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던 일요일, 우리의 잡다한 관점을 담아 당신에게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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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간정산
20230306 - 20230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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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Host 정민의 주간 정산.
3월 6일 월요일
본가 가족여행으로 주말을 혼자 운영해야하는 최형진을 위해서 오늘부터 사흘간 생활관을 지킨다. 그 첫 날, 괜히 긴장된다. 혹시라도 이.상.한 손님이 올까봐.
히끄네 농장에서 주문한 천혜향이 도착했다. 달콤함과 새콤함을 느끼며 나의 다정한 이웃에게도 전하고 싶었는데 마침 정인씨도 현주씨도 오셨다. 반가워라. 저녁에는 월간독서 멤버들과 나눠먹어야지.
정인씨가 오늘도 화병을 챙겨와 작업하는 빅테이블에 꽃을 꽂아 놓고 싶다고 했다. 어쩜 좋아, 정말 화병 꽂이를 생활화 하고 계셔!!
약간 바빴던 하루를 마감했고, 곧 월간독서멤버들이 올 시간이 되었다. 늘 1등으로 도착하는 진아씨 음료를 만들면서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무섭게 단톡방 알람이 울렸다. 각자의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 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이 되어 다행히(?) 1인 1천혜향이 가능했다. 껍질을 까며 향긋한 냄새를 맡고 새콤달콤한 과즙을 느끼며 좌뇌와 우뇌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3월 7일 화요일
베트남으로 "또" 여행 가기 하루 전. 아니 이틀 전날이다.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들떠야 하는데 공항으로 출발하는 날 북클럽까지 참여하고 끝나자마자 터미널로 가야 하는 일정이라서 설레지 않는다. (어쩌면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나의 아빠와 엄마를 위한 여행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혹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여행 대신 나의 동물 가족들과 동네와 집에서 머무르기로 결심해서인지도 모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예정인 독박 운영.
3일간의 독박운영 중 딱 중간인 오늘, 유독 생활관에 들어오는 손님들의 말에 자꾸만 예민 세포가 발동한다. 더 이상은 팔지 않는 샌드위치를 찾는 손님, 전보다 꽃이 줄었다 말하는 손님, 질문을 해놓고 대답하는 도중에 말을 끊고 본인의 말을 하는 손님,,, 등등.
어제 독서모임에서 다뤘던 감정은 선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말을 계속 곱씹었다. 90초가 지나가길 바랐다. 몸을 바삐 움직여 생각을 환기시켰다. 효과는 다행히 있었다. 그 효과를 더 누리고 싶어서 미루기만 했던 비건 샌드위치도 샘플링 했다. 딴 생각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겠다. (아니, 그 정도로 바빴으면 좋겠어 엉엉 ㅜㅡ 바쁘게 만들 테다!!) 오- 샌드위치에 별거 안 넣었는데 맛있다! 곧 먹게 될(과연??) 이웃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며 혼자서 바빴던 생활관을 마감했다.
3월 8일 수요일
독박 운영 3일차, 드디어 오늘만 잘 보내면 쉴 수 있다!! (아니, 효도하러 간다고,,,)
오늘은 여성의 날이었다. 생활관을 운영하고, 생활화를 대표하는 플로리스트로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중 3년째 나만의 기념일인 “세계 여성의 날”. 이날엔 생활관을 방문하는 여성 이웃들에게 그때그때 준비한 꽃을 드렸다. 여성의 날임을 알려주며 축하하자고 하면서. 꽃을 드리면서 그들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웃음을 보는 게 또 다른 나의 활력소랄까? 고맙다며, 그런 날이 있는 줄도 몰랐다며,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꽃이라며, 나도 엄마에게 줄 꽃을 사야겠다며. 여러 가지의 말들로 나에게 그들의 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조촐한) 연례 행사 같은 마음도 든다. 원래의 계획은 꽃을 드리면서 빅 허그를 하고 싶었는데,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진 나에게 빅 허그는 뭔가 눈물 버튼이 될 것 같아 차마 하지 못했다.
생활관 마감 후 취향에 관한 북클럽이 있었다. 익숙한 멤버와 새로운 멤버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멤버로 이루어진 북클럽. 취향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게 무엇이라도 즐겁다. 나의 취향을 말하면서 타인의 취향을 들을 수 있는 건 참 멋진 시간이었다. 여행, 술, 옷, 공간. 짧은 단어지만 거기에 내 취향이 더해지면 너무 근사하다.
야호! 정말로 끝!
이제 (효도) 여행이 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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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책사장 형진C의 일지입니다.
3월 9일 목요일
생활관 휴무, 꽃사장은 여행을 떠났고 동물가족과 나만 있는 하루의 시간. 그렇다고 딱히 특별할 건 없다. 오늘도 몇 개의 서류 작업을 했고, 생활관 공간을 변경할 도면 작업을 했고, 몇 달째 미루고 있던 위탁TAG 리뉴얼 디자인을 했다. 월요일 선정된 지원사업에 섭외할 작가들의 책을 조금씩 읽어보며 어떻게 섭외 메일을 보낼까 고민했다. 고민까지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끝났다.
3월 10일 금요일
아침 일곱 시에 내려와 소소 밥을 챙기고, 여덟 시 테니스 레슨을 다녀와, 이번에는 소소의 아침 산책을 했고,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부랴부랴 출근을 했다. 겨우 10시 오픈을 했다. 둘이서 하던 일을 혼자 하니 익숙지 않다.
부랴부랴 출근을 했는데 12시까지 손님이 없었다. 꽃사장이 없어 사람들이 안 오나 생각하다 하나 둘 익숙한 얼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제는 익숙해 스몰토크도 자연스러운 손님 아니 이웃이다. 바로대출 서비스로 첫 납품을 진행해야 했다. 작업을 해주시는 북마크 사장님이 책을 가지러 오셨다. '사서란 뭐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꽤 오랜 대화를 했다. 그는 84년도에 도서관학과를 전공한 사서 1세대 정도로인 듯했다. 사서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알 듯 말 듯했다. 결론은 사서는 책을 많이 읽는 직업은 아니구나.
3월 11일 토요일
테니스 레슨이 없어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했더니 또 부랴부랴 오픈을 했다. 오픈하자마자 손님이 왔다. 복장을 보니 근처 요가를 하러 온 분인 듯했다. 거의 매주 주말에 와서 오랫동안 책을 읽고 책을 사는 커플 손님이 왔고, 육아대디인 창영 씨가 아이들과 들어와 꽃을 골랐다. 막내 딸아이가 고른 미니다발을 하나 사가지고 갔다. 다 이뻐서 못 고르겠다던 아이를 위해서 여성의 날 때 꽃사장이 만들어 둔 그리고 주인을 찾지 못 한 꽃다발을 아이에게 선물했다. 구매한 꽃은 아빠한테 주고 선물로 받은 꽃다발을 들고 되돌아갔다. 늦은 밤까지도 온화한 기온이라 등유 난로를 정리해 넣었다. 이제 봄인가. 진짜 봄.
3월 12일 일요일
비가 내린다. 다행히 소소 아침 산책 때는 부슬부슬 내리다 말다 했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이상하게 비오는 날씨에는 여행기분이 난다. 비 내릴 때만 여행을 한 것도 아니면서 기억에는 비 내리는 날이 짙게 남아있다. 약간의 센티함과 한가로운 여행자의 기분으로 시작했지만 오늘도 부랴부랴 오픈을 했다. 날도 흐리고 바람도 세차니 오늘은 한가롭겠구만 어림짐작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손님 한 분이 일찌감치 들어와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공기가 너무 차다. 결국 어제 넣은 등유 난로를 꺼내 켰다. 섣불렀다. 이후 한 둘 더러 여럿이 공간에 들어왔다. 바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간에 훈기가 돌 만큼의 이웃들이 꽤 오래 머물렀다. 책을 읽고 꽃을 보고 중고 물건을 둘러보고 소소를 안고 스다듬고 대체적으로 한 3-4시간은 머무는 듯 싶다. 처음에 들어온 손님은 마감 시간이 되서야 중간에 합류한 친구와 함께 되돌아 갔다. 덕분에 쓸쓸하지 않은 일요일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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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록관
20230308: 생활북클럽 [취향] 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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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정체성을 이야기하자며 4050 책의 해 운영진이 제안한 ‘취향’에 대한 북클럽이었다. 물론 생활관에는 그 대상자인 중년보다는 좀 더 젊은 층의 비중이 높은 공간이라 대체로 (아마도?) 20-30대의 참여자만 있었다. 그들도 언젠가 중년이 되니 그리고 취향과 정체성의 고민은 청년, 중년의 세대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40 대니 아예 없는 것도 아니긴 하다.
‘너는 취향이 뭐야?’ 내뱉을 수는 있지만 뭔가 이상하다. 선 듯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뭐가 네 취향이야?’ 어떤 범위가 있어야 비로소 취향을 얘기할 수 있다. 범위의 대상이 없는 채 취향을 물을 수는 없다. 결국 취향은 선호도 정도의 다른 말인 듯하다. 왜 이것은 좋고, 왜 저것은 좋지 않을까? 여기서부터 선호도를 넘은 취향이란 것이 드러나는 듯싶다. 그래서인지 취미는 '발견한다.'라는 말을 쓰는 듯싶다.
취향이란 것은 스스로 드러낸 것일 수도 있고, 은연중에 주입된 것의 발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 두 가지가 뒤섞여 나타난 것일 수 있다. 그러기에 뭐가 '진짜' 나의 취향일 까는 분간하기 어렵다. 어쩌면 '진짜'라는 것은 애초부터 실체가 없는 것을 찾으려는 헛된 노력일 수도 있다. ‘진짜 나’란 것도 어떤 상품의 기능처럼 주어진 것이 아닐 테니 애초에 나의 실체를 찾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나 다움을 찾는다’ 보다는 ‘나 다움을 발견한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취향이라는 것의 총합이 나 다움, 정체성일지도 모른다.
다섯이 함께 수요일 저녁, 모여 앉았다. 시작도 전에 꽃사장의 요가피드에 대한 얘기로 서로 입을 풀었다. 꽃사장의 피드에 영향을 받아 요가를 시작했다는 분과 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수영을 한다는 분이 있었다. 이미 거기서부터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작 전에 이미 입을 풀어서 그런지 2시간의 대화가 꽤나 알뜰하게 이어졌다. 선정 도서였던 김민철 작가의 <하루의 취향>에 대한 감상에 이어 여행의 취향, 일의 취향, 생활의 취향으로 미리 생각해 놓은 경계선을 가볍게 넘어 나아갔다. 우리는 각자의 취향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에 걸맞는 일과 생활을 찾아 살아가지는 못 했다. 사맛디 아니한 경우가 많았다. 싱글플레이어의 성향인 누군가는 일에서 만큼은 멀티플레이어의 생활을 해야 했고, 대면을 좋아하는 누군가는 서류만을 대면하는 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취향과 나다움을 안다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또 별개인 듯싶기도 하다. 대신,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취향을 위한 별개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이런 대화의 자리에 참여하는 것도 그중에 하나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우리는 취향이란 것은 단단하게 존재해 있던 무언가가 아닌 뒤돌아 모순되게 흩어져 있는 삶의 흔적에서 발견해 보는 것이라는데 중론을 모았다.
취향에 대한 대화였지만, 대화의 폭은 그 너머까지 오갔다. 외제차+츄리닝+명품클러치+어린 남성 조합의 기원,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가 불가능한 부분에 대한 것, 일과 생활이 겹친 삶과 분리된 삶의 서로 간의 오해 등등의 이야기가 취향을 타고 흘러 다녔다. 다행인 점은 우리는 2주 뒤에 또 만나 이번에는 좀 더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취향’에 대한 이야기로 좀 더 깊게 다룰 거라는데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단 하루짜리 북클럽은 조금 아쉽다. 최소 두 번은 이어져야 덜 아쉽다. 그래야 조금은 관계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취향을 통한 관계가 조금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족스러운 시간 그리고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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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세요? by 정민
원래는 독백의 글을 썼는데, 오늘 레터에서는 정말로 레터를 읽어주는 이웃들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저는 여전히 베트남 다낭에 있어요. 가기 전부터 하도 예고를 해서 오래된 느낌일 수도 있지만 3박 5일 정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건 여행의 끝이 보이기에 가능한 말이라는 것,,,,,,,,)
지난 달랏에서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는 것, 그 일상을 낯선 곳에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었다면 이번 다낭 여행에서는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특히, 아주아주 친밀한 나의 가족과 나 자신에 대해서요.
본가 식구들과 하는 첫 해외여행이라 준비도 많이 했고, 기대도 많이 했지만 가족은 가족입디다;; 어디 새로운 곳에 갔다고 전에 없던 사랑이 싹트거나 서로를 더 이해하는 건 없었어요.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콸콸 새더라고요. 아빠는 여전히 가족들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배고픔과 졸림이 더 중요했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남들 눈을 의식하고 자식들을 애처롭게 바라보기만 했어요. 저는 그런 아빠와 엄마를 성숙한 마음으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다 같이 하는 첫 해외여행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의 분노를 막아 줄 언니와 남동생이 함께 했으니까요. 하지만 언니도, 남동생도 우리 가족은 모두 정말 “가족” 이었어요. 늦잠을 못 자게 하는 엄마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남동생과 아빠와 상극인 언니가 끝없이 하는 잔소리. 이 한결같은 우리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기는 하는 걸까요?
우리 가족은 5명입니다. 아빠, 엄마, 언니, 저, 남동생. 또래들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1명~2명 정도 많은 편이었고, 유복했고, 화목했습니다.(과거형) 뭐, 겉으로 보기엔 지금도 대단히 단란한 가족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위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가족이니까요. 하지만 또 가족은 내밀한 만큼 아주 못난 부분까지 스스럼없이 다 보이는 사이잖아요. 애증 하는 관계. 부부 사이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빠 엄마와 함께 말이 통하지 않는 해외로 여행을 하다 보니 눈에 하트가 뿅뿅한 상태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가 절대 1시간 이상 이어지지 않았어요.
아빠의 매너 없는 행동이 부끄러웠고 남들 눈치는 그렇게 살피면서 앞을 보고 걷지 않는 엄마가 답답했어요.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 말하면 되는데, 참다가 숙소에 들어와 아주 조금 남은 커피를 들이키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멋진 풍경을 눈에 채 담지도 않은 채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달라 하고, 찍힌 사진을 굳이 확대해가며 자신의 얼굴 주름과 흰 머리카락에만 집중하는 엄마가 안타까웠어요. (물론 태어나서 처음으로 리조트 수영장에 몸을 담가 본다는 아빠의 말이, 본인이 이렇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지 몰랐다고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아빠의 말투가, 눈꺼풀이 무거워서 버틸 수 없어도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 하는 엄마의 졸린 눈이, 내가 알려준 베트남어를 계속 쓰는 엄마가 사랑스러웠고 뭉클했지만 말입니다.)
나는 아빠 엄마를 사랑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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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낭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요가 수련을 했어요. 수련을 하며 수없이 듣는 이야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나를 다정하게 바라봐 주세요.” 분명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법한 말.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저를 사랑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사진을 확대하며 자신의 못난 부분만 보는 엄마를 안타까워했으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냉혹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시선이라니. 참 나.
수련을 기록하기 위해 남긴 동영상을 보며 이곳저곳 둥글둥글한 몸을 보며 속으로 한심해했고,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며 실내 수영장용 검은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나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몸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는 유유자적 두둥실 떠다니며 순간을 즐기다가도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나 가족들이 찍어 준 사진 속 내 몸을 보면 너무 보기 싫어 다 지워버렸어요. 내 몸을 마주하고 나면 내 몸이 싫어졌어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해도 성공일 텐데, 보고 난 뒤에 싫어하기까지 하다니.
나는 나를 언제쯤 사랑하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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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이유 by 형진C
최근에 자주 뵙는 이웃 작가님이 있습니다. 이름은 '누구나'. 그림일기를 꾸준히 그리고 공유하는 작가님인데 아무튼, 작가님이 수원의 '그런 의미에서'라는 책방에서 드로잉 워크숍 진행 때문에 다녀왔는데 경기도콘텐츠진흥원에서 제작한 경기도 책방에 대한 인터뷰집을 너무 많이 받아 저희에게도 한 부 가져다 드리라고 했다며 전해받았습니다. 경기 29개의 인증서점의 대표들의 '책방 운영'에 대한 인터뷰집이었습니다. 제목은 '책방지기? 자영업자입니다!' 낭만을 뺀 현실적인 서점운영에 대한 인터뷰집인 듯싶었습니다.
29개의 책방의 운영자들이 말하는 '왜 서점을 열게 되었 는가?에 대한 부분만 슬쩍슬쩍 들쳐봤습니다.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고 싶어서', '단체 운영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책과 사람을 잇고 싶어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어릴 적 꿈이서.' 등등 여럿 이유로 책방이라는 책을 팔아 밥 벌어먹는 일을 택 한 것이라고들 합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책이란 것을 팔아서 부귀영화를 얻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없었겠고, 대체로 책방으로는 유지만 되면 좋겠다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얼마 전에 김민철 작가의 책에서 본 글인데 '너에게 광고는 뭐야?'라는 선배의 질문에 '제 삶에 좋은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던 부분이 생각이 났습니다. 일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좀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살고 싶다 뭐 그런 얘기였던 것 같습니다. 왜 이 글이 문득 떠올랐냐면, 저희에게는 '책'이 어떤 수단이라고 생각했었다는 것을, 책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점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 어색했고, 책방지기라는 단어는 여전히 간지럽고, 우리는 공간을 운영한다고 말하고 다녔던 것인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그 수단을 통해 원하는 목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가? 그렇게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감을 하고 소소와 둘이 오붓하게 산책을 하면서 '뭘 하려고 했더라?' 다시 생각해 보니 '좀 더 나은 일상을 파는 상점'이라는 말이 너무 흐릿한 느낌인 듯싶었습니다. 결국 하려던 것은 '대화와 관계의 문화' 였는데 그럼 뭘 해야 하지? 유명작가를 초대해 사람을 모으는 것이 맞는 방향인가? 그럼 대화와 관계에 대한 문화가 만들어지나? 아닌데. 여전히 우왕좌왕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고는 있지만 좀 더 명확한 이 공간의 이유를 만들어야겠다. 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도만 생각하며 산책을 마무리했습니다.
올 해에는 좀 다른, 진짜 하고 싶었던 방향의 무언가를 다시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의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어떤 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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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를 위한 우리의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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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워크숍: 프로크리에이트 원데이
서울과 수원에서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누구나 작가의 프로크리에이트 원데이 워크숍을 소개합니다.
안산의 이웃 작가님이 동네 밖에서만 활동을 하게 놔둘 수 없어 모시고 왔습니다. 우리도 성황리에 함께 해요.
아이패드에 프로크리에이트 어플을 설치했는데 막상 시작하기 어렵다거나 프로크리에이트 사용법을 하루 만에 배우고 싶은 분들께 도움을 드립니다. 하루 동안 간단한 사진 편집과 그림을 그리며 전반적인 사용법을 익히는 시간입니다. (Procreate 유료 앱 설치가 필요합니다. 정기 결제가 아닌 구입하는 방식이라 활용도가 높을 거예요.)
Host. 누구나 ( @nicetomeet )
그림일기를 그리고 독립출판물을 만듭니다.
<물 밖에서 울기> <냉담 중입니다.><슬기로운 편의점 일지><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를 썼다.
일시: 3.26(일) 오전 10:00/약 2시간
가격: 3만원
준비물 : 아이패드, 애플펜슬, 프로크리에이트 어플(유료) + 열린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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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북클럽 : 4050, 책에서 길을 묻다 (4월)
: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와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가 함께 합니다.
3월에 이어 4월도 4050책의 해에서 제안받은 두 번의 북클럽과 한 번의 비대면 대담을 진행합니다. 4월의 주제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과 홍승은 작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를 통해서 글쓰기를 통한 자아 찾기, 내 목소리를 찾기,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미 몇 분이 3월에 이어 4월도 함께 신청을 해주셨지만 아직 여석이 있습니다. 좀 더 나은 대화의 경험과 관계를 만드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행
2강: 나를 일으키는 글쓰기(4월)
2023.4.25(수)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지음/ 메먼토 펴냄)
2023.3.22(수) 저녁 7시 (약 2시간 소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어크로스 펴냄)
2023.4.25(화) 저녁 7시30분
은유/ 홍승은 작가 비대면 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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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텃밭]클럽 3기 모집 : 리틀 포레스트 봄 (3월-6월)
마지막 한 자리를 위한 재공지,
다음주 토요일부터 우리는 약 4개월간 작물을 키우고 농사 공부도 하고 기록도 하고 밑반찬도 만들고 부침개도 해먹으면서 리틀포레스트의 삶을 도시에서 짧게나마 경험해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딱 한 자리가 남아있습니다.
: 일정 3월 18일 ~ 6월 24일 (8회차)
: 일시 격주 토요일 10시 -12시
: 정기모임 텃밭 관리 및 일지 작성 (*텃밭 기록용 노트 증정)
*비정기 모임으로 반찬만들기/ 환경 북클럽/ 드로잉 워크숍 등을 멤버와 논의 해서 진행.
: host. 강당근/ 김가지/ 김고수 (@slow_plate)
: 인원 최대 10명
: 장소 마을상점생활관 건물 옥상 텃밭(5F) *참고, 엘레베이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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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워크숍: 타투 part.2 (월요일 저녁)
: 나의 취향을 몸에 담아.
한 자리 남은 재공지 ②
월요일 저녁 7시 생활관 문을 닫고, 우리끼리 둘러 앉아 내 몸에 취향을 담는 것에 대한 대화와 시각화를 하며, 진짜 몸에 담는 것까지 할 정입니다. 함께 만나는 두 번의 만남과 한 번의 개별 타투 작업이 있는 자리입니다. 좋은 대화의 경험과 관계를 만듭니다.
[ 진행내용 ]
1회차(3.13): 타투를 할 때 알면 좋은 것/ 각자의 취향(좋아하는 것)에 대한 대화로 도안 구상해보기
2회차(3.20): 취향을 도안으로 구체화 하기
3회차(3.27): 타투 작업 받기
*타투 작업은 1인당 약 1:30-2:00 정도 소요되며, 일정을 조율하여 나누어 진행이 됩니다.
[ 주의 사항 ]
*최소 사이즈 2cm - 최대 사이즈 5cm (미니 사이즈 타투) / only BLACK color.
*크기와 직업의 디테일에 따라 추가금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는 신청하실 수 없습니다.
host. 타투이스트 웬즈데이 (@wedsday_tattoo)
:좋아하는 것을 도안으로 그리고 타투로 작업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요일이 수요일이라 활동명을 웬즈데이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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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TED.
2023년 음악생활관을 함께 할 이웃 뮤지션을 찾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나뉜 공연 형식보다는 뮤지션과 이웃이 함께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음악과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드는 혹은 나의 감정을 악기로로 표현하는 뮤지션을 찾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도 연락을 주세요. 저희와 함께 어떤 기획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별도로 마련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뮤지션들과의 커뮤니티를 생각하며 매월 진행하는 음악생활관입니다.
: 일정은 매월 말쯤, 논의 후 결정됩니다.
: 단 한 곡의 자작곡만 있어도 좋습니다.
: 진행 전에 함께 하는 뮤지션들과 진행을 위한 미팅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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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관에 여럿 작가님을 모실 수 있게 3년째 지원을 해주고 있는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올 해도 선정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서점'이란 타이틀로 진행된 이 지원 사업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제는 [ 생활관점: 사소한 호기심들 ]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님이 추천한 책으로 우리끼리 북클럽을 하고, 그 작가님과 직접 만나 그의 사소함 호기심과 삶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 모셔볼게요
- 이번주 월요일에는 타투워크숍이 시작되고, 토요일에는 드디어 생활[텃밭]클럽 3기가 시작됩니다. 봄기운 처럼 북적북적한 생활관이 될 것 같아 설레고 있습니다.
- 생활커뮤니티 공지용 오픈 카톡방을 운영합니다. 공지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니 조용하게 입장만 해두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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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생활체력 사업 너무 궁금해요 ㅠㅠ 안그래도 요즘 런닝과 수영을 하는 중인데 미리 저 책들 읽고있을테니까 꼭 나중에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3. 3. 10. 오후 1:32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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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생활체력 기획은 일단 우리끼리 해볼까봐요. : ) 요즘 부쩍 꽃사장 요가 피드때문인지 운동에 대한 대화가 많아지더라고요. 기회가 닿으면 작가님들도 초대도 하고요. 곧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해서 내놓을게요. 관심을 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힘내서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자리마련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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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생활화를 통해 이번주에 알게 된 꽃은 호접과 설유화 ! 찾아보니 호접은 ‘행복이 날아든다’ 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들어온다도 아니고 날아든다니 호접이 더 멋지게 보입니다 🤠 대롱대롱 하얀 얼굴들이 달린 설유화의 아름다운 선이 기깔나서 몇 번씩 화병을 쳐다보게 되어요 ㅎㅎㅎ. 늘 근사한 꽃사장님의 화병꽂이. 감사합니다 !
ChatGPT 이용해봤는데 놀랍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더라구요. 이런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질거고, 그러다보면 문학철학붐이 오지 않을까 ㅋㅋㅋㅋ 라는 생각도 들구요.. !
버윈 노래 맥주나 와인 마시면서 chill하는 너낌이라 좋습니다 🤓 요가 일기도, 생활음악 추천 코너도 넘 좋아요. 요즘 음악 세계가 고루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노래들을 접해보는 경험이 소중하네요~_~ 저는 이번주에 빛과 소금의 오래된 친구를 추천드려요~~! 94년도 노래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세련되고, 신나요! 벌써 생활관레터 60번째라니 놀랍습니다..! 일상에 생활관이 촘촘이 쌓이고 느끼게해주는 생활관레터~~ 이번 주 레터도 잘 봤습니다 🍀.
23. 3. 12. 오전 1:24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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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하하하. 이번 음악추천릴레이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버저비터급으로 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저도 빛과소금 꽤나 좋아했었는데 '샴푸의요정'을 자주 들었던 듯 싶어요. 지금보다 90년대가 오히려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때인 것 같기도 해요. 주류와 비주류가 적당하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우루루 한 쪽으로 몰려가는 듯 싶기도 합니다.
'좋은 질문' 맞아요. 그게 제일 중요한 듯 싶어요. 문학철학-붐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끼리 좋은 질문과 여기저기 잡다하게 들은 것으로 대화하고 생각해보는 그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아, 일단 만들어 볼테니 함께 하시죠. : )
추천해주신 곡은 2020자라섬재즈페스티벌 버젼으로 공유합니다. 원곡도 좋지만 농익은 지금의 버젼도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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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ve & The Light and Salt - 오래된 친구 | Jarasum Jazz Festival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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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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