃밭]클럽 두 번째가 시작됐다. 이번 목적이자 주제는 김장이었다.
10월.
매거진B의 박혜강 에디터의 북토크로 시작이 됐다. 같이 일한 적은 없지만 이전 직장의 직원이라 괜히 신경이 쓰였다. 조금 더디게 모집이 되다 며칠 전이 돼서야 적당히 신청이 들어왔다. 대체로 서울에서 혹은 경기 외 지역에서 신청한 분들이었다. 브랜딩 혹은 자기 콘텐츠 대한 관심을 여기서 기대하는 건 아직 시기상조인가? 아직 모르겠다. 9월에는 시간을 만들 수 없어 10월로 이월한 타문화의 집밥을 열었다. 이번에는 ‘이집트’였다. 아랍권은 대체로 비건식이라 음식도 좋았지만 한국어를 할지 몰라 대화는 쉽지 않았지만 겨우겨우 이해한 그들의 삶이 인상에 많이 남았다.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지원사업프로그램이었다. 꽤 전에 섭외를 했지만 일정이 밀리고 밀린 두 작가의 북클럽이 있었다. 장강명 작가와 손현녕 작가였다. 장강명 작가는 신작작업으로, 손현녕 작가는 해외에 체류 중이라 미뤄져 10월 날 좋을 때 피날레처럼 자리를 마련하자 생각한 자리이기도 했다. ‘일+생활 내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법’ 이란 주제의 강연으로는 장강명 작가가 마침점을 찍어 준 듯 느껴졌고, 손현녕 작가가 에필로그처럼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북토크가 있었다. 미국에 사는 박혜윤 작가의 신작 북토크를 생활관에서 하고 싶다는 편집자의 연락을 받았고, 바로 진행이 됐다. 만나기 쉽지 않은 작가와의 만남이라 전국에서 북토크에 참여를 했다. 제주도에서 온 참여자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볼 일 있어 온 것이 아닌 진짜 이 북토크만을 위해 온 것이었다. 되돌아가며 SNS에 ‘교통비에 숙박비까지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감상을 남겼다. 이날만큼은 미슐렝 쓰리스타급처럼 느껴졌다. 진짜 마지막 북토크는 민음사 편집자이자 2022년에 갓 등단한 강성봉 작가였다. 예전만큼 등단의 관심도 없거니와 문학의 위력이 떨어지는 시대라 갓 등단한 작가를 북토크에 섭외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신청자는 적었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아니었으면 꽤나 어색할뻔했다. 아무튼 작가 강성봉의 생애 첫 북토크는 마을상점생활관이 되었다.
11월.
한 숨 돌릴 수 있던 달이었다. 총 15번의 북토크를 끝냈고, 총 14번의 작가와의 북클럽을 끝냈다. 몇 개의 프로그램이 남아있긴 했지만 섭외도 모두 끝났고, 이미 모집을 하는 중이었고 몇 없어도 충분히 즐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어 걱정이 덜했다. 최종 보고서만 잘 작성해서 보내면 됐다. 10월 중순부터 미리 지난 프로그램의 보고서를 써둬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생각지 않았던 서점의 날에 장관상을 받게 됐다. 담당 공무원의 추천으로 받게 된 것이었다. 선정이유는 알려주지 않아 모르지만 ‘한 해 꽤나 열심히 한 듯 보였나?’ 정도로 이해를 했다. 거기에 더 해 2022년 진행된 도서 관련사업의 관계자가 모두 모이는 결과보고 자리에 발표자로 섭외를 받았다. 이 것도 선정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데 ‘도서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사업에 서점 같이 않은 서점이 참여해 잘 마무리한 것 때문 아닐까’ 정도로 이해를 했다. 퇴사 이후 연말을 느낄만한 자리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는데 덕분에 한 해가 다 지나갔구나 괜찮은 한 해였나 외부적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생활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진행을 해야 했다. 생활텃밭클럽의 피날레 텃밭잔치와 김장이 있었고, 타문화의 집밥의 마지막 자리는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이었다. 중앙아시아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동네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아시아인에 대해 조금 알게 됐다.
12월.
매년 12월 첫 한 주는 쉬어갔다. 결혼기념일이 있는 주이기도 하고, 소소를 입양한 날이 있는 주이기도 하다. 사실 그보다는 딱 이맘때가 되면 쉬지 않고서는 안될 정신 상태가 된다. 거기다 올 해는 6월 이른 여름방학을 한 이후로 연이어 쉬어간 날도 없었다. (그 방학도 부모님과 여행이라 쉬어갔다 볼 수 없었다.) 근데 문제는 서울예술대학 출판수업과 문화플랫폼 열무라는 곳과 미리 선약된 대관이 있었다. 특히 서울예술대학 출판수업으로 하는 대관에서는 자문비를 받고 약간의 말을 해야 했다. 중간에는 독서문화사업에 발표가 있었다. 그러니 쉬는 것도 아닌 일하는 것도 아닌 채 한 주의 방학을 보내며 시작을 해야 했다. 그냥 조용히 마지막 달을 보낼까 생각하다가 코로나19로 생각만 하고 진행하지 못 한 연말 자리를 지금 아니면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총 네 번의 연말 파티를 했다. 한 번은 연말정산이란 이름으로 한 해를 함께 되돌아보는 자리였고, 한 번은 한 해 고마웠던 분들을 조용히 초대한 파티였고, 한 번은 안산채식모임과 함께 비건 포크럭 연말 파티를 했고, 크리스마스에 음악생활관 공연을 했다. 누군가의 초대를 받은 자리는 없었지만 우리가 초대하면 되니까, 그러려고 만든 생활관이니. 충분히 잘 마무리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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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4일 우리의 대화-록
정민: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원래 별로 지나간 일이나 지나온 날들에 대해 후회를 한다거나 아쉬워하는 그런 게 없었거든. 근데, 요즘 부쩍 조금 더 어렸을 때, 내가 조금 더 겁이 없었을 때 더 많이 경험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 예를 들면 운전 같은 게 그렇더라고. 원래도 성향 자체가 겁이 많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데 이게 한 살 한 살 나이 먹을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 그걸 깨려고 작년에 안 해보던 것들을 하고, 그렇게 필요 없다던 운전면허도 딴 거니까. 나는 내가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이 안다고 생각했거든. 참 나. 뭣도 몰랐으면서. 형진: 오만했던 거지. 편협했고.
정민: 맞아. 나는 내가 사는 세계가 다 일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그때는 왜 그렇게 생각했지? 진짜로, 왜 그렇게 오만했지? 웃긴 건 그때는 오만한지도 몰랐어. 어른인 줄 착각했겠지 뭐. 그 세계 안에서 지 잘난 맛에 잘도 살긴 했는데, 나이 마흔 넘어 보니 우습더라고. 지난 내 호기로움들이. 그렇게 호기로울 때 운전 배웠으면 얼마나 좋아! 젠장. 나이 먹고 겁은 더 많아져서 힘들어 죽겠네.
형진: 뭐 운전도 10년 뒤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기억도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져 있을껄? 지금이야 어렵다고 해도 계속 하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애. 내가 말했던 매일 30km 달린다는 80세 생물학자도 그냥 꾸준히 달린거야. 병원에서 나이때문에 더 이상 달리기는 하지 말라고 해도 그냥 계속 달렸대. 그랬더니 여전히 100km 울트라마라톤 같은데 출전하고 그러잖아.
정민: 맞아. 진짜 그냥 계속하는 거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아. 진짜로 닥치고 그냥 하는 거. 두려워하지 말고 올해는 좀 그래봐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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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런 by 형진C
매주 두 번에서 세 번정도 달리기를 합니다. 가끔 길게 쉬어가는 날이면 며칠 연속으로 달리기도 하는데 아직 매일 달리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워서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함께 달려보자 생각해서 생활런닝클럽을 만든 적도 있는데 당시에는 주기적으로 달리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매주 일요일 오전에 달리자 공지했지만 그 오전에 선데이모닝필사클럽을 하면서 단톡방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아무튼, 달리기를 생활화하면서 중요하다 생각되는 건 루트였습니다. 루트가 있으면 어디까지 힘을 써야 하는지, 어느 정도만 가면 될지 가늠할 수 있어 모를 때보다 좀 더 달리기가 쉬워집니다. 보통 달릴 때 3km/ 5km/ 8km/ 10km 정도로 오늘의 목표를 잡고 달립니다. 출발점은 생활관입니다. 생활관에서 달리 좋은 루트를 소개합니다. 작년에 처음으로 하프라고 말하는 21km를 달려봤는데 아직 그 루트는 제대로 찾지 못 했습니다. 올 해는 21km를 분기별로 한 번씩 하는 것인데, 그 때 그 루트를 소개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함께 달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좋은 산책 루트와 함께 달리기 루트도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일단 3km먼저 소개해드릴게요.
3km
- 생활관에서 나와 학현초등학교방면으로 일단 걸어가면서 몸을 풉니다.
- 신호등을 건너면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 송호마을과 송호고등학교 사이의 차없는 길을 건너 구름다리를 건너 달립니다.
- 주공그린빌10단지와 푸르지오2차 사이의 길을 따라 달립니다.
- 안산천 산책로가 나오는데 예전에는 아래 안산천길을 달렸는데 요즘에는 그 위에 자전거 도로를 주로 달립니다.
- *안산천길보다 윗 자전거 도로가 가로수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이 좀 더 달리기 좋습니다.
- 한적한 길을 계속 달리다가 꿈의 교회가 나오는 지점을 반환점으로 해서 돌아옵니다.
- 아래 안산천길과 위에 자전거 도로 모두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습니다.
- 반환점을 돌아서 왔던 길의 건너편 길로 되돌아 옵니다.
- 그러면 3.23km 정도가 됩니다.
- 예전 생활러닝클럽때 꽃사장 정민C와 달리던 루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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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생활관 앞에 있는 이동공원은 한 바퀴가 500m정도가 됩니다. 여섯바퀴 정도 공원을 둘러쌓고 있는 나무가 있는 길로 달리면 3km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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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해주시면 다음주 레터에 함께 공유할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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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이웃과 이웃이 만나는 좀 더 따뜻한 연말을 위한 자리를 마련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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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TED.
2023년 1월 음악생활관을 함께 할 이웃 뮤지션을 찾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나뉜 공연 형식보다는 뮤지션과 이웃이 함께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음악과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혹은 나의 감정을 악기로로 표현하는 뮤지션을 찾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도 연락을 주세요. 저희와 함께 어떤 기획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뮤지션들과의 커뮤니티를 생각하며 매월 진행하는 음악생활관입니다.
: 음악생활관 vol.5 진행 일시 2023.1.27 금요일 저녁 7시
: 단 한 곡의 자작곡만 있어도 좋습니다.
: 진행 한 주 전에 함께 하는 뮤지션들과 진행을 위한 미팅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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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에 준비했던 지원사업에 대한 기획을 함께 할 수 있는 '눈먼 돈 프로젝트클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곧 소개할게요.
- 얼마전, 저희가 시인청년이라고 부르는 지난해 등단한 시인 손님이 오랜만에 생활관을 방문했습니다. 그와 얘기를 하다가 시에 대한 대화를 하는, 알아가는 클럽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곧 이것도 소개할게요.
- 지난 해 말씀드린 생활클럽:신년계획을 1월 29일 일요일 저녁 7시로 준비중에 있습니다. 소제목은 작심한달 리부트 클럽입니다. 한 달 지내 본 새 해를 다시 재점검하고 계획을 조정해보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곧 모집 할 게요.
- 다음주 토요일(14일) 이동공원 근처에서 어느 매체인지 모르겠지만 드라마를 촬영한다고 합니다. 그 드라마의 PD를 맡고 있는 분이 종종 뵀던 분이라 배우들의 대기장소로 2층 빅테이블을 내어드리기로 했어요. 크게 다른 점은 없겠지만 방문하시는데 참고해주세요.
- 생활관 뒤 강아지판매점이 없어지고, '살구나무'라는 이름의 중고의류판매점이 생겼습니다. 저희는 남몰래 반기고 있습니다.
- 2023년 1월 16일(월)부터 22일(일)까지 마을상점생활관은 신년 휴가를 떠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는 것이라 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해외를 다녀옵니다. 또 한 번 공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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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답장 남겨주신 말에 몰래 답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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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이런 콘텐츠 과잉시대에 저희 레터를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저희도 올 한 해 잘 부탁드립니다. 꾸준히 잘 담아 전해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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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워라벨보다는 져녁 7시부터 행사가 많아 변경을 한 것이긴 해요. 지금은 조용하지만 함께 즐길만한 저녁 시간을 잘 마련해볼게요. 그리고 저희 오래 오래 있을게요. : ) 감사합니다. 아, 참고로 저희는 워라벨 보다는 워라블을 추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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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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