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0 Essay 01. 글감이 없다. 계속해서 쓰는 작가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에게 글감이
없다는 말은 마음이 일렁이거나, 어느 한 쪽의 감정이 특정한 방향으로 솟구치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작가들은 크고 작은 물결 없이 잔잔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서도 계속 글을 써 내려가는데, 아마도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도 아닌 그냥 글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해두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제발 타고나는
거라곤 하지 말자. 재능 있는 사람들 부럽고 샘난단 말이다!!!!) 하지만 보통의
하루가 계속된다는 것은 글감이 없다는 것 말고는 참 좋은 일이기도 하다. 요 며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더니
오늘은 잠잠하고 따뜻한 볕만 내리쬐고 있는 것처럼 날씨도, 나도 그렇다. 약간 무섭게(?) 말하자면 대기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는 그냥 어떤
상태라고 말할 것도 없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아무렇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탄탄하고
재미있는 글을.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글을 만들고, 또
만들어진 글로 사람들에게 읽히고, 읽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거나 공감을 얻어내거나, 추억을 끄집어 내게 하는 그런 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틈틈이 읽는다. 읽을 때마다 감탄하며 또 읽고 또 옮겨 적어본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글. 생각하고, 추억하고, 웃고 우는 그런 글을 읽는다. 어쩌면 너무 잘 쓰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고, 잘 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은 하지 않고 투정만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 많이 읽고, 많이 쓰다 보면 어느새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말을 믿는다. 뭐든지 지름길은 없나 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from. 정민s Essay 02. 리더와 호스트 20대 대통령이 정해졌다. 20대이긴 하지만 정확히는 12번째 대통령이다. 두 번에서 최대 다섯 번까지 해 먹은 대통령이 있어 인물로는 12번째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발송하는 일자에는 이미 정해져 온통 새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로 미디어가 채워져있을 듯싶다. 누가 됐을까? 누가 됐나요? 대통령 후보들은 서로 본인이 ‘진정한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리더' (LEAD-ER. 지도자.) : 가리키는 곳으로 이끄는 사람. 두산백과에 의하면 ‘집단의 통일을 유지하고 구성원이 행동하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로 정의한다. 이 정의가 여전히 유효할까? 꼭 제시된 방향 중에 골라 이끌려야 하나? 이전 11명의 대통령 중 한 대통령은 그의 무능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들켜버려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전무한 평화적 탄핵으로 자리를 다시 내놓았다. ‘촛불 혁명’이라고도 부르는 이때의 이야기는 아마도 대다수 ‘한국인’이라면 어떤 무용담처럼 가슴속 남아 있지 않을까싶다. 이 촛불집회 당시 ‘몇 백만 명이 나왔더라’보다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집회의 방식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 이전 정권 당시 꽤 많은 집회가 있었고, 그 집회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의 일로 흔히 활동가라고 부르는 집단의 인식이 변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시행착오를 토대로 더 이상 앞에서 선동하고 이끄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오랜 시간 즐길 거리를 제공해 즐거운 공론장으로 만드는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었다. 어떤 선동꾼 하나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고, 모인 사람 하나하나 스스로가 구경꾼이 아닌 주최자가 된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불법적인 일을 하려는 이탈자를 시민들이 함께 “하지 마! 하지 마!”같은 구호를 외치며 저지하는 장면이 아마도 그것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끄는 것이 아닌 그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리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주장과 주장이 맞붙을 때 하나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닌 의견과 의견으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어쩌면 지금 시대의 리더는 이끄는 것이 아닌 잘 마련해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시대는 많이 변했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시점에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춰 살고 있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하라는 데로 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보통은 권위주의적이라고 한다. 권력(권위) 중독은 아마도 ‘하라고 말을 하지 않아도 (눈치 보며) 먼저 알아서 해주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그럴수록 대화보다는 지시를 내리거나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익숙하다. 이것이 꼭 나쁜 것 많은 아니다. 다섯 번이나 해 먹은 한 대통령을 민족의 수호신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대는 함께 모여 논의하고 거기서 의견과 의견을 곱씹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나은 결과를 내는 데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당장 먹고 살 것이 막막한데 그런 한가한 얘기나 하고 있을 때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어느 당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입니다'를 그렇게 반복적으로 외치는 이유 아닐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지 모른다. 그때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대화를 하는 방법을 잃었을지 모른다. 듣는 법을 잃었고, 이해하는 법을 잃었고, 혼자 고심해서 내린 결정의 무게만 짊어지는 법 이외에는 다른 할 방법을 찾지 못해 소리를 지르며 “그냥 하라는 데로 해!”라고 내뱉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아는 것이 그뿐이라. 국제통화기금(IMF)의 GDP(국내총생산) 2021년 10월 추정치로 매긴 순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 190개국 중 10위다. GDP로 국가의 경제 순위를 매기는 것에 대한 이견이 많지만 그렇다더라도 여전히 최상위급 부자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가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겁니다.’라는 한 후보의 메시지가 가닿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물론 부자동네에 산다고 모두 부자는 아니다. (GDP 1위국인 미국에 산다고 모두 부자가 아니듯이.) 결국 분배의 이야기다. 부모보다 더 많이 버는 자식이 나오는 것이 아닌 부모님 세대가 돈 버는데 급급했다면, 그렇게 노력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식세대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는 더 넓은 차원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새로운 관점으로 나를 따르라는 것이 아닌 당신들의 생각을 스스로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그런 리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시대는 위기라는 괜한 조급함보다는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자며 대화를 건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같이 해보자는 그런 누군가였으면 좋겠다. 급진적 선동꾼에게는 스스로 소리 높여 ‘하지 마! 하지 마!’를 외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그런 누군가였으면 좋겠다. 눈치 보게 만드는 강한 리더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감 있게 내뱉을 수 있게 만드는 호스트 같은 사람이 나를 대리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처럼 ‘대화를 하고 싶다’ 생각 들게 만들어 익숙하지 않지만 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를 따르라는 리더보다는 대화하자며 초대장을 보내는 호스트가 많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 표의 의사 표명을 한 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는 일상 회복하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from.형진c 생활책 우리의 좀 더 나은 일상을 위한 책을 소개합니다. 물고기는 존재 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Why Fish Don't Exist: A Story of Loss, Love, and the Hidden Order of Life ( 룰루 밀러 지음, 곰출판 펴냄, 2021 ) 생활북클럽 언리미티드의 두 번째 선정도서였다. 사실, 이 책이 선정된 것은 도서 선정의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멤버가 '하도 추천 리뷰가 많이 보여 읽었는데, 그리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라는 이유에서였다. (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이유에서였다.) 북클럽을 위해서 한 번 더 읽었지만 자리를 마치고 책을 바로 중고 위탁으로 맡기고 떠났다. 결국 그는 '나와 맞지 않는 책'으로 결론 내렸다. 이 책은 유독 최근에 (온라인) 노출 빈도가 높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던 천호식품의 광고 같은 말로 '내용은 말해줄 수 없지만 꼭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리뷰들이 눈에 띄었다. 한 유튜버의 영향력처럼 보이기도 하다. 룰루 밀러, 스포츠 웨어 브랜드 같은 익숙한 이름의 저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너의 고정관념을 깨트려 줄게'라는 듯한 호기로운 제목, 거기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라는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이다.'같은 의미 있어 보이지만 의미 없는 듯한 부제가 달려있다. 그래서 무슨 얘긴데- 호평은 있지만 '경이롭다, 놀랍다, 완벽하다, 매혹적이다.'같은 감탄사만 담겨 있다. 정말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책인 건가? 책의 내용은 이렇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란 스탠퍼드 대학 초대 총장이자, 생물(분류) 학자, 특히 어류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는 한 인간의 삶을 따라가며 저자 자신이 간절하게 찾으려는 '삶의 통찰(이유)'을 찾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인물사로 시작해 미스터리 장르로 넘어가더니 인문사회학, 인문과학, 사회고발 르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서술한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봐야 한다.'를 충실하게 따랐던 한 멤버의 "처음에 소설인 줄 알았다."라는 얘기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감성적이며 문학적인 향기까지 풍기며 끝을 맺는 부분을 보면 충분히 소설적이다. 서울극장 앞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를 외쳤다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반전의 여지는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남겨둔다. (이 반전 때문에 표현을 주저하는 듯하다.) 대신, 왜 이렇게 호평과 추천이 많을까에 대해서만 나름의 생각을 담으려 한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기보다는 북클럽을 한 번 끝낸 다음의 조정된 생각이다. 이과 교수 아버지와 문과 교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역사학을 전공하고, 과학 관련 라디오 프로그램을 리포팅, (보조) 진행하는 저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집약된 책이다. (첫 책이라니 아마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썼을 듯싶다. ) 그만큼 복합적이라 이성과 감성 그리고 정보성에 구성력까지 갖춘 책이라 어떤 편향적인 독서습관을 가졌더라도 어느 정도의 호기심은 건들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결론에 도달한 지점,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책은 꽤 많다. 일단 어떤 권리를 (동물, 여성, 난민(혐오) 등) 이야기하는 책은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책의 진중함 혹은 주장을 넘어선 확고함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런 책을 지지하면 나 역시도 괜히 무슨 활동가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러기는 싫은데' 그럴 때 이 책은 유용하다.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문학적으로 에둘러 표현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유용하다. 이것이 모든 호평의 이유가 아닐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 구성의 힘'을 이 책의 호평 이유로 꼽았다.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많은 호평이 있다. 그것을 나는 '대중성'으로 생각했다. 어떤 깊은 직설적인 통찰보다 대중적인 문학적 호소가 유용할 수 있다. 혹시 여러 호평으로 이미 작은 호기심이 심어졌다면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보고 나는 어떤 취향인가, 다른 사람은 왜 좋다고들 하는지 가늠해 보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참고로 저자가 이해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반전의 삶의 이유에 난 동의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기득권, 인정욕구’ 정도로 이해했다. 아마도 이 책은 한 번 더 북클럽을 열어야겠다. 입이 근질거리게 만드는 책이다. 화병꽂이 no.10 그래서 지난주 보다 더 사랑스러운 컬러를 골랐고요 연두 + 노랑 + 살구 + 화이트!
따뜻하고 설레는
봄의 색들. 핑크가 주는 설렘이나 사랑스러움과는 또 다른 간지러움을 주는 꽃과 소재들.
다가오는 주말에
있을 3월의 화병꽂이 워크숍에서 같이 만들어 볼 꽃의 컬러를 아직 고르지 못했는데, 그 고민에 대한 답이 오늘의 꽃이 될 수도 있겠네요 :)
오늘의 꽃 편지는
간단하게 줄일게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생활[이슈]클럽 요즘 우리의 마음 속 이슈들- ISSUE 01. 나는 인종 차별에 있어 떳떳한가? 개인적 경험치에 의존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껍데기인
하얀 얼굴과 노란머리에 파란 눈이면 괜찮다 생각하고, 하얗지 않은 얼굴과
노란 머리가 아니고,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모두 폄하하거나 무시하고 있지는
않나? 어째서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둘러쌓여 좁은 시선으로 넓은
세상을 보려고만 할까? ISSUE 02. |
마을상점생활관의 두 호스트의 생활의 관점을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