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두번째 | 82nd
여름을 여름답게 즐겨야지라며 더위를 견디고 견디다 결국 에어컨에 의존했던 한 주, 우리 생활의 관점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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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간정산
20230731 - 20230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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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Host 정민의 주간 정산
7월 31일 월요일
(개인 휴무)
7월의 마지막 질문 워크숍이 있었던 날, 휴무지만 저녁 7시에 생활관으로 출근해서 자리를 지켰다. 들어오는 손님은 없었지만, 혹시 들어올지 모르니까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게 자영업 아니것숴?!
8월 1일 화요일
1일이 화요일이라는 게 이상하다. 꼭 일요일이어야 할 것만 같은데. 다른 달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역시, 오늘도 한가한 가게를 지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원래 오늘은 나의 개인 휴무인데 형진의 ‘대낮부터 술 마시기 모임’ 때문에 월요일과 화요일의 휴무를 서로 맞바꿨다.
첫 손님이 언제 오셨나. 오후 4시였나? 처음 뵙는 앳된 여성 두 분. 음료를 시키시고, 서가에서 책을 무척 오랫동안 골랐다. 그렇게 오래 고르고 난 뒤 구매하는 책은 언제나 궁금하다. 오랜 고민 끝에 왜 그 책을 골랐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서 조용히 계산에 충실했다.
바로 대출 서비스 문제가 있던 손님과 일행들이 모두 함께 생활관 빅테이블에 둘러앉았다. 1인 1메뉴 원칙 같은 건 없는데, 주문받은 음료 확인차 수량을 다시 여쭤보니 일행분이 살짝 귀띔하듯 얘기하는 걸 들었다.
“그러지 말고, 애들 것도 한 잔씩 다 시켜”
못 들은 척을 못하겠기에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 손님. 인원수 때문에 여쭤본 건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이들 마실 코코아는 작은 잔에 나눠 두 잔으로 맞춰서 드릴게요.“
두유로 만든 코코아는 작은 사람들에게(장일호 기자님이 어린이를 이렇게 표현하시는 걸 본 뒤 나도 차용해 봤다) 인기가 없는 편이라 남기면 어쩌나 했는데, 역시나 남은 음료는 엄마들의 몫이었다. 눈치 보며 마시지도 않는 음료를 시키고 먹기 싫고 배부른데 억지로 마시는 것보다, 나는 상황에 맞게 시키는 게 더 좋다는 주의다. 물론 1인 1메뉴 원칙을 고수하는 곳에 내가 손님으로 가면 그들의 원칙을 따른다. 생활관에는 그런 원칙이 없을 뿐. 각자 상황에 맞춰 살고, 지킬 것들을 잘 지키면서 살면 된다.
8월 2일 수요일
아침 9시에 CCTV 설치가 예정되어 있다. 30분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설비 부서로 연결해 주었다. 상담사분이 설비팀으로 연결을 해준 순간 기사님이 도착하셨다. 우리는 9시에 약속했고, 당신은 늦었다는 걸 상기시켜줘야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말했다. 죄송하다는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아닌 것 같다. 상대의 사과를 원한 건 아니었다. 그저 나의 시간을 당신이 빼앗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기사님은 새 장비를 구입해서 그걸 챙기느라 늦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알겠다고 답하고 그 뒤로는 더욱 공손한 태도로 기사님을 대했지만, 마음 한편엔 말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남아 있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모두의 사정이 있겠지만, 늦을 땐 얼마나 늦을지 미리 연락을 주면 좋겠는데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들은 사전 노티스 같은 건 없다. 나는 그 지점에서 제일 화가 난다. 글로 감정을 풀다 보니 나는 잘 모르지 않는구나.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사정이 있어 늦는 건 괜찮아요, 하지만 늦으실 땐 약속한 시간보다 늦는다는 연락을 미리 해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네요.”라고 다음엔 얘기해야지.
조용했던 생활관은 저녁이 되어 텃밭 클럽 멤버들과 [씨스피라시] 다큐를 함께 봤다. 쏘유니크비건랩에서 비건 피자를 먹으며 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하고 빅테이블에 모여 긴 시간 동안 다큐를 보고 짧지만 간단히 소감들도 나눴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말을 아꼈고, 이미 채식을 하고 있거나 비건으로 살고 있는 멤버들은 목소리를 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 중 생선은 먹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기도 하고. 하지만 두 번이나 본 이 다큐 덕분에 연어나 칵테일 새우를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육식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과 열악한 동물권과 바다 생물 산업의 그림자를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난하고 싶다. 나는 외면하는 사람들이 싫다.
8월 3일 목요일
(생활관 휴무)
하필 일주일에 한 번 휴무인 목요일에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실은 8월 첫 주에 짧게 쉬어갈까 생각했었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는 행사였기 때문에 휴가를 포기했다. 경기문화재단에서 경기도권 생활문화 담당자들과 함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자리였는데, 나는 그 행사에서 담당자 30명과 함께 필사를 진행하는 걸 맡았다. 30명이 앉을 자리를 세팅했고, 어떤 책들을 고를지 몰라 나의 개인적 추천도서를 비롯해 몇 종류의 책들을 여유 있게 주문해두었다.
아침부터 계속 준비를 하느라 밥시간이 애매해 동네 국숫집에서 칼국수와 콩국수를 먹고 있는데 행사 측에서 연락이 왔다.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다고. 1시 30분까지 가도 되겠냐는 질문에 이미 답은 정해져있어서 조급한 마음에(하지만 국물도 남기지 않고 다 먹음) 종종걸음으로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12시 58분이었다. 잠긴 생활관 문 앞에는 이미 행사 참여자분들이 도착해 있었다. 순간 짜증이 솟구쳤지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사회적 자아를 출동시켜 서둘러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행사는 잘 끝났고, 우리는 휴일를 반납한 대가로 돈을 벌었다.
조금 씁쓸했고, 많이 피곤했고, 또 조금 보람찼다.
8월 4일 금요일 덥다. 37도까지 올라간다는 소식도 나를 지치게 했지만 더욱더 지치는 건 자꾸 들려오는 마음 무겁고 무서운 소식들. 무력해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
형진과 나, 소소만 지키고 있던 생활관의 고요를 깨 준 건 나래 씨였다. 낮맥하기 좋은 곳이라고 맥주가 마시고 싶어져 더위를 뚫고 왔다고 했다. 고맙고, 귀엽고, 멋진 나래 씨. 가을에 남미 여행을 떠나는 게 많이 부럽다. 누군가의 젊음을 부러워한 적이 없었는데, 나래 씨를 보면 가끔 그의 젊음이 부럽다.
금요일에는 잘 오지 않는 현주 님이 오셨다. 더위에 지쳐 약간 멍- 해진 얼굴이었는데 에어컨 바람을 쐬고 아이스커피를 드시고 나니 한결 편안해진 표정이 되었다. 이 더위에 우리는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일을 하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에어컨을 너무 틀어재껴서 환경에 살짝 눈치도 보이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지구에게 민폐만 끼치며 죽을 텐데 죄의식이라도 갖고 사니 그나마 다행인 건가;;
현주 님이 일하는 곳에서 만든 쿠키의 자투리를 가져오셨는데, 거의 파는 것과 다름없는 쿠키였다. 조금만 덜어준다는 게 나와 형진 나래 씨까지 현주 님 곁으로 모두 모여 결국엔 쿠기를 다 먹었다. 여행의 기쁨과 피곤함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 어제 퇴근 후 우연히 갔던 안양예술공원을 극찬하기도 했다. 안산천도 좋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계곡이 있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잖아! 안양 사람들 부러워!
정인 씨가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 나에게 꽃을 주문했다. 꽃 시장 휴가 기간이라서 이번 주 내내 꽃이 없을 예정인데 안내를 따로 하지 않아서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정인 씨는 친구와 함께 맥주를 들이켜고 제대로 술을 마시기 위해 생활관을 떠났다. 그가 내일 글쓰기 과제를 제출할 수 있을까?
8월 5일 토요일
아, 정인 씨가 글쓰기 과제를 제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락페에 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가 다 속이 시원하다가도 또 페스티벌을 즐길 사람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더워졌다.
오후 3시에 오픈이면 오후 2시에 오픈 준비를 (하려고) 한다. 오늘도 그럴 계획으로 밥을 먹고 늘어져 있는데 오후 1시쯤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왜 가게 문 안 열었냐고. 근처에 볼일 있어 왔다가 들렀다고 아빠 엄마의 목소리도 남동생의 말과 동시에 들렸다. 예상하지 못하는, 계획에 없던 방문을 싫어하는 건 가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가족이라서 더 모진 소리도 하고 짜증도 낸다. 하지만 요즘엔 ‘다정함’을 탑재하고 세상 모든 인간들을 마주해야겠다 다짐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목구멍 안으로 다시 집어넣었다.
가족들이 돌아가고 다시 쉬기 애매한 시간이라 오픈 준비를 했다. 청소기를 돌리다 시계를 보니 2시 30분 정도 되었을까? 누군가 생활관을 향해 오고 계셨다. 고민했다. 3시에 오픈이라고, 시간 맞춰 다시 오시라고 할지, 아니면 더우니까 안에서 기다리시라 할지. 내 고민이 무색하게도 손님은 바로 대출 책을 반납하러 오셨다 했다. 생활관의 변경되기 전 운영시간을 알고 계셔서 옆 카페에서 한참을 계시다 오셨다 했다. 반납 처리를 하면서 또 잠깐 고민했다. 생활관 밖에 바로 대출 도서 반납함을 만들어 둘까?
손님이 너무 없다. 휴가철인 게 이렇게 제대로 와닿았던 순간이 있었나? 두통도 심했지만, 느껴지는 우울감이 싫어서 저녁 8시에 문을 닫고 소소와 형진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좋아하는 공원에 가서 걸으며 야식을 주문하고 집으로 돌아가 배 터지게, 늘어지게 먹었다. 우리만 빼고 다 놀러 간 것 같아서 괜히 심술 났던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8월 6일 일요일
에세이가 아닌 소설 쓰기 클럽의 첫 회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 바로 정우성 작가님의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마음이 바쁘지만 스스로 여유를 찾아보려고 애썼다. 다행히 모두 아는 분들이라 긴장도가 낮았다.
하얗고 작은 개가 앉아 있던 유아차를 끌고 오신 두 분, 북토크 참여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생활관 이용을 하실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멍뭉이 친구도 덥고, 두 분 모두 더워 보여서 잠깐 가게 안에서 땀 좀 식히고 가시라 했다. 마음이 쓰였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시원한 곳에 계시다 나가셔서 그나마 내 죄책감이 덜했다. 휴우-
정인 씨와 글쓰기 얘기를 나누고, 북토크 준비를 했다. 작가님과 그의 반려인도 함께 오셨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뒤늦게 인사를 드렸다.
“형진과 함께 일하고 있는 파트너입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아내를 부르며)”사모님이시래, 인사해.“
아, 이런. 작가님......사모님이라뇨.....눼?!? 나는 참지 못하고 그 단어를 싫어한다고 말해버렸다. 구구절절 이유를 설명할 겨를 도 없었고, 초면에 싫어하는 단어를 내뱉게 되어 당황한 눈빛의 작가님께 괜히 죄송스러웠다. 상황 좀 봐가면서 말할걸 몇 초 후회했다. (좀 닥쳐, 내 주둥아리)
나의 요가 선생님도 북토크에 함께해 주셨다. 친한 손님들께 내 요가 선생님이라고 자랑하듯 소개했다. 소개하면서도 든든했다. 나에게 ’선생님‘이란 존재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선생님은 아실까? 사실 몰라도 된다. 그냥 내 선생님으로 계셔주시면 된다.
북토크가 끝나고 정아 씨와 성혁 씨와 한참을 얘기했다. 그러다 밖으로 하얗고 큰 개가 지나가는 걸 보고 소소가 웡! 하고 짖었다. 자세히 보니 우디와 우디 보호자들이었는데, 새로운 멈머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생활관으로 들어오시길래 인사를 하고 소식을 여쭤보니, 너무 착해서 보호소에서 자꾸 쭈굴이가 되길래 임보하시다 입양을 결정하셨다고 했다. 하얗고 다리가 길고 얼굴이 미치도록 예쁜 멈머의 이름은 세영이었다. 보호소에서는 록키로 불렸는데, 성격이랑 너무 정 반대라서 바꾸기도 했지만, 또 사람 이름으로 지으면 오래 산다고 세영이로 지었다고 하셨다. 아, 이런. 우리 소소 이름 바꿔야겠다. 소담이랑 소이는 제법 사람 이름으로 불리니까. 소소 이름을 뭘로 바꿔야 하나? 소식이 이런 거? 흠. 개명해 주고 싶네.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야 하는데.
저녁 7시부터 다시 생활관 이용이 가능해지니 손님들이 조금씩 생활관을 채웠다. 미진 씨도, 성희 씨와 윤모 씨도, 수미 씨와 그의 친구분도. 빅테이블을 제외하고 1층과 2층 모두 손님들이 앉아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 어제는 볼 수 없었던 모습. 일희일비하는 나의 일. ’희‘를 차지하는 것도 손님, ’비‘를 만드는 것도 손님.
득영씨가 아버지가 낚시로 잡아오신 은갈치 네 마리를 담아 가져다 주셨다. 생활관 운영 5년차, 많은 것들을 받았는데 갈치를 받은 건 처음이다! 은갈치라니! 오늘의 ‘희’의 마지막은 득영씨 아버지의 은갈치! 득영씨는 은갈치 양복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꼰대 부장st 은갈치 정장.
한수희 작가님에게 나의 글에 대한 피드백이 왔다. 내 글이 향하고 있는 독자가 나 자신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왜 나의 글은 나를 향하는지, 독자들을 향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오는 게 과제로 주어졌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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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기록관
독서아카데미#4 <단정한 실패> 정우성 북토크 | 20220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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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섭외를 하면서 여럿 작가님을 리스트에 적어 놓고 '이 작가를 섭외하면 사람들이 올 까?', '생활관과 잘 어울리는 작가인가?' 여럿 고민을 하다 겨우 메일 하나를 적어 보낸다. 그렇게 하나 둘 섭외를 하다 보면 결국 대부분 여성 저자가 섭외 된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결국 선택할 수 있는 남성 저자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긴 하다.
지금껏 섭외한 남성 저자는 꼽아보니 정명섭/전범선/장강명/편성준/모종린/노명우/최재원 이렇게 단 7명 뿐이었다. 한 해 최소 20명이 넘는 저자를 섭외하는데 5년간 7명 뿐이었으니. 오늘 8번째 남성 저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단정한 실패> 정우성 작가.
요가와 관련된 저자 한 명 정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이런저런 책을 뒤지다. 좀 다른데 싶은, 한 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저자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올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요가로 유명한 저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몇 백만이 유튜버도 아니기에, 심지어 요가책을 냈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자동차리뷰였다. 사맛디 아니했다. 사실 그 지점이 섭외까지 하게 된 이유였는데 그 이유 때문에 왠지 신청이 없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당일 몇 건의 신청이 더 들어왔고, 정민의 요가 선생님까지 오셔서 적당히 함께 대화하기 좋은 인원이 모였다. 사실 10명 내외의 인원이 대화하기 딱 좋다. 그런 자리를 더 선호하는 저자들도 적지 않다. 인원이 많으면 결국 일방적인 자리가 되기 쉽다. 아무튼, 열명 정도의 인원이 둘러앉았다. 보통은 저자가 먼저 인사를 하면서 시작하지만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먼저 참석자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왜 신청했는지 어떤 것이 궁금한지 듣고 대화를 시작하면 아무래도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저자 입장에서는 방향을 더 잘 제대로 잡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말을 한 번 했으니 참여자도 어렵지 않게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역시 이번에도 잘 먹혔는지 대화 사이 질문이 적지 않았다.
모든 것을 여기에 담을 수는 없지만, 기억에 남는 말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유니콘 같은 것 같아요'였다. 아마 진로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질문이었던 것 같은데 그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에게 딱 맞는 일 그런 게 있을까? 유니콘 같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사실 요즘 철학워크숍/여럿 북토크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계속 찾으면서 힘들어하는 것 아닐까'였다. 행복도, 나다운 것도, 성공도, 좋아하는 일도 말이다.
만나서 북토크 전에 짧게 대화를 했는데 공교롭게 나이도 퇴사한 시기도 창업한 시기도 비슷했다. 생활관 5년을 생각해 보면 여전히 우리도 모른다. 이게 맞는지 잘 되고 있는 건지 좋아하는 일인지 조차도 말이다. 그냥 그렇게 믿고 갈 뿐이다. 흔들리다가도 다시 더디게 나아간다. 그도 왠지 그러는 중일 듯 싶었다. 그러면서도 두 권의 책을 내고, 꽤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흔적을 남겨두었으니 모르겠지만 일단 꽤 열심히 나아가는 분은 맞는 것 같다.
완성형의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과정형의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과정형이라서 더 좋았던 정우성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이런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대부분 완성형이라는 유니콘을 찾는다. 오늘 함께 했던 분들에게는 그 과정형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얻었기를 바라본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남성 커뮤니티라는 것에 대해 긴 대화를 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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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독서아카데미 #4] <단정한 실패> 정우성 북토크 (20220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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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를 위한 우리의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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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생활북클럽) 김민철의 호기심
무더운 여름에 지친 호기심을 되살려 줄 8월의 호기심은 카피라이터이자 여행에세이스트 '김민철 작가'입니다.
그의 호기심이 닿아있는 책 한 권과, 일과 생활에 대한 김민철의 태도를 담은 책 한 권으로 총 두 번의 북클럽 자리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김민철 작가님과 만나는 자리까지 마련합니다.
이 두 권의 책은 무료로 제공을 합니다. 그의 호기심을 발견해보며 나의 일과 생활에 대해서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민철
일상을 여행하며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며 다시 기억 을 여행하는 사람. 《내 일로 건너가는 법》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띵시리즈 : 치즈》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하루의 취향》 등을 썼다.
[ 북클럽 ]
1.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곽미성 지음) | 2023.8.11 금 20:00
: 이 책은 파리에 사시는 작가님이 이태리어를 공부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인데요.
최근에 여행을 오래 다녀온 제 상황과 맞물려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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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를 생각하는 대신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가보는 시간.
그 시간이 우리에게 열어주는 놀라운 세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from. 김민철
2. 『내 일로 건너가는 법』 | 2023.8.25 금 20:00
: 오늘도 나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과 ‘나’ 사이에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일과 나, 서로 잘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그를 ‘셀프 설계자’로 만들었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현장감 넘치는 18년 치 경험과 함께 이 책에 담겼다.
from.출판사
(생활북클럽)
8월 11일, 1회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곽미성 지음)
8월 25일 (금), 2회 <내 일로 건너가는 법>(김민철 지음)
시간: 저녁 8시
비용: 총 2만원(회당 1만원& 도서 무료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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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워크숍 ] 질문 (서양철학)
8월은 화요일로 요일을 변경하여 새롭기 시작합니다.
주제는 아마도 낯선 만남: 인간과 AI
‘artificial intelligence’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닙니다. 인공적인 지능은 이제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기계는 인간에게 친숙한 무엇이었습니다. 그것이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그것은 지금 내 손에 든 망치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복잡해도 그것은 단지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AI를 만나면서 우리는 그 전과 다른 당혹감을 느낍니다. 어쩌면 AI는 도구이면서도 도구 이상의 무엇인 것만 같습니다.
AI에게 느끼는 당혹감의 이유는 무엇일까?
AI가 무엇이고 어디로 나아갈까? 재단하고 섣부르게 예측하기보다 우리는 여기서 질문을 모아봅니다. AI를 만나는 인간과 그의 자유, 그리고 다시 물어야 할 인간의 본질. 우리는 이 질문을 다듬으면서,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을 더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8월을 보내려 합니다.
무더위를 예상하는 8월, ‘생활질문 워크숍’은 ‘인간과 AI’를 이야기합니다. AI를 만나는 인간, 인간이 만나야만 하는 AI를 이야기합니다.
from. host 임정석
일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8월 8일/ 15일/ 22일/ 29일
가격: 무료/ 노쇼 방지 비용으로 회당 5천원
*생활비 포인트로 적립해드립니다.
인원: 최대 10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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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순환퇴비LAB ] 음식물쓰레기 퇴비 만들기
2023년 생활텃밭클럽x이동생활클럽x마을상점생활관이 함께 인문실험을 진행합니다.
생활에서 나오는 자원을 순환시켜 퇴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매년 [생활텃밭클럽]을 운영하면서 고민하던 문제였습니다.
생활관에서도 그리고 보통의 생활에서도 적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만 분리수거 봉지에 담아 버리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만 합니다.
2023년 마을상점생활관과 이웃 한 두 공간 쏘유니크비건랩과 어반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가지고 퇴비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아직 잘 알지 못 해 냄새 걱정, 벌레 걱정만 하다 전문가를 모셔서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텃밭 멤버 뿐아니라 우리의 이웃이 모두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합니다.
학교텃밭/치유농업/원예치료로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최윤정 강사님을 모시고, 그 궁금증을 해결해 보기로 했습니다.
최윤정 강사
2012년 부터 식생활 교육을 진행 했다. 학교텃밭 강사/ 안산경실련 간사/ 안산환경재단 교육팀을 거쳐 현재 치유농업과 학교텃밭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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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2. 8. 14 (월) 저녁 7시
장소: 마을상점생활관
비용: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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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주 화요일 8월8일은 입추(立秋)랍니다. 이거 실화인가? [ 입추: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 태양의 황경(黃經)이 135도에 있을 때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 이제 다음주면 시원해 지려나, 곧 떠나가는 여름 너무 벗어나려고만 하지 말고 좀 즐기면서 떠내보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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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커뮤니티 공지용 오픈 카톡방을 운영합니다. 공지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니 조용하게 입장만 해두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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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정민사장님, 형진사장님의 글을 읽는 재미가 꽤 크지만 사진으로 보는 레터도 좋네요. 한 주 동안 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준비 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좋은 작가님을 만나고 얘기를 들어 보는 기회가 있어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레터도 잘 받았어요!
음악 릴레이가 끊어졌....또르르르르 애정하는 노래인데 요즘 다시 듣고 있어요. 언젠가 추천한 것도 같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선우정아의 "그러려니"입니다.
23. 7. 31. 오전 12:37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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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감사함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 ) 세상에 참 좋은 작가님도 많고 작가가 아닌 평범한 좋은 이웃도 많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사실 작가님들보다 생활커뮤니티에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더 많은 걸 얻긴 해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 ) 음악릴레이 다시 가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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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최근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만 있게 되면서 공허한 마음에 폭식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체중이 늘었고 그로 인해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게 되면서 주변 지인들과도 연락도 하는둥 마는둥 우울의 늪에 갇혀 살았네요 우울증 약을 끊은지 2년이 돼서 이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런 와중에 생활관 레터를 확인하게 되었고 김신지 작가님과 황선우, 김혼비 작가님의 북토크가 연달아 있었다는 사실에 뒷통수를 세게 맞은 듯 했습니다 제가 그토록 고대하던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저번에 은유 작가님 북토크때의 행복했던 기억이 겹치면서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살쪄도 괜찮은데, 왜 이렇게 살에 집착하는건지 모르겠네요 세상이 무너진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정말 두서없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저의 근황을 전할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듭니다 사장님들은 부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3. 7. 31. 오전 2:16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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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작년 황선우x김하나 작가님 북토크 때 김하나 작가님이 몇 번 반복적으로 했던 말이 있었어요. "잠기면 잠긴갑다." 힘들 때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요. 벗어나지 말고 그냥 그대로 충분히 잠길 때까지 있다가 충분히 잠겼다가 올라갈 수 있을 때 잘 올라오면 된다라는 말이었어요. 그 후로 힘들 때, 우울감이 스쳐지나갈 때 되내이고 있습니다. '잠기면 잠긴갑다.'
'지금 내가 왜 이렇고 있지?' 지금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잠기면 잠긴갑다.' 되내이면서 다시 늪에서 나오고 싶을 때 그 때가 되면 몸이 그리고 마음이 알아서 잘 나올거예요. 그렇다고 믿어요. : )
뭐 살찌면 어때요. 오늘 요가에세이 <단정한 실패> 정우성 작가 북토크를 했는데 그 책에도 이런 말이 나와요. "우성씨, 이제 '후진 몸'이라는 말 다시는 하지 마세요!" 자신의 몸을 후진 몸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두고 요가 선생님이 단호하게 했다는 말이었다는데. 그 책에 나오는 문장을 전하며 답장을 마무리 할게요.
"내 안에 있던 내가, 너무 작고 약했던 내가, 내가 나를 바라보던 시선 속의 내가 안쓰럽고 불쌍해서였다. 선생님의 단호함이 내 작은 자의식을 마주하게 했다. 마주하니 볼 수 있었다. 후진 건 내 몸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후졌다'는 말과 '내 몸'을 같이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어떤 말은 마음을 반영하니까." <단정한 실패> 25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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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안녕하세용 😺
지구가 들끓고 있다는것이 믿겨지는 여름이에요!
너무너무 무덥습니다.ㅜ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행사와 프로그램를 주최하고 계신 사장님들께 감사합니당.🩵
저는 생활관에 벌려놓은일(?) 들을 주섬주섬
줍는 낙으로 여름을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정말 더 빨리가는 느낌 🌝
📌여름을 빨리 지나가게 하려면 저처럼 생활관 프로그램들을 막 벌려놓으세요!<광고아님,내돈내산>풉.
6장의 사진으로 레터를 전해주셨는데요.
찰리를 찾는 것 처럼 사진을 보다보니 저는 무려
4장의 사진에 출현을…제가 잘 줍고 있나 봅니다 :)
사장님덜 더위한테는 져주시길 바라요.무리 금쥐🙏 생활관 절대지켜. 그럼 저는 또 줍줍하러 열심히 방문 하겠습니당 🏃🏻♀️🖤
🎧신청곡!! 개인적으로 들을때마다 생활관이 떠오르는 노래, 노리플라이-그저 그런 하루
23. 8. 1. 오후 1:48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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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주섬주섬 잘 줍고 계시는 군요. 칭찬해요👏👏👏
요즘 여름을 너무 느끼지 않고 벗어나려고만 하는 듯 해서 최대한 에어컨을 틀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 틀곤 해요. 그 때면 이미 옷이 땀에 끈적해졌을 땐데, 그게 여름 아닌가 이 때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건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보내려고 합니다. : ) 줍줍하러 오실 때 만나요. 다음주도 잘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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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취향이 담긴 음악을 공유합니다.
마치 두 분의 추천곡이 우울의 늪에 계시다는 분에게 건네는 음악처럼 느껴지네요.
[ 그러려니, 그저 그런 하루 ] 붙여도 뭔가 이어지는 것 같고. 보이지 않는 어떤 연결감이 있는 것 같은 착각으로 소개합니다. 우리 또 한 주 잘 지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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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 / SWJA - '그러려니 (Stay Pu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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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플라이[no reply] - '그저 그런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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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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