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새해 첫 레터이자, 여행과 휴식으로 재충전한 우리의 생활 관점을 꾹꾹 담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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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간정산
20230124 - 2023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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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Host 정민의 주간 정산.
1월 24일 화요일
날씨가 영하 17도란다. 냉동실 온도지 이게 무슨 날씨냐.
아무리 연휴 마지막 날이라도 누가 이 추위를 뚫고 나오고 싶겠냐.(나는 절대 안 움직일 것임) 하지만 사회적 자아는 열심히 따뜻한 말로 환대를 예고했다. 수학 선생님이면서 요가 선생님도 겸하고 있는 아직 이름을 모르는 손님과 해순이에게 맛있는 츄르를 주셨던 역시 성함을 모르는 손님이 동시에 들어오셨다. 해순이의 존재를 알고 계신 손님에게는 해순이의 죽음에 대해 알렸고, 무맥락이지만 손님은 나에게 돌김 두 장을 선물로 주셨다. (김 러버에게 최고의 선물!) 이들을 시작으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생활관을 찾아주셨다. 준비해두었던 애플크럼블 파이가 당일에 모두 판매된 건 처음 있는 일!
생활관을 가득 채운 손님들에게 약속대로 베트남에서 사 온 아티초크 티를 내어드렸다. 다들 맛있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시며 드셔주셔서 차 우릴 맛 났다!
멍멍이 손님, 아기 손님, 자주 만나는 손님, 처음 만나는 손님, 오랜만에 인사하는 손님들 모두 연휴 끝자락에 만나 웃으며 한마디라도 섞었는데 다음에는 부디 모두의 이름을 부르는 날이 오길.
아, 세척솔을 종이에 말아 포장하고 마무리로 생활관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려는데 일기장에 붙이려고 조금 길게 잘라달라는 손님에게 무슨 선심 쓰듯 생활관 마스킹 테이프를 드렸다. 기왕 드릴 거 새 걸로 드릴 걸 쓰던 거 드려서 괜히 마음에 걸린다.
1월 25일 수요일
연휴가 끝났으니 이제 숨 좀 돌리고 원래의 한가했던 생활관을 기대하며 아주 게으르게 오픈 준비를 했다. 배송 업무가 시작되어 새로운 도서들이 줄기차게 들어왔다. 오픈부터 오전 시간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냥 게으름을 피웠다. (요즘 계속 그러고 싶어서 큰일임) 게으름의 끝에는 처절한 정신없음으로 늘 응징을 당했음에도 늘 부리고 싶은 게 게. 으. 름!
역시나 바쁨으로 응징을 당했다. 바쁨 속에서 디저트도 만들고, 새로운 도서도 입고시키고, 오랜만에 만나는 손님들과 설 연휴 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정말로 바빴던 기억 말고는 전혀 나지 않는다. (매일 기록하라고, 미루고 미루다 코앞에 닥쳐서 하지 말고! 나 자신아!)
애정 했던 북클럽 멤버, 경림 씨와 정인 씨와의 마지막 시간. GIVER로 남겠다는 정인 씨는 작고 귀여운 선물을 준비하셨다. (이런 말 참 그렇지만) 괜찮은 청년이다. 사유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 멋있어.
1월 26일 목요일
생활관 정기 휴무
새벽 요가 수련을 마치고 생활관으로 인연이 된 나의 도반들과 휴무여서 한가한 생활관에 모여 따뜻한 차를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새로운 계획들도 도모하고 헤어졌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이 관계. 잘 지켜내고 싶다.
1월 27일 금요일
내가 머물다 간 자리는 어땠을까 생각을 종종 한다. 생활관을 떠난 손님들의 자리를 정리하며 생각하는 것이다. 사용한 화장실을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손 닦는 수건을 바구니에 내가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그다음 사람, 또 그다음 사람이 넣는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용한 수건이라서 혹은, 내가 치울 게 아니니까, 뭐 어떤 다른 이유로 정말 사용한 수건을 막 던지다시피 해 놓고 가는 분들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장면을 보면 '와 진짜 너무 별론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나는 정갈하게 해두고 나와야지. 이게 내 모습일 수도 있어.'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생각을 끝낸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작업을 많이 하는 빅테이블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든 지우개 가루를 치우고 가는 게 맞냐 틀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머물다 떠난 자리가 나를 나타내는 거라는 생각하는 게 결여된 걸 수도 있다는 살짝 오만한 생각도 해본다. 어디까지가 호스트의 일이고, 어디까지가 게스트가 누려야 할 권리인지 애매모호하다. 그럴 땐 그냥 내 일이라 생각하고 하면 그만이다.
경림 씨와 병훈 씨 각자의 반가운 소식을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며 함께 웃고 축하해 줬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간 것, 새로운 인연을 만난 것,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반가운 일이 아니면 뭐겠어! 생활관 이웃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는 순간이 나는 참 좋다. 이들과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싶은데,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으니 누군가는 떠난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운다. 나와 형진만 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으면 된다.
1월 28일 토요일
베트남 여행 마지막 날 들렀던 라비엣 카페에서 먹었던 바나나 파운드 케이크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따뜻하게 데워진 케이크와 갓 내린 커피의 조합이 너무 좋아서 나도 그 맛을 구현해 내고 싶었다.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식감부터 맛까지 모두 별로인 결과가 나와서 의지가 사라졌다. 베이킹을 좋아하고, 반복된 시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누구? 의지력, 지구력 쓰레기. 그래서 한 번 테스트로 끝냈다. 달달구리 디저트는 애플크럼블 파이로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장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생각의 회로가 이상하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이는 친구로 보이는 손님 무리가 있다. 대략 2시간 정도 각자의 일을 하고 헤어지는 것 같은데, 토요일 아침 10시에 생활관 빅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의 일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뿌듯하고(아니, 내가 왜??) 멋지고 부럽기도 하다. 그들의 여유, 그들의 싱그러움, 그런 친구들 모두.
1월 29일 일요일
실내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3년 전 이맘때 지구의 모든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렸던 바이러스가 이제는 감기 정도로 치부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염려병을 갖고 있는 나는 괜히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더욱더 또렷하게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걱정인형인 나조차도 설레게 만든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공감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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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해외여행이었다. 5년 전 마지막 비행기의 행선지는 중국 광저우였는데 그것도 정확히 말하면 휴가는 아닌 출장이었다. 당시에는 정민과 그의 형제들이 작은 브랜드를 하나 만들고 있었고, 브랜딩과 브랜드 운영을 업으로 삼던 내가 퇴사 후에 그 일을 돕고 있었다. 그래서 정민의 삼 남매와 나까지 넷이서 함께 간 출장이었다. 여행과 출장 그 사이정도였던 듯싶다. 그 이전으로 올라가면 그로부터 약 한 해 전에 다녀온 인도와 프랑스가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온전히 여행이었다. 아무튼 5년 혹은 6년 만에 떠난 곳은 베트남의 ‘달랏’이라는 지역이었다. 작년부터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자는 얘기가 있어 그 행선지를 태국이나 대만으로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어디서 봤는지 ‘베트남 달랏’을 고집하셨다. 비행기 티켓과 숙소까지 결제를 한 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달랏 여행기가 방영이 되어 괜히 요즘 남들 가는 그런 여행지를 가게 된 셈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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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3박의 일정이었지만 월요일 새벽 2시 30분에 인천을 출발해 달랏에 아침 6시에 도착, 그리고 목요일 저녁에 달랏에서 호치민을 경유해 인천공항에는 금요일 아침 6시에 도착하니 정말 꽉 채운 3박 4일이었다. 쉽게 피로를 느끼는 노인네를 모시고 다녀오기에는 조금 무리한 일정이라는 것은 다녀온 다음에야 알았다. 혹시 다음에 또 함께 가족 해외여행을 간다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여유 있는 일정이 좋을 듯싶다. 또 간다면 말이다.
베트남 달랏은 고산지대에 있어 일 년 내내 봄 혹은 가을 날씨다. 그래서 ‘봄의 도시, 달랏’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1월부터 3월까지가 건기라 비도 내리지 않고 여행하기 딱 적당하다고 하는데 낮에 따뜻한 기온 때문인지 저녁의 한기가 체감상 꽤 서늘하게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반바지에 긴 후드티를 입고 다니기 딱 적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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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는 태국의 치앙마이가 한 달 살기로 유명했던 기억에 있는데 요즘에는 베트남의 달랏이 그 한 달 살기 지위를 이어받은 듯했다. 여행 계획을 짜느라 여럿 블로그를 봤는데 그런듯 보였다. 기묘한 건축물인 크레이지 하우스, 베트남 황제의 여름별장 그리고 와인과 커피의 원산지라 농장 투어 같은 것을 하는 듯했다. 베트남에는 폭포가 있는 곳이 흔하지 않아 현지인에게는 폭포를 보러 오는 지역이라고도 했다. 다 다녀 본 건 아니지만 ‘심심하면’ 가볼 만한 것들 뿐이었다. 그저 좋은 날씨에 한적하게 머물기 좋은 여행지로 남았다. 아마도 그래서 한 달 살기 좋은 곳으로 선택을 하는 듯하다.
어머니가 여행 출발 때부터 몸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몸상태 때문인지, 그냥 맞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베트남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다. 부모님은 베트남을 몇 번 가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괜찮겠거니 생각했는데 그 몇 번 가본 베트남은 모두 패키지여행이었다.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패키지여행을 해본 적이 없으니 패키지여행에서는 한식당만, 삼겹살만 찾아다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나. 결국 값싸고 맛있다는 베트남 현지 식당을 갈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매일 숙소 조식에서 나오는 베트남 음식으로 그 아쉬움을 채웠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5성급으로 현지에서는 꽤 비싼 숙소라는데 1박에 13만 원 정도였다. 100년 된 프랑스 마을을 리조트로 만든 곳이었는데 오래된 세월의 흔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꽤 만족했다. 특히, 일출 때 달랏 중심에 있는 호수를 달릴 수 있게 차량을 제공하는데 이번 여행의 가장 큰 호사였다.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한다.) 아침 요가 수업도 있어 정민씨가 기대를 했지만 주말에만 운영을 해서 그 호사는 누리지 못하고 대신 숙소 발코니에서 셀프 요가로 셀프 호사를 누렸다. 혹시 달랏을 간다면 추천하는 숙소다.
왜 여행을 가는 걸까? 분명 전에는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고 색다른 소비를 하는데 그 여행의 맛을 느꼈다. 이번에 다녀오니 그전과는 다른 맛을 느꼈다. 다른 환경에서 경험하는 그대로의 일상 정도의 맛이 가장 짙게 우러났다. 예전 여행에서는 운동은 꿈도 꾸지 못 했다. 매일 꽤 오랜 시간 걷고 또 걷고 늦은 저녁에는 현지 음식과 술로 채우고 또 채웠다. 어쩌면 평소 일상이랄 것도 없이 살았으니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뭔가를, 특별한 뭔가를 계속 채우려고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 다져진 일상이 있다면 여행의 맛도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한 듯하다. 다녀와 다시 가고 싶어 그리워하기 보다는 지금의 일상을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좀 더 깊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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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3박 4일의 여행. (대화 대신 여행) by 정민
코로나가 종식 비스무리한 무드에 들어서고 해외여행이 활발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나 역시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내가 계획한 건 아니고, 경제력이 있는 자들을 위한 가이드와 통역을 제공하는 물물교환 여행이랄까??
베트남에 처음 가봤다. 첫 경험이 파트너의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니!(설명이 더 필요한가?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여!! 나에게 애썼다, 대견하다 랜선으로 응원을 해달라!!)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일 지도 모른 파트너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외쳤던 베트남의 유럽, 달랏으로 우리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태국을 가보고 싶었는데, 파트너의 아버지(이하 최경희 씨)는 확고했다. 꽃 일을 하는 며느리를 위한 마음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 게, 자꾸 달랏은 꽃이 엄청 유명하다며 고집을 부리셨다. 어차피 결정권자는 나와 파트너가 아니었으니 달랏으로 정하고 여행 계획들을 세웠다. 발권을 하고, 숙소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 아, 달랏은 직항이 있으나 항공기가 무척 소박한 항공사들뿐. 하지만 뭐? 선택권이 없다. 가야만 한다. 달랏으로-
기대감은 1/3 정도만 채우고 시작된 우리들의 여행. 시작부터 삐거덕거린다. 파트너의 어머니(이하 정점윤 씨)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얘기에 챙겨야 할 약들이 한가득 되었다. 해외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괜한 수고스러움이 가중되는 게 싫어 집에 있는 상비약을 캐리어 안에 죄다 털어 넣었더니 짐의 1/4이 약으로 채워졌다. 이 무슨 내 기대감과 비슷한,,,,, 스스로 괜찮은 며느리라는 착각에 빠져 기내 담요가 제공되지 않는 항공편이기에 담요도 가방에 욱여넣었다. 따뜻한 나라로 3박 4일의 여행인데 짐의 부피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사람의 짐가방 같았다.
새벽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밤 9시부터 공항에서 대기했다. 20대와 30대를 보낸 공항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공항이 아니었다. 없어진 식당들도, 새롭게 바뀐 화장실도, 예전에 알고 지낸 후배들도 모두 새로웠다. 하지만 그 새로움을 만끽할 겨를이 있겠냐. 어른들 모시고 하는 첫 해외여행이니 괜히 마음이 부산하다. 컨디션이 별로였던 정점윤 씨와 달랏을 외쳐대던 최경희 씨의 안위가 나와 나의 파트너의 최우선이었으니
탑승 수속도 하기 전에 약간 지친 정점윤씨에게 비타민 가득 든 한라봉 주스 하나를 드렸다. 거의 장사치나 다름없는 공항 약국에서 영업당한 아르기닌 앰플도 하나씩 챙겨 드렸다. 이럴 땐 정말 싹싹한 며느리가 된 기분이다.
여전히 공항을 지키고 있는 친한 동생 찬스로 괜찮은 자리를 배정받고 어둡고 추운 비행기에 올라타기만을 기다린다. 적어도 달랏으로 향하는 5시간 동안은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진짜 여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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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나의 새벽 루틴이다. 달랏에서도 변함없이 계속된 나의 새벽 루틴.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시고 요가를 하고 일기를 쓰는 나만의 리추얼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했다는 것. 나의 파트너와 내가 꼽은 최고의 순간은 우리 서로의 루틴을 계속해서 지켰다는 것.
여행과는 별개의 순간이라 할 수 있지만 끊임없는 일상의 연속이라는 점에서는 스스로가 멋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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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달랏을 떠올리면 느긋함과 따뜻함 속 무질서가 생각난다.
오토바이가 많은 도시가 처음이었고, 좁은 인도에 자잘하게 늘어선 길거리 상점과, 횡단보도의 존재 이유가 뭔지 궁금했던 곳. 그럼에도 그 안에서 사람들은 밝았고, 다정했고, 여유가 넘쳤다. 마치, 달랏의 한낮 날씨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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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아들인 최형진 씨는 전체적인 구성과 가이드를 맡았고, 나는 두 분의 건강과 기분을 챙기고 사진사가 되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간 요가를 했던가. 하체와 코어에 힘이 생기니 어떤 극강의 자세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요가로운 여행 같으니라고.
정점윤 씨의 까탈스러움과 최경희 씨의 독불장군 스타일 여행이 호락호락하진 않았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도리를 했다는 데 있어서 이번 여행은 달랏의 날씨만큼이나 따뜻했다. (로 마무리하겠다. 말이 더 필요한가?? 궁금하면 생활관에 와서 정민에게 베트남 여행기 들려달라고 해주세요. 오프더레코드로 탈탈 털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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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OUT by 형진C
학창 시절 운동은 주로 농구였는데, 사회에 나와서는 어떤 운동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회사에서 복지차원으로 헬스 지원비를 준다기에 퇴근 후에 혹은 야근 전에 바로 옆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기도 했고, 동료 중에 누군가 권투를 해보자 해서 잠깐 권투장을 다닌 적도 있긴 한데 모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흥미보다는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함께 헬스장을, 권투장을 다녀온 후에 죄책감 없이 밤새 술을 마시던 시절이라 술 마시고 노는데 더 빠져있었던 탓이기도 한 듯합니다.
어느 순간엔가 일상을 뭘로 채워야 하지? 뭘 해야 만족스런 하루를 만들 수 있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일상’이란 것이 그저 주어진 생활 정도로 인식을 하고 벗어나려고만 했지 그 일상을 어떻게 잘 만들어야 할지는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때 즈음 괜한 헛헛함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소소를 반려하고 나서 녀석의 행동을 알아가던 시절, 소소의 선생님인 이순영 트레이너의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다’라며 많은 산책과 자극이 삶을 좀 더 풍부하게 해 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결국 공허하고 지루한 틈과 틈을 매우기 위해서 사는 것 아닌가, 지금 당장의 생존을 위한 돈벌이가 아닌 노후를 위한, 자녀의 미래를 위한, 더 큰 집과 더 그럴 듯한 차를 위한, 지금은 없지만 언젠가 있을지 모를 비용을 대비하는 돈벌이도 결국에는 그 틈과 틈을 매워주고 있는 것 정도이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그 틈을 매우는 방법을 돈을 벌거나 돈을 쓰는 것만 알며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닌가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좀 더 피곤해지자. 생각한 것이 아마 이때즈음인 듯 싶습니다.
먼저 한 것은 달리기였습니다. 이전에는 가끔 달린 적은 있었지만 기록을 재고 루트를 생각하면서 달린 적은 없었는데, 한 번 꾸준히 달려보자 생각을 했습니다. 몸을 피곤하게 하는데 운동만 한 것이 없으니까요. 이제 10km 정도는 두렵지 않게 달리고, 21km 하프도 약간의 두려움을 갖고 달렸는데 그마저도 얼마 전부터 읽던 책에서 80세 노교수가 매일 30km씩 달린다는 얘기에 별것 아닌 것 같아졌습니다. 근데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라 그로 파생된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러닝크루 혹은 마라톤동호회에 들어가 달리는 분도 있고, 생활관에서도 러닝클럽을 잠깐 해본 적도 있지만 여전히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 같습니다. 그래서 작년 초 관계가 발생되는 운동을 해보자 생각을 했고 wish list에 테니스와 농구를 적어 놨습니다.
테니스는 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3월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잠깐 한 두 달 정도 레슨을 쉰 적이 있긴 했지만 이어져 이제 한 8개월 정도 한 것 같습니다. 근데 문제는 테니스란 운동이 생각보다 기본을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상대와 공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본을 익히지 못하면 아예 관계의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운동이란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는 얼마 안 됐어요. 한 3년?” “이제 10년 쳤는데요. 멀었죠”라는 함께 레슨 받던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최초에 생각했던 ‘관계’를 만드는데 오래 걸리겠는데 싶었습니다. 초보끼리 모여 경기도 한다는데 지난해까지는 라켓도 없어 그냥 레슨이나 받자, 장기투자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안산에서 가장 저렴하게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시립테니스장인데 그러다 보니 자리가 쉽게 나지 않습니다. 새 해가 되고 혹시 자리가 생겼을까 싶어 몇 번 문의했던 코치에게 연락을 하니 아침 7시 40분 월,수,금 자리가 하나 있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아, 하필 새벽. 얼마 전 여행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려 본 기억으로 이번 기회에 하루를 좀 길게 써볼까 싶기도 해 등록을 하기로 했습니다. 2022년에는 주 1회 레슨을 받았는데 2023년부터는 주 3회 레슨을 받기로 했습니다. 시립이 싸다기보다는 같은 값에 더 많이 레슨을 받을 수 있는 조건입니다. (결국 싸단 얘기긴 합니다만) 괜히 올해 운이 좋은가 싶기도 합니다.
작년 농구는 하지 못했습니다. 근처 공원에 농구 코트가 많긴 한데 대체로 끼리끼리 나와 농구를 합니다. 어릴 때처럼 공 가지고 혼자 놀다가 “같이 하실래요?” 누가 물어보면 그때 같이 경기를 할 수도 있지만, 이제 중년이라 괜히 머쓱해 제대로 된 코트에서 가끔 저녁에 한 두 경기 뛰고 싶어 찾아봤는데 시화에 한 곳을 제외하고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화에 있는 곳에서 운영하는 단체카톡방에 들어가 ‘x월 x일 x시 경기하실 분, 1만 원’ 톡 알림을 받는데 몇 번 망설이다 가지를 못 해 결국 작년 wish list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올 해는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
스스로 피곤해 할 수 있는, 누군가의 강요 혹은 사회적인 강요로 피곤해하는 것이 아닌 나의 의지로 피곤하게 만들어 푹 잘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뇌를 쓰는 것과 몸을 쓰는 것 모두 비슷한 열량을 소모한다고 하는데 일단 몸부터 소모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천천히 뇌를 피곤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년에 생활관에서 만난 소설가 분들과 교수님들을 보면서 저렇게 호기심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무튼 오늘도 운동하시는 분들 모두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 피곤한 하루 보내고 푹 자고 개운하게 생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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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좀 더 나은 2023년을 위한 그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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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클럽: 문화지원사업 (부제: 눈먼돈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관심있는 이웃이 모여 나랏돈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서로의 기획의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는 잡담회가 되기를 바라며 자리를 마련합니다.
마을상점생활관에서도 여럿 지원사업을 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도서 관련 사업에 한정되어있어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는 김성령 문화기획자가 함께 자리해 지원공고를 내는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도 바라보며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Host: 김성령 문화기획자
예술경영 전공자로 업계를 미처 떠나지 못하고 부유한지 8년 차. 국립중앙극장, 수원문화재단 공공기관을 거쳐 현재는 민간으로 넘어와 동네기획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오랜 안산 시민. 그리고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일정. 2월 4일 토요일 저녁 7시, 약 2시간 예정
금액 : 1만원 | 인원: 최대 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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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클럽: 신년계획 re-boot
매 년 신년계획을 세우긴 하지만 12월 31일 자정이 지나고 어제와 같은, 기분만 새 해인 똑같은 일상에서 포부가득했던 신년 계획은 계획 뿐인 계획, 실천없는 다짐이 되기 쉽습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음과 양이 모두 새 해를 맞이한 지금 시점 한 달간의 새 해를 되돌아 보고 진짜 한 해의 계획과 다짐을 해보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2022 연말정산과 동일하게 일요일 저녁 술기운 음료 한 잔 함께 마시며 두런두런 나의 계획과 남의 계획을 들여다보며 현실적인 계획을 만들기를 바라며 준비합니다.
어떤 2023년을 맞이 하고 싶었는지, 2023년 1월을 보내며 달리진 것이 있는지 그래서 남은 11개월은 어떻게 보내려고 하는지 생각해보고 오시면 됩니다.
일정: 2월 5일 일요일 저녁 7시
금액 : 1만원 (와인 / 맥주 / 논알콜 음료 1잔 포함)
인원: 최대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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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TED.
2023년 음악생활관을 함께 할 이웃 뮤지션을 찾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나뉜 공연 형식보다는 뮤지션과 이웃이 함께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음악과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혹은 나의 감정을 악기로로 표현하는 뮤지션을 찾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도 연락을 주세요. 저희와 함께 어떤 기획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뮤지션들과의 커뮤니티를 생각하며 매월 진행하는 음악생활관입니다.
: 일정은 매월 말쯤, 논의 후 결정됩니다.
: 단 한 곡의 자작곡만 있어도 좋습니다.
: 진행 전에 함께 하는 뮤지션들과 진행을 위한 미팅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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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클럽/ 드로잉 루틴 클럽/ 북바인더&실크스크린 워크숍을 조금씩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1월은 한 없이 게으르게 보냈으니 2월은 바싹 부지런 떨어볼게요.
- 슬슬 한 해 지원사업 공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년처럼 작가와의 만남을 주로 주선하려고 하는데 혹시 어떤 작가와 만나고 싶나요? 아래 [몰래 전해주세요]에 남겨주시면 리스트업 해둘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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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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