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 Essay 01. 판단과 평가 가게가 한가해진 틈을 타 (사실 요즘 계속 한가하다;;) 창밖에 보이는 공원의 초록을 바라봤다. 틈날 때마다 진짜로 살아있는 초록을 보고 싶다. 그럴 때마다 가게 앞 공원이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껴본 사람만 알 것이다. 눈 내리는 날이면 소복하게 쌓인 눈들로 새하얀 숲속을 만들어주고, 비 내리는 날이면 비에 젖은 흙 내음과 풀잎 향이를 선물해 주는 고마운 공원. 계절의 흐름과 날씨의 변화를 눈과 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것 중 그나마 자연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공원에 대한 감사함은 잠시 넣어두기로 하고, 한가한 틈에 공원을 바라보다 언덕길을 거니는 한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길을 걷다 멈춰 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라 어떤 하늘을 찍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그 궁금증은 물음표의 마지막 점 하나도 완성되지 못한 채 그저 내 두 눈을 의심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자연을 감상하는 듯한 몸짓을 하던 그가 몸의 방향을 우리 가게 쪽으로 틀었을 때 그의 입에는 담배가 물려 있었고, 그는 연신 담배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재를 떨궜다. 공원 안에서. 그것도, 기름에 갓 튀겨진 튀김옷처럼 바스락거리는 아주 건조한 나뭇잎들이 바닥에 수북하게 깔려 있는 그 숲에서. 그를 보지 않은 눈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사고 싶었고, 그가 보이지 않았던 아주 잠깐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는 심지어 아주 환한 미소를 띠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아, 건조한 겨울의 공원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담뱃재를 겁 없이 터는 그도 누군가에게는 멋진 존재일 수도 있겠다.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거다. 그 미소는 부모나, 상사에게 형식적으로 빵끗 웃는 그 웃음이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눈치챘겠지만, 그렇다. 그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여기까지 그를 묘사 한 나의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대다수는 그를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이라 단정 짓고, 불쾌한 기분이 들겠지. (아냐?? 나만 그래??) 다음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를 마음속으로 손가락질할 테고, 누군가는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겠지. 나는 당연히 전자에 해당한다. 나는 그의 입에 담배가 물려 있는 순간 그를 판단했고, 평가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나는 사람 하나를 쓰레기로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사람들을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결론까지 낸다. 요즘 사람들은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어간다 하는데, 나는 사람들을 평가질 하는 것에 중독되어 가는 것 만 같다. 심지어 나의 평가가 맞아떨어지면 희열마저 느낀다. ‘거봐! 내가 뭐랬어. 쟤 저럴 줄 알았다니까!!’라는 우스운 우쭐한 생각 말이다. 대부분 내가 짐작한 그들의 캐릭터는 틀린 적 없다는 오래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긴 하나 본디 어른이라는 사람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공원에서의 그를 평가하지 않기 위해 나는 눈을 질끈 감았어야 했나? 아니면 그 모습이 생각나지 않도록 그보다 더한 인간쓰레기를 보며 담뱃재 인간은 저 정도면 양반이라며 나의 글 속에서 그를 구원했어야만 했나? 내 눈에서 그는 사라졌지만, 내 머릿속에서 그의 만행은 지워지지 않은 채 몇 날 며칠을 제자리걸음을 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렇게 글로 남기니 휘발성도 사라져 한동안 짙게 남아있겠지만, 공원에서 그를 보고, 그의 만행을 마주하고, 글로 풀어낸 나 자신 칭찬한다. 궁금하다. 그의 공원 밖에서의 삶. from.정민s Essay 02. 02. 셀프 안식년과 N잡러 몇 번 퇴사를 한 적은 있지만 언제나 다음이 정해져 있었기에 아무런 대책 없는 퇴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퇴사를 하고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법적으로는 약 이 주 정도는 아직 소속되어 있었다. 휴가가 많이 남아 일단 그것을 소진하는데 이주 정도가 소요된다고 했다. 그 이주 동안은 백수가 아닌 그저 휴가로 생각하고 조금 느긋하게 있기로 했다. 그 느긋한 생활은 이주를 넘기고 한 달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퇴사한 시기는 6월이었다. 점점 기온이 올랐다. 홀로 있는 집에 에어컨으로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아 버티고 버티다 밖으로 나가 근처 카페라도 찾아 들어갔다. 한가로운 시간이 지속되자, 비일상 같던 한낮의 빈둥거림이 일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느긋했지만 속으로는 고질병인 조바심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찾는 방법은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빌려와 테이블에 쌓아 두고 보는 것이다. 며칠에 한 번씩 도서관에 들려 대여할 수 있는 최대치의 책을 빌려 돌아왔다. 그 빌린 책의 대부분은 경영 관련 서적과 현시대를 분석한 책 들이었다.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게 조바심을 누르고 누르며 10년이 채 되지 않은 직장 생활이었지만 어디서 주워들은 ‘안식년’인 것 마냥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퇴사를 하면서 생각한 소일거리가 몇 있었다. 퇴사를 할 때 즈음 예전 미디어 회사에 잠깐 있을 때 에디터로 있던 선배가 원고 의뢰를 해왔다. ‘마케터가 본 오프라인의 미래’라는 주제로 글을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어느 대기업 사보에 싣게 되는 글이었는데, 꽤 두둑한 원고료가 들어왔다. 이것이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줄까 잠시 기대를 했지만 더 이상 원고 의뢰는 없었다. 다른 소일거리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었다. 양가 모두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다. 먼저 부모님은 무창포 바닷가 근처로 귀촌을 하며 펜션을 지으셨다. 건물만 있다고 예약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니 그 예약에 필요한 일이 필요했다. 정민s는 이전해 겨울, 형제들끼리 에코퍼 소재의 가방을 만들었다. 도매를 주로 했던 형제들이라 소매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당시 브랜딩을 업으로 삼고 있던 터라 소규모 브랜드로 방향을 잡아 주던 터였다. 퇴사 후 펜션과 소규모 브랜드 운영이 소일거리로 괜찮아 보였다. 어느 정도 운영이 되면 최소한의 생활비 정도는 나 올 수 있을 듯싶었다. 결과적으로는 펜션은 그 동네 펜션까지 묶어 예약을 받아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로 생활관의 월세 정도는 충족할 수 있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 얘기긴 하다. 세 남매의 브랜드는 간혹 괜찮은 수익을 내는 제품이 있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들이는 수고에 비해 남는 것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모든 재고를 처리하고 용돈 정도의 돈을 나누면서 끝이 났다. 당시에는 이 두 개의 일로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여럿 일에 조금씩 손을 대면서 조금의 수익들을 모아 이전 월급만큼의 돈은 벌 수 있을 듯싶었다. N잡러를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생활관을 생각하게 된 것은 관계의 갈증이 컸다. 얕고 광범위하던 관계에서 떨어져 나오니 그 많아 보였던 관계가 너무 협소하게 느껴졌다. 학교나 직장을 기둥삼아 뻗던 관계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 그 이외의 관계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너무나 낯설었다.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은 이전부터 있었고, 퇴사하자마자 의뢰받은 원고에도 오프라인의 미래는 커뮤니티의 존재 유무에 달려있다고 한 터였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의 주제도 점점 그런 흐름으로 선택되고 있었다. ‘나의 사회적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from. 형진c ➕ 다음주로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생활책 대체적으로 책을 통해 얻는 것은 ‘사람 이야기’다. 물론 개미를 통해 인생을 통찰해 보기도 하고, 지질학적인 혹은 우주과학적인 지식으로 삶을 되돌아보게도 되지만 결국 내 이해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사람 이야기’로 재해석 된다. (나는 그랬다.) 이번 주는 그 사람 이야기를 가장 원초적이면서 직접적인 방법으로 담는 인터뷰집을 소개한다. 이 책은 정반대의 출발점에서 시작해 같은 지점으로 맞닿는 것 같다. 패션 에디터 출신의 유려한 말솜씨로 유명인의 삶을 담은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어떤 빽도 없이 스스로 갈고닦은 글 솜씨로 대중적 관심얻은 작가의 대중적 관심 밖의 이웃 어른의 삶을 담은 <새 마음으로> 다. 당당함과 소박함. 그 차이와 울림을 느낄 수 있다. ![]() <새 마음으로> ( 이슬아 지음 | 헤엄출판사 펴냄 | 2021)
부제: 이슬아의 이웃 어른 인터뷰
응급실 청소노동자, 농업인, 아파트 청소 노동자, 인쇄소 기장, 인쇄소 경리, 수선집 사장 등의 어른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슬아라는 사람 주변에 닿을 수 있는, 아무도 대중에게 소개하지 않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명해지고 싶은데 유명해지면 뭘 하고 싶은지 몰라 그냥 선한 영향력을 갖고 싶다로 퉁치기 쉽다. 만약 관심을 끌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다면 이슬아처럼 아무도 관심 없는, (그래서) 담지 않는 주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김지수 지음 | 어떤책 펴냄 | 2018)
부제: 김지수 인터뷰집: 평균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 배우 윤여정, 디자이너 노라노, 배우 이순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디자이너 하라켄야, 미술사학자 유홍준, 철학자 김형석 등의 어쩌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최소 30년 현역으로 일한 어른들이라고 한다. 최소 30년. 유려하고 당당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만난 화려한 인터뷰집이다. 화려하지만 묵직함이 담겨있다. 지난해 5월 13쇄를 찍은, 리커버 된 책으로 입고되었다. 13쇄,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화병꽂이 no.02 일주일 만에 인사를 다시 나눠요.
잘 지내셨나요? 생활관점레터의 구독자분들 :)
저는 지난주에 작업하고 사진으로 보여드렸던 꽃을 일주일 동안 2번 물을 채워주었어요. 겨울이라 물이 쉽게 부패하지 않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하늘하늘했던 하늘색 델피늄은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저에게 이제 그만 버려달라며 작별을 고했어요. 대신 이렇게 노오랗고, 싱그러운 연두는 너무나 잘 버텨주어 시든 꽃은 정리하고 다시 작은 화병에 꽂아 두었어요. 이번 주의 꽃 컬러는 막연하게 짙은 핑크를 하고 싶다 생각만 하고 꽃시장으로 향했어요. 꽃 사입을 할 때 어떤 날은 단번에 마음에 드는 꽃을 발견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날은 꽃시장을 두어 바퀴 돌아도 도통 눈에 들어오는 꽃이 없기도 한데 오늘은 보자마자 저의 시선을 훔쳐 간 꽃이 있었지요. 짙은 보라와 자주 사이 어디쯤의 어른의 고혹적인 컬러 스위트피와 가볍지 않은 핑크의 파스타 거베라에요. (핑크 싫어한다고 하면서 맨날 쓰는 사람 여기 저에요!!!) 조금 더 과감하고 풍성하게 꽃을 꽂고 싶었는데, 스스로 다짐한 생활화 2022년 프로젝트 - 적은꽃_화병꽂이 - 를 앞으로 계속할 거니까 볼륨이 적은 꽃 작업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생각하고 덜어내는 작업까지 모두 마친 저의 화병꽂이. 1월 앞으로 남은 두 번의 화병꽂이에서는 좀 더 덜어낸 작업을 보여드릴게요. 아, 화병은 한 달에 한 번씩만 교체할 예정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커피 프리퀀시를 모으 듯 화병을 모으진 않으니 한 달 동안 한 종류의 화병으로 다양한 느낌의 화병꽂이를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가 매주 보내드리는 화병꽂이를 보시고, 언제든 달려 나가 꽃을 살 수 있는 동네 단골 꽃집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생활화에서 매주 보내드리는 꽃 사진이 파도같이 넘실거리는 감흥을 가져다 주진 않겠지만, 꽃 사진을 보는 잠깐이라도 ‘아~ 예쁘다.’ , ‘오~ 멋지다!’ 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단 한 분에게라도 제 마음이, 저의 꽃이 가닿기를 바랄게요. ![]() ![]() 생활질문 새로운 코너입니다. 질문을 보내주신 분에게 답변을 해드립니다. 가끔은 다른 분에게 답변을 요청드려 전하기도 합니다. 혹은 이 질문에 답을 해주시는 분이 있으시면 대신 전달드리기도 합니다. Q. 게으르고 호기심이 많은 취준생입니다. 취업 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몸과 마음을 딩가딩가 내버려두고 있어요. (아니 사실 마음은 꽤나 불편) 정확히 말하자면 <선택을 받지 못해 힘든 것>이 아닌 <해야할 행동을 하지 않아 힘든 것>입니다. 배가 부른거죠,,
이정도면 취업을 하기 싫은건가?부터 시작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라는 자괴감과 무기력에빠지고 헤어나오기를 반복 중에 있어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다른 사람들의 취업준비"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관심사.직무를 선택하고, 이 지옥같은 시간들을 버텨냈는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저의 취업 준비를 전하자면, 막상 어딘가에 취직을 하고 다니면 그 취업 준비를 하던 그 당시의 일은 잘 잊게 됩니다. 분명 그 당시 자괴감과 무기력감으로 힘들어하던 때가 있었겠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잊게 됩니다. 아마 질문을 해주신 분도 어느샌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이전 레터에 쓴 것처럼 영화를 하고 싶다가 갑작스럽게 취업을 준비하게 된 케이스였습니다. 당연하지만 바로 취직이 되지 않았고, 그 자괴감과 무력감에 ‘아무 곳이나 일단 들어가자’ 관심도 없는 곳에 면접을 보기도 했습니다. 분야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일단 개인적으로는 호기심 있는 곳을 중심으로 다시 방향을 잡으면서 드디어 직장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예술 분야였는데 그 분야는 월급은 정말 작았지만 일단 그 곳에서 비슷한 관심사의 동료와 선배를 만나게 됐고, 그 관계로 다른 회사를 소개를 받아 이직을 했습니다 그렇게 옮기면서 또 다른 관계가 생기고 그러면서 관심사가 좀 더 확장되고 조금 나은 회사로 옮기게 되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신입으로는 입사가 힘든 곳도 경력직으로는, 특히 누군가의 소개라면 입사가 그만큼 어렵지는 않거든요. 호기심이 많다고 하시니 기왕이면 그 호기심과 결이 비슷한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보기를 추천드립니다. 돈보다는 사람이(관계가) 나중에 자산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생활소식 마을상점생활관의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합니다. UNIT JAZZ DAY " 지난 한 해는 '고립' 에 대해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올 해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하며 개인이 신청하는 강의가 아닌 '유닛'으로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모여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 from. ourhost 서보경 |
마을상점생활관의 두 호스트의 생활의 관점을 담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