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봄을 준비하는 2월의 마지막 우리의 생활 관점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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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간정산
20230220 - 2023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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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Host 정민의 주간 정산.
2월 20일 월요일
애정 하는 필사 클럽 멤버, 지혜 씨가 오랜만에 얼굴을 반짝하고 비춰주었다. 너무 반가웠고 또 반가웠다. 그간의 안부를 짧게 이야기하고 우리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너무 늦지 않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의 손에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봄기운 가득한 꽃이 들려 있었고, 내 기분으로는 나가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다. 혼자서 하루 종일 생활관을 운영해야 하는 날에는 아주 조금 울적한데 이렇게 반가운 손님이 짠! 하고 나타나면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거리고 이내 씨익- 올라간다.
고잔동에서 택시를 타고 온 엄마와 아이. 소소가 조금 움직이자 " 헙(손으로 입을 막으며), 살아있어!"라고 속삭이는 걸 들었다.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웃으며 몰래 엿들은 티를 내버렸다. 귀여운 손님과 따뜻한 그의 보호자인 엄마. 엄마가 책을 고르고 읽는 동안 조용히 곁에서 낙서를 하던 꼬마 손님. 따뜻하다.
2월 21일 화요일
개인 휴무
주 2회 새벽과 아침 사이 눈을 뜨고 생활관 근처 요가원에서 수련을 시작한 게 작년 1월이었다. 결석과 재등록 미루기를 밥 먹듯이 하다가 서서히 추워졌던 10월쯤에 아주 규칙적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허리와 골반이 좋지 않아 똑바로 누워 자는 건 꿈도 못 꾸던 시절을 오래 지나왔는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바로 누운 자세로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것이 요가의 힘인가 싶어 꾸준히 수련했고, 곁에서 함께 수련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훔쳐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라도 추운 겨울 어두운 시간 속에서 잘 견뎠다. 고요함 속에 혼자만의 속 시끄러움을 달래기 위해 몸부림친 것 같다. 옆 동네 요가원으로도 에너지를 훔치러 다녔다. 그러다 결국 근육통 비슷한 게 찾아와 작정하고 쉬고 싶었던 휴무. 아, 그래서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쉬었단 얘기임.
2월 22일 수요일
꽃 시장에서 평소대로 꽃을 골랐는데, 꽃값이 평소보다 두 배나 더 나왔다. 챙겨갔던 현금을 탈탈 털었지만 결국엔 미수금으로 남겨두고 생활관으로 부지런히 돌아왔다. 오전 10시에 시작되는 요가 수련을 하기 위해 단 1분도 지체할 수 없다. 시간 쪼개서 쓰거나 시간에게 내 뒤통수 보여주며 도망가는 거 싫어하는 데 꽃 시장 일정과 요가 수련 시간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 이 아이러니.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걸 해야 한다니!
갑자기 몰린 여러 꽃다발 주문 건들을 처리하고 비건 포트럭 준비를 했던 저녁 시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시계를 보며, 시간 체크를 하며 살았다. 이런 삶이 싫어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그런 하루를 보냈다. 고작 하루였지만 쓴웃음도 났고, 비건 포트럭에서 만난 공항에서 지상직 근무를 하고 있는 클럽 멤버를 만나 더욱 회사 생활에서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월급도 갑자기 그리워졌다고!!!!)
2월 23일 목요일
생활관 휴무
새벽 요가 수련을 끝내고 도반들과 차를 함께 마시고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 떠들어서 배가 고파져 바나나까지 먹고 헤어졌다. 각자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하는 시간. 귀한 시간들이 이제 조금씩 쌓여가는 데 마지막 티타임이었다니. 아쉽지만 우리는 비건 포트럭에서 만나고, 또 다른 요가원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웃으며 헤어졌다.
2월 24일 금요일
(갑자기 결정된 개인 휴무)
소소의 베프 아지와 함께 수영장에 다녀왔다. 차로 운전해서 40분 정도 걸리는 화성의 강아지 운동장+수영장. 아직 날씨가 추워서 몸이 젖은 채로 운동장에 나가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소소의 관절을 위한 수영 + 분기별로 하는 목욕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고(요가 하면서 허리 근육 튼튼히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2시간 목욕+건조에는 어림없지) 몸은 바들바들 떨렸다. 생활관을 지키고 있는 게 어쩌면 좀 더 수월했을지 모를 휴무 아닌 휴무. 이날도 아칭에 요가원 다녀온 나 칭찬한다.
2월 25일 토요일
새싹님과 함께 주말 아침 수련을 했다. 하필 입고 간 옷들이 도톰했고, 소매도 길어서 땀으로 샤워하고 개운하게 헤어졌다. 새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 봤다. "바를" 정 + "온화할" 민, 나는 그래서 바르고 온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른다. 내 이름처럼 살고 싶다. (바르긴 한데, 온화하진 않고 그저 화가 많은 사람)
요즘은 주말에 생활관이 한가하다. 이제 그 시기가 온 것이다. 날씨가 좋아지고 사람들은 모두 동네 밖으로 밖으로 나가는 시기.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을 붙잡기엔 날씨가 너무 좋아지고 있다. 코로나19도 이제 일상생활에 스며들었으니까 더더욱 아껴두었던 에너지들을 뿜으러 곳곳으로 발길을 향하겠지. 나도 주말에 놀러 다니고 싶다!!!!!!!!!!
2월 26일 일요일
파리에 다녀온 선하 씨가 왔다. 파리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는데, 물어보나 마나한 질문이었다. 어디든, 어디가 안 좋았겠나. 다 좋지. 엉엉. 나도 파리에 다시 가고 싶다. 아니, 더 솔직한 마음은 한 달만 쉬고 싶다. (이 얘기 몇 년째야 도대체;;) 몸이 피곤한 것보다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주변 환경도 다 엉켜 있는 것 같다. 가끔씩은 내 능력보다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견 2묘와 함께 하는 삶도 풍요롭지만 벅차고, 생활화 말고도 생활관 전체를 아우르는 일도 버겁다. 좋은 건 좋은 거고 힘든 건 힘든 거니까.
지난 수요일 비건 포트럭에서 만났던 윤희 씨가 다시 생활관에 들렀다. 나가시려고 할 때 인사를 드렸는데 학기가 시작되어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다시 돌아간다며 생활관에 인사하러 왔다고 해주셨다. 혼자만의 인사를 하기 위해 들렀는데 눈치도 없이 아는척했나 싶지만 그래도 이름을 부르며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를 했다는 건 이제 우리는 연결되었다는 의미니까 좋게 생각해야지. 매일, 자주 만나는 손님만 손님인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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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록관
20230222
[ 생활 비건 포트럭 ]
포트럭 디너(POTLUCK DINNER), 언젠가부터 이 포트럭이란 것이 한국에 도입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회사를 다닐 동안에는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 대체로 그냥 '초대'였고, 호스트는 음식을 마련했다. 초대 손님은 간단한 선물을 챙겨갔고, 호스트는 배달음식이건 직접 요리를 하건 먹고 마실 것을 준비했다. 대체로는 집들이였고, 별 일 없이 가까운 친구나 동료의 집을 갈 때면 보통은 배달 음식으로 디너를 챙겼고, 1/N로 나누어 비용을 충당했다. 어쩌면 동네에서 생활을 하지 않아서 몰랐던 것 일 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돈벌이를 했고, 서울에 사는 친구나 동료의 집에 가끔 가는 정도였으니 포트럭 같이 음식을 가져와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을 듯싶다. 그마저도 각자 가정이 생겨나면서 초대 같은 것은 거의 사라지고 밖에서 맛집을 찾아 먹는 것이 익숙해졌다. 안산에서 생활을 하고 부터 이 포트럭이란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을까? 부담스럽지 않은, 함께 나누어 먹는 저녁 식사 자리가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번 비건 포트럭은 세 번째였다. 첫 번째는 쏘유니크비건랩의 소윤 대표가 제안을 해서 매월 하는 <안산채식모임>의 자리를 생활관 공간을 내어준 것 뿐이었다. 연말에는 우리가 제안을 해서 연말 비건 포트럭 자리를 마련했다. 그때부터 1만 원의 참가비와 와인과 음료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했다. 그리고 올해 첫 비건 포트럭 자리가 지난 2월 22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마련이 됐다.
다른 포트럭 파티는 어떤 지 잘 알지는 못 한다. 한 번도 초대받은 적 없고, 초대를 받아도 장소는 언제나 생활관이었다. 다른 채식 커뮤니티에서 하는 포트럭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였으니 그 모인 다양한 재능으로 그림을 그려주거나 타로점을 봐주거나 등등의 재능 기부형의 프로그램도 있는 듯싶다. 우리는 그런 것까지는 (아직?) 하지 않는다. 그저 음식을 가져와 큰 테이블에 놓고, 모두 모이면 돌아가면서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음식을 가져왔는지 얘기하고, 요리를 해온 것이라면 어떻게 만든 것인지를 얘기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먹는다. 그뿐이다. 처음에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행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고정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아 어쩌다 같이 앉게 된 옆에 있는 분과만 대화를 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테이블이 아닌 의자만 옆에 덩그러니 모아 두었다. 그러다 보니 이 자리 저 자리 옮겨가면서 얘기를 하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대화를 한다. 대략 10-15명 내외의 참여자가 있다. 그 정도의 인원으로는 딱 3개의 무리가 만들어진다. 물론 그 사이사이 움직이며 대화가 옮기고 옮겨진다.
어떤 프로그램을 해야 할까 조금 고민을 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이웃 뮤지션과 함께 하는 음악생활관과 협업을 하는 방법도 생각을 하고 있었고, 타문화의 집밥으로 만났던 해외에서 온 이웃과의 협업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꼭 뭐가 있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 30-40분 나누어 음식을 먹고 나서 삼삼오오 대화를 하면서 시간이 우러나와야 나오는 고민과 질문이 대화에 스며든다. 반짝이는 순간의 연속으로는 나오지 않는 편안함과 속 내가 아무런 이벤트가 없는 그저 음식과 사람뿐인 자리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일단 일을 벌이는 습관으로 어떤 기획을 해보자고 했던 마음은 잠시 넣어 두었다.
이번 포트럭에는 비건 17년 차로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비건커뮤니티의 운영진이기도 한 분이 참여를 했다. "매 번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서울을 오갔어야 했는데 동네에서 하니까 이렇게 편할 수 없네요." 동네에서 하는 것은 이렇다. 편해야 한다.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할 마음이 생겨야 한다. 그에게 이 편안함이 다시 찾게 하는 무엇으로 작용되기를 바라며 17년의 경력의 그가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익숙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포트럭은 동네 생활에 잘 어울린다. 가볍게 음식을 들고 와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속 내가 우러나올 때까지 함께 있는 자리로.
매 월 생활비건포트럭디너를 하기로 했다. 물론 매 월이라고 말하고 건너뛰는 일도 있겠지만 최대한 매 월 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받아주면 좋겠다. 비건포트럭에 참여하면 이런 것이 좋다. 그 기회로 음식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것을 해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 다니나 확인해 볼 수 있다. 요리라는 것은 생활에서 없는 듯 살아가는 꽃사장 정민도 이번에는 당근라페를 만들었다. 최소한 포트럭을 지속하는 한 매월 한 개의 해 본 음식이 생길 듯 싶다. 꽃사장뿐 아니다. 적지 않은 참여자가 "이 기회로 음식을 해본다."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깨끗하게 비워진 자신이 가져온 그릇을 보면서 "다음 번에 또 뭐해볼까?" 기운을 얻어 가기도 한다. 모두 요리를 해서 오는 것은 아니다. 더러 포장도 있는데 그럼 어떠한가, 이 기회로 포장용기 없이 용기내어 포장하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고, 주변에 고기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파는 곳을 찾아볼 수도 있다. 고기 없이 이런 음식도 있구나의 경험은 덤이다. 고기뿐인 관점에서 고기도 있고, 비건식도 있는 다양한 옵션의 생활을 발견할 수 있다. 3월의 비건 포트럭 디너에서 또 새로운 또는 익숙한 관계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조금 설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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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목요일 밤의 대화 by 정민
정민 : 여둘톡에서 김하나 작가가 그러더라. 요즘 사람들은 감상 대신 평가를 한다고. "너무 좋더라~ 혹은, 대단하더라 가 아닌 괜찮게 만들었던데?" 이런다고. 그 얘기 듣고 보니까 정말로 요즘 우리는 감상하는 걸 잊은 것 같더라고.
형진 : 맞아. 나도 비슷한 생각인데 그게 콘텐츠를 정보성으로만 소비해서 그래. 지금 나 읽고 있는 책에서도 그런 거에 대한 내용이야.
정민 :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그 책 말하는 거지?
형진 : 어. 맞아. 책에서 무슨 말을 하냐면, 단체 카톡에서 사람들한테 소외 당하기 싫고 대화에 끼지 못하니까 정보로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한다는거야.
정민 : 모르면 모른다고 얘기하고, 그거에 대해 질문하는 게 어렵나?
형진 : 그러면 자기가 할 얘기가 없어진다는 거지.
정민 : 아니, 그럼 들으면 되잖아.
형진 : 그치. 근데, 대화가 이어지질 않으니 빠르게 습득하는 걸 택하는 거지. "그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 대신 "너 그거 봤어?"로 질문을 하는 거야. 그래야 편하거든. 깊게 대화하려고 하는 노력보다는 가십처럼 가볍게 겉핥기로 습득하는 거지.
정민 : 소외당하기 싫고, 뒤처지기 싫은 마음에 그러는 걸 텐데 그런 노력도 안 하고 얻으려고 한다는 게 좀 별로다.
형진 : 노력은 엄청하는 거지? 남는 것 없는 노력인 게 문제지, 결국엔 다 관계를 맺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더라고.
정민 : 깊게 알고 싶은 건 모르겠고, 일단 빠르게 얻고 싶다??
형진 : 무언가를 노력해서 얻는다는 걸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구시대 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몰라.
정민 : 충격적인데. 구시대 유물이라니. 사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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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다 오셨어요? by 형진C
얼마 전 일입니다. 평일 낮, 꽤나 한가했던 시간에 공간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 중고 몇 개를 가지고 내려온 한 분이 결제를 하면서 물었습니다. “여기 사장님은 외국에서 살다 오셨어요?” ‘읭? 뭔 말이지?’ 좀 더 들어보니 자신이 미국 남부지역에서 살다가 왔는데 거기에서 본 공간들이랑 너무 비슷해서 물었답니다. 물론 외국에 들락 날락 한 적이 없진 않지만 살았다? 라고 할 만한 기간은 없었고, 심지어 아메리카대륙은 밟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뭐가 비슷한 것이었을까? 어떤 닮은 점을 보고 그렇게 얘기한 것이었을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궁금하지만 사실 자신도 그저 느낄 뿐 정확하게 뭐가 닮았다고 콕 집어 얘기하기에는 힘든 것일 가능성이 높아 더이상 묻지는 못하고 “토종입니다.”로만 답을 합니다. 그로부터 한 주 전에도 비슷한 분이 계셨습니다. 들어오자마자 꽤나 진지한 철학 책을 한 권을 골라 결제를 하고 음료 한잔을 시켜 주말 낮시간 꽤 오랫동안 계시던 분이었는데, 다 마신 음료를 건네면서 “외국에 있는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또 봬요”하며 나가셨습니다. 이 분은 또 왜 여기서 외국 같은 기분을 느꼈을까? 그 외국은 어딜까? 동남아일까? 유럽 쪽일까? 어쩌면 그분도 모를지도.
분명 긍정적인 느낌으로 ‘외국 같다.’라고 말한 듯싶긴 한데, 어떤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공간을 꾸민 것이 아니기에 그 ‘외국’이 어딘지, 이런 정체불명의 공간은 어느 나라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나마 가장 명쾌하게 질문을 해주셨던 분은 오픈을 하고 1-2년 정도 되었을까? 그때는 늦은 10시까지 열어 놓을 때라 흐릿하지만 밤이었던 것 같고, 그날 따라 무리 지어 머물 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한 여성분이 “포틀랜드 가보셨어요?” 라며 뜬금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도 '읭? 뭔 말이지?' 싶었는데 포틀랜드 에이스 호텔에 갔을 때 로비랑 너무 비슷해서 물어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스호텔, 너무 잘 아는 워너비 브랜드라 가본 적 없지만 그 곳과 비슷하게 분위기를 구현한 저희 감각을 꽤나 칭찬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외국 같다라는 분위기는 정형화되어있지 않은 듯, 알 듯 말 듯, 신경 쓴 듯 안 쓴 듯 그 애매한 어느 지점에 있지 않을까 얕게 진단을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 미술을 하는 자주 보던 손님이 “여기는 청소를 안 하는 게 더 멋있는거 같아요”라며 가뜩이나 안 하던 청소를 더 안 하게 만든 기억도 있습니다. 분명 이제 5년 차가 되어가 초창기만큼의 바이브가 이제는 흐릿해진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조만간 공간을 한 번 뒤집을 기회를 보고 있긴 합니다.
외국 같은 공간, 사실 잘 만든 텅 빈 공간은 종교적으로는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실생활에서는 쓸 떼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에이스 호텔 로비 같아요” 라고 했던 그 에이스 호텔은 공간이 멋있어서만이 아닌 곳이라 더 눈에 띄던 브랜드입니다. 어느 지역에 들어가던지 그 지역의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고 로비는 스텀프타운커피 같은 그 지역의 카페를 로비로 들여와 커뮤니티를 활성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런 바이브가 한데 섞여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고, 매거진B에 있을 때 그 호텔을 취재해 온 동료들이 그러더라고요. 아무튼, 외국같은 공간뿐 아니라 그런 곳의 자유롭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기분 혹은 시도도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사족인데, 얼마 전 등단 3년 차 이상의 작가님을 찾고 있다고 여럿 수소문을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산문화재단에 문의를 했더니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한 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런 유명한 분이 안산에 산다고?' 저희가 찾던 적합한 분은 아니었고 그의 매니저와 통화를 하며 다음에 좋은 기회로 연락드릴게요로 끝이 났지만 살짝 놀랬습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이름 값이 어느정도 생기면 안산에 이름 값하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까? 근데 안산에 누가 있지? 찾기도 쉽지 않네요. 그러면서도 이름 값이 없더라도 그냥 우리끼리 그 ‘외국처럼(?)’ 막 뭘 하면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안산에 거주하는 이름값있는 분 제보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이름 값이 없더라도 그냥 우리끼리 그 ‘외국처럼(?)’ 막 뭘 하면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라도 쿵짝쿵짝해볼게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의 이웃도 함께 쿵짝쿵짝해볼 수 있습니다. 어딘지 모를 그 외국처럼 함께 생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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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봄을 준비하는 3월의 생활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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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텃밭]클럽 3기 모집 : 리틀 포레스트 봄 (3월-6월)
생활[텃밭]클럽은 2020년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빠르고 자극적인 배달음식, GMO식품 등으로 둘러 쌓인 세상에서, 내가 딛고 서있는 땅과 잘 맞는 토종 씨앗을 길러 먹는 삶을 경험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2022년 2기 김장편에 이어 마을상점생활관이 언제나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생활[텃밭]클럽 3기를 모집합니다.
3기는 3월부터 6월까지 봄 계절에 맞는 작물을 무해한 방식인 자연농 방식(무농약)으로 키우며 격주로 만나 텃밭기록을 중심으로 멤버에 따른 다양한 작당모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정기로 계획된 일정은 줍깅/농부시장 마르쉐 나들이가 있습니다. 2023년 봄, 리틀 포레스트를 함께 우당탕탕 가꾸어 볼 멤버를 모집합니다.
: 목적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한 작물로 먹거리 만들기/ 봄빨로 자라는 식물과정을 지켜보며 생명력 느끼기
: 작물 호스트는 Main 작물로 감자와 당근을 키웁니다. 게스트는 봄 작물 중 원하는 모종을 심어 키웁니다.
: 일정 3월 18일 ~ 6월 24일 (8회차)
: 일시 격주 토요일 10시 -12시
: 정기모임 텃밭 관리 및 일지 작성 (*텃밭 기록용 노트 증정)
*비정기 모임으로 반찬만들기/ 환경 북클럽/ 드로잉 워크숍 등을 멤버와 논의 해서 진행.
: host. 강당근/ 김가지/ 김고수 (@slow_plate)
: 인원 최대 10명
: 장소 마을상점생활관 건물 옥상 텃밭(5F) *참고: 엘레베이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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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워크숍: 타투 part.2 (월요일 저녁)
: 나의 취향을 몸에 담아.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에 대한 문의가 많아 월요일 저녁 타투워크숍을 추가로 진행합니다.
*타투이스트와 도안을 함께 만들어 타투 작업을 받는 워크숍입니다.
*직접 그린 도안으로 타투 작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진행내용 ]
1회차(3.13): 타투를 할 때 알면 좋은 것/ 각자의 취향(좋아하는 것)에 대한 대화로 도안 구상해보기
2회차(3.20): 취향을 도안으로 구체화 하기
3회차(3.27): 타투 작업 받기
*타투 작업은 1인당 약 1:30-2:00 정도 소요되며, 일정을 조율하여 나누어 진행이 됩니다.
[ 주의 사항 ]
*최소 사이즈 2cm - 최대 사이즈 5cm (미니 사이즈 타투) / only BLACK color.
*크기와 직업의 디테일에 따라 추가금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신청하실 수 없습니다.
host. 타투이스트 웬즈데이 (@wedsday_tattoo)
:좋아하는 것을 도안으로 그리고 타투로 작업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 수요일이라 활동명을 웬즈데이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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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북클럽 : 4050, 책에서 길을 묻다 (3월/4월)
: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와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가 함께 합니다.
4050, 단단해질 줄 알았건만 웬걸, 불안이 2배, 압박도 2배입니다.
4050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고르고 골라, 탁월한 저자 역시 고르고 골라, 중년과 사회를 테마로 함께 수다를 떨어봅니다. 매월 동네 책방에서 독서모임을 한 후 마지막 주에 저자와의 비대면 대담을 합니다.
*언젠가 4050이 될 2030의 이웃도, 이미 지난 6070의 이웃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진행
1강: 취향, 정체성이 되다. (3월)
2023.3.8(수)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하루의 취향』 (김민철 지음/ 북라이프 펴냄)
2023.3.22(수)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취향』 (심귀연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23.3.28(화) 저녁 7시30분
김민철/ 심귀연 작가 비대면 대담
* 신청자에 한 해 링크를 전달해드립니다.
2강: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4월)
2023.4.25(수)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 메먼토 펴냄)
2023.3.22(수)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어크로스 펴냄)
2023.4.25(화) 저녁 7시30분
은유/ 홍승은 작가 비대면 대담
* 신청자에 한 해 링크를 전달해드립니다.
책방네트워크로 신청하기: https://url.kr/9nsutw
*함께 하는 전국 동네 책방으로 신청이 가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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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TED.
2023년 음악생활관을 함께 할 이웃 뮤지션을 찾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나뉜 공연 형식보다는 뮤지션과 이웃이 함께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음악과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혹은 나의 감정을 악기로로 표현하는 뮤지션을 찾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도 연락을 주세요. 저희와 함께 어떤 기획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뮤지션들과의 커뮤니티를 생각하며 매월 진행하는 음악생활관입니다.
: 일정은 매월 말쯤, 논의 후 결정됩니다.
: 단 한 곡의 자작곡만 있어도 좋습니다.
: 진행 전에 함께 하는 뮤지션들과 진행을 위한 미팅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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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레터에 고민하던 한 해의 주제는 [사소한 호기심]으로 정했습니다. 올 해 사소한 호기심을 어떻게 잘 배양할 수 있을지, 다양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풍요롭고 단단한 일상을 위한 호기심을 함께 만들어요. : )
- 3월 1일 수요일, 3.1절이라고 쉴 수는 없죠. 분명 "오늘 문 여시나요?" 여럿 연락을 받을 테지만 미리 슬쩍 공지합니다. 3.1절에도 변함없이 오전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려있습니다.
- 3월, 꽃사장 정민은 요가에 더해 수영을 등록에 도전을 하는 중이고(시립수영장은 등록이 쉽지 않네요), 책사장 형진은 시립테니스장 등록을 연장했습니다. 생활체력, 올 한 해도 잘 만들어야죠. : )
- 만화에세이워크숍을 준비중입니다. 어느 일정으로 해야할지 고민중이라 Host로 함께 하실 작가님과 아직 확정 짓지 못 했네요. 아, 언제로 해야하지? 평일 낮/저녁, 주말 낮/저녁 언제나 그렇지만 어느 때가 가장 적당한지 고민입니다.
- 생활커뮤니티 공지용 오픈 카톡방을 운영합니다. 공지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니 조용하게 입장만 해두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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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음악 추천 릴레이 너무 좋아요. : ) 저도 푸딩을 좋아해서 이후에 이름을 바꾼 푸디토리움의 공연도 보러 가기도 했었는데 이런 비슷한 취향의 이웃이 있다니 반갑습니다. 릴레이가 과연 이어질지 스을쩍- 기대하며 추천해 주신 곡 함께 들어요. * 푸디토리움으로 바꾼 후에 뉴 사운드 버젼으로 공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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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dditorium - If I could Meet Again (new sound set 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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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한 지역에서 오랬동안 생활하기 참 쉽지 않은 시대인 듯 싶어요. 유독 안산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매년 떠남과 만남을 겪으면서 아쉬움과 반가움을 일상처럼 받아드리며 보냅니다. 전 처럼 자주 뵙지는 못 하겠지만 언제든 반갑게 맞이 할 수 있도록 자리 지키고 좋은 자리 마련하며 있을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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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스을쩍 모올래 답장을 합니다. 소소는 언제나 씬스틸러이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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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나?" 생활관을 열기 전부터 고민하던 지점인데, 장강명 작가님의 ⟪아무튼 현수동⟫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관계로 어떤 스스로의 답을 내놓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결국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좋은 사람이 있는 곳,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 곳. 근데 전 세계 좋다는 곳을 생각해봐도 결국 그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는게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 지금 있는 곳에서 최대한 그런 사람을 찾아 관계를 만들어 보자. 그런 생각에 마을상점생활관을 열었습니다. 아직 고군분투 중이긴 하지만 길게 보면 그런 관계를 만드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듯 싶기도 해요. 힘나는 이야기를 스을쩍-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 주 기운차게 보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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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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