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일곱번째 | 87th
가을 볕, 가을 바람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한 일주일, 우리의 관점을 담아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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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간정산
20230904 - 2023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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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 Host 정민의 주간 정산
9월 4일 월요일
모르는 손님들만 계속 왔다. 혼자서 운영하는 날인데 얼굴을 아는 손님이 없다니 괜히 더 쓸쓸하다.
브라우니를 주문하신 손님이 1/3만 드시고 남겼다. 왜일까? 맛이 없어서 그런가? 나도 다른 카페나 식당에서 남기고 왔던 수 많은 디저트와 음식들이 생각났다. 작은 가게일수록 손님이 남긴 음식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을텐데. 흠.
준감독이 오랜만에 와서 음료를 재빨리 준비해드리고 그간의 안부를 묻는 긴 대화를 했다. 낯선 이들 틈에 익숙한 이웃이 와 주어서 나는 편안해졌다. 요즘 뭐 먹고 사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모두 바쁘단 이유로 쓰레기를 먹고 산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 형진 친구가 준 풀무원 유부초밥을 쥐어 줬다. 준감독과 소희작가는 나의 오랜 동네 친구같다. 이제는 잘 보지 못해도 같은 동네에서 서로의 안위를 물을 수 있는 언제 봐도 늘 반가운 동네 친구. 고마운 존재들.
진성씨가 왔다. 커피만 드시던 분이 여운이 때문에 먹게 된 코코아에 빠지셔서 그 뒤로는 코코아만 드신다. 공교육이 멈춘날이라 출근을 안한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란다. 학교는 정상적으로 돌아간단다. 책임감이 대단한 선생님들. 끝까지 응원할테다.
9월 5일 화요일
(개인휴무)
집에서 없어진 콩떡이를 찾다가 침실 프레임 안쪽에 껴서 못나오고 있는 걸 구출해내고 그 김에 미루고 미루던 침실 청소를 했다. 프레임을 빼고 먼지를 빨아들이고, 콩떡이가 들어갈만한 구멍은 다 막았다. 고양이들은 다른방으로 옮기고 방문을 닫고 창문을 열어두고 쾌감을 느낄 정도로 먼지를 털고 닦고를 반복했다. 방문을 다시 열고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깨끗해진 침대를 차지하는 걸 흐뭇하게 바라봤다.
저녁에는 타문화의 집밥:2023ver. 의 첫 회가 있었다. 원곡동에서 베트남 고향식당을 오랫동안 운영하시는 미현씨가 작년에 이어 올해오 호스트로 기꺼이 와 주셨다. 7시 30분부터 시작예정이었지만 조금 늦으신 미현씨는 정신 없이 공심채 볶음 요리를 준비하셨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 것 같은 초 스피드 쿠킹클라스였다. 근데 맛있었,,,,,,,
휴무였지만 아주 조금 일을 한 느낌이라 아쉬울 법도 했을텐데, 미루던 청소를 해서 이 감정과 저 감정이 섞여서 흐리멍텅해졌다.
9월 6일 수요일
오픈 준비를 다 하고 새롭게 입고 된 하루키 아저씨의 신간 소식도 알렸지만 생활관에는 소소와 나 둘뿐이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첫 손님이 오셨다.
아, 아니다 그 전에 아빠는 아랍 + 엄마는 프랑스 국적인 외국인이 자신의 이혼 소식을 알리며 영어와 불어 원서를 잔뜩 기부하시고 가셨다.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영어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자신의 이혼 얘기에 축하한다는 얘기를 한 건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맙다 말하고 생활관을 떠났다. 다시 이어진 고요. 그리고 현주님 그리고 첫 끼로 먹은 현주님이 주신 보리빵.
요즘 어린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꽃미남이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외모의 소유자. 예의도 참 바르고 조금 수줍은 듯한 태도가 더 매력적이다. 그는 알까? 본인이 매력적이라는 걸. 역시나, 1인용 윙체어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인 ’쿠션 사이에 개인 소지품 떨어뜨리고 가기‘ 를 그도 범했다. 지갑을 다행히 잘 찾고 잘 가란 인사를 두 번씩 하고 그를 보내주었다.
마감 시간 전에 잠깐 오셔서 코코아의 온기가 컵에 남아 있는 상태로 자리를 쓴 하진씨와 수호씨. 소소한 요가로 요가 수련하러 가는 길에 들렀다는 두 분. 귀여운 분들.
혼자서 어두운 생각들을 끝도 없이 했을 시간이었을텐데 다행히 함께 얘기 할 누군가가 곁에 있어서 검은 색에서 회색이 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속도를 늦췄다. 혼자서 가게 조명을 끄고, 셔터를 내리고 소소와 하루의 마지막 산책을 시작한다. 이제 이 산책만 끝나면 스스로 정한 합법적 나태의 시간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내일은 휴일이다!
9월 7일 목요일
(생활관휴무)
콩떡이를 찾느라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침실 청소의 끝이 아직 나지 않았다. 매트리스 커버, (형진이 그만 덮기로 한)여름 홑이불, 지난 청소 때 이후로 빨지 않은 패드의 세탁이 남았기 때문이다. 용량이 적은 세탁기를 몇 번에 나눠서 돌리고 세탁이 끝난 빨래는 옥상으로 갖고 올라가 탈탈 털어 널었다. 볕과 바람이 좋았고, 습도는 낮았기 때문에 빨래 널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적어도 이것만은 꼭 하자‘ 에서 ‘이것(이불빨래)‘을 다 했기 때문에 또 죄책감 없이 어제 먹다 남은 엽떡을 먹고 소파에 누워 빨리감기로 드라마 몇 편을 끝냈다. 어설픈 낮잠까지 자고 나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먹고 바로 잠든 덕분에 위에서는 떡이 불고 있어서 배는 고프지 않았다. 요가원으로 가서 요가를 하는 동안 형진은 소소와 산책을 하며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 했다.
가볍고 개운했던 수련이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에 취해 위스키 한병과 (햇감자)포카칩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의리로 함께 보려고 참고 있던 ‘무빙’을 보며 위스키를 네다섯 잔 정도를 들이켰다. 바로 잠들어도 이상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일기도 쓰고 고양이들 수발도 들었다. 더 없이 완벽한 하루 였다.
9월 8일 금요일
더 없이 완벽했던 하루의 끝이 술이었다니. 그래서 결국 나는 술병으로 아침에 있던 꽃 수업도 취소해야 했다. 새벽에 변기를 부여잡고 내가 뭘 먹었나 확인하는 행위를 두번 정도 하고, 어지러워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 꽃시장도 갈 수 없었고 수업도 할 수 없었다. 겨우 걸어간 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온 득영씨를 만났다.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술병 났다고 말은 못하고, 속이 좋지 않아 병원에 왔다고 병원식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병원에서 아는 사람을 다 만나다니. 정말 동네생활이다.
79,000원 짜리 위스키를 마시고, 84,000원짜리 숙취해소 수액을 맞았다. 그리고 병원에서 걸어 나오면서 다짐했다. 위스키는 딱 두잔 까지만 마시자고. (안마시겠단 다짐은 하지 않았다)
집에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출근을 했다. 생활관 1층에는 얼굴을 아는 손님도 계셨고 모르는 손님도 계셨다. 2층에도 손님이 있었다. 평일 낮에는 거의 손님이 없는 요즘인데 신기하고, 반가웠다.
브라우니 2개를 주문한 손님들이 거의 반도 먹지 않고 자리를 떴다. 아, 생각이 또 많아진다. 월요일에 브라우니를 드시던 분도 거의 남겼는데.... 이유가 있겠지. 이유가 뭐겠어, 맛 없으니 남긴거겠지. 으으으으으 과연 생활관에서 커피와 맥주만 팔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매출이 반토막이 날까? 더 맛있는 디저트를 고민해봐야 할까? 여전히 나를 괴롭게 하는 에너지 소모적인 고민들이 이어진다. 손님이 먹다 남긴 브라우니를 보면서 말이다.
도아씨가 일을 마치고 짐을 싸고 있을 때 집에서 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언제쯤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을까요?”
“친구들이 제게 그래요. 나태지옥에서 빠져나온 애 같다고요. 왜 쉬질 못하냐고 그래요”
우리는 왜 제대로 쉬는 걸 하지 못할까? 도대체 뭘 이루고 싶어서 이토록 스스로를 괴롭게 하는 걸까?
9월 9일 토요일
글쓰기 클럽에서 한수희 작가님과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이다. 작가님께 드릴 케이크를 주문할까 하다가 2주마다 글을 쓰고 고치고 멤버들의 글을 읽어온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각자를 위한 조각케이크를 준비했다. 귀여운 모양의 초까지 준비하려다가 과하다 싶어 하지 않았는데, 작가님도 그건 과했을 것 같다고 하셨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정도가 있어. 너무 좋아.
오후 3시에 생활관 2층에서 독서모임 예약이 있다. 넓게 봤을 때 비슷한 연령대의 남녀가 시간차를 두고 계속 들어왔다. 2층 빅테이블을 모두 채운 인원은 생활관에 울려퍼지는 음악소리도 잡아먹을 만큼 시끌벅적한 독서모임을 이어 나갔다. 저런 분위기는 또 새로웠다. 생활관에서 하는 독서모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무슨 책으로 하는 독서모임이길래 저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갈까? 역시, 우리만 잡다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구나.
오픈 시간에 오셔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그저 자리에 앉아 글을 쓰다 서가의 책을 살펴보다, 물을 마시고를 반복하는 손님이 네시간 정도 머무셨다. 신경을 썼다가 껐다가를 반복했지만 신경을 썼던 시간이 더 많았다. 동네에서 산책할 때 종종 마주치는 분인데 궁금하다.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행사가 없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보냈다. 체력적으로 한결 부담이 덜하다.
9월 1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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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질문워크숍 9월 1/4 (20230904)
언제나 한 주의 시작은 [생활질문워크숍]이다. 지난 달에는 화요일로 옮겼다가 9월부터는 다시 월요일로 되돌아 왔다. 총 7명의 참여자 중에서 3명이 첫번째날 참여를 하지 못 했다. 질문워크숍의 멤버는 대체로 6월부터 함께 한 멤버들이다. 6월부터니 한 여름을 관통하며 4개월째 함께 매주 월요일에 만나고 있는 셈이다. 신규멤버가 매월 1-3명 정도가 오간다. 고정된 멤버 5-6명에 1-3명의 신규멤버, 적당하다. 익숙함과 새로움이 있다.
9월의 주제는 죽음/공포/불안 같은 외면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첫 만남에는 우리가 흔하게 쓰는 단어를 구분하고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이 날은 공포와 불안을 구분했다. 대상이 있는 것이 공포 그리고 대상이 없는 것이 불안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불안은 태생적인 것에 가까워 그냥 존재하는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관점도 이해했다. 우리는 어쩌면 태생적인 이 불안이라는 것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공포 혹은 두려움 더 나아가 혐오로 전환 시키는 것 아닌가 싶은 사유로 넘어갔다. 다른 이데올로기를, 다른 국가를, 다른 민족을 대상화하므로써 불안에서 공포로 대치하며 불안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앞으로 불안과 공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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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유니크한어반생활] 타문화의 집밥 THE COOK: 베트남(북부) (20230905)
다른 일정으로 밀리고 또 미뤘던 타문화의 집밥을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THE COOK, 그러니까 간단한 요리도 함께 만드는 시간을 추가했다. 뭔가 함께 하는 활동을 더하면 좀 더 빨리 가까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첫 번째 베트남에 참석자들은 모두 익숙한 분들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공식적인 모집 전에 단톡방 공지방에 올렸고, 바로 마감이 되었다. 적어도 공지방에 우리의 소식을 주의깊에 보는 분들은 우리와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의 분들이지 않을까 싶다.
[베트남 고향식당]의 미현씨는 음식준비를 하느라 약 30분 늦게 도착을 했다. 그도 늦었다는 것이 크게 신경이 쓰였는지 오자마자 함께 요리를 하기로 한 공심채볶음을 시작했다. 성격급한 우리네 어머니처럼 큰 테이블을 돌고 돌면서 기름을 붓고 다진 마늘을 붓고 직접 기른 공심채를 수북하게 넣고 각종 양념을 넣었다. 사실 서로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진행이 됐다. 이 날은 미현씨의 따님이 도우러 함께 자리했다. 덕분에 베트남에서 태어난 미현씨의 관점에 더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딸의 관점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집밥프로젝트는 언제나 만족도가 높다. 역시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이 가장 관계맺기 지름길인 듯 싶다. 빨리 두번째 타문화의 집밥을 섭외해야겠다. 마음만 바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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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글쓰기클럽PRO. ] 에세이적 글쓰기 (한수희 작가) 6/8 (20230909)
7월의 시작과 함께 출발했던 한수희 작가님과의 글쓰기 수업이 드디어 끝났다. 3개월이 참 빠르다. 2주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었지만 그 사이 글을 써야 하는 클럽이라 단톡방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각자 쓴 글이 며칠을 간격으로 올라왔고 그것을 읽고 응원하고 자극받아 또 글을 올렸다. 그렇게 총 5개의 에세이가 남았다. 개인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아 정민에게 전해듣는 것으로는 그 3개월간 글들이 꽤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한다. 참여는 하지 않지만 그들이 단톡방에 올린 글은 꼭 챙겨본다. 자신의 속내를 꺼내기 힘들었던 분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내게 되었고, 너무 진지하기만했던 분의 글에는 자신도 모를 유머가 스며들었다. 한 분은 마지막 글을 올리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매주 받아 볼 수 있어 좋았다며 감사하다는 톡을 함께 보냈다. 말이 아닌 글로 서로 알아가는 것, 또 다른 관계의 방식인 듯 싶다. 이제는 책을 만드는 시간으로 넘어간다. 원래는 바로 이어 2주 뒤에 독립출판 워크숍을 하고 바로 책을 만드는 일정이었지만 최대한 시간을 뒤로 미뤄 11월 중순에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남은 9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약 2개월의 시간동안 책으로 만들 글을 채워 넣기로 했다. 10월에는 번외 글쓰기 모임도 하기로 했다. 왠지 연말에는 성대한 출간 파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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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 이항심 교수 (20230909)
지난 해 9월에 <시그니처>라는 책으로 먼저 만났던 교수님이다. 여지것 몇 번의 교수님을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두 번이나 만난 건 이항심 교수가 처음이다. 작년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 정도를 얘기할 수 있는 어쩌면 일을 잘 하는 것이란 뭘까에 더 초첨이 맞춰 있던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일이 아닌 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이항심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번아웃이 찾아왔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심해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번아웃이라 스스로를 진단했다고 했다. 작년에 만났을 때 여름동안 힘들었다고 했는데 그 때가 딱 이 기간이었던 듯 싶다. 그 후로 심리학자로서 직접 경험한 번아웃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본 듯 했다. 일상의 공간을 바꾸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하면서 번아웃을 넘어가는 스스로의 프로젝트를 한 것이 <번아웃 리커버리 프로젝트>였다. 어쩌면 평소라면 원고를 쓰고 출판사에 넘겨 편집자를 통해 책을 냈을 텐데 독립출판으로 직접 편집하고 디자인도 직접한 것도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 중에 하나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번아웃은 또 보어아웃은 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강의로 시작을 했다.
다 듣고 나서 어쩌면 번아웃에 대해서 기대했던 강의가 아닐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떻게 액션플랜을 짜서 어떤 테스트를 거쳐 나를 알아채고 나다운 쉼을 만들어 들숨과 날숨을 만들어 잘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풀리지 않았던 무언가를 시원하게 내려보냈을 지도 모르지만, 들으면서 결국 이항심 교수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를 잘 챙기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이야기 같았다. '내가 당신의 번아웃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이런 느낌의 물음이었는데 정확하진 않다.) 이 질문을 보면서 결국에는 서로가 강요하고 눈치주고 밀어붙이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쉼을 낭비가 아니라 또 다른 채우는 과정이라고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는 번아웃이란 아직 질병 이전 단계인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번아웃 하면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를 떠올린다. 너무 힘든데 그래서 몸에 이상이 있는 듯 느껴지기까지 할 때 좀 더 달리면 약간의 러너스 하이가 찾아 온 순간, 평온한 상태가 느껴졌던 그 순간말이다. 지금의 힘겨움이 러너스 하이가 찾아오기 직전의 상태인지 아니면 멈추라는 몸의 신호인지 고민을 한다. 북토크가 모두 끝나고 이항심 교수님께 비슷한 질문을 따로 했다. 만약 멈추라는 신호라면 분명 일상에 문제가 생길거라고 몸에도 진짜 문제가 생길 거라고 그렇지 않다면 더 달려도 될 때라고. 번아웃을 너무 과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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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를 위한 우리의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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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아카데미 #8 ]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거야》 봉현 일러스트레이터
" 일요일에는 언젠가 꼭 한번 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서점! 이미 많은 작가님들이 다녀가신 안산 <마을상점 생활관>에서 8번째 독서아카데미를 하게 되었습니다 :) 연락이 와서 무척 기뻤답니다. 책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거야> 부터 뉴스레터 비하인드, 글과 그림 프리랜서 작가의 우당탕탕 삶과 1인가구 2고양이의 일상 등등에 대해.. 즐거웁게 수다 떠는 마음으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 " from. 봉현
봉현
글 쓰고 그림 그리는 10년차 프리랜서. 매년 100일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격주로 뉴스레터 「봉현읽기」를 발행한다. 자유와 속박, 일과 휴식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프리랜서의 삶을 사랑한다. 에세이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베개는 필요 없어, 네가 있으니까』 등을 썼다. 여행을 할 때, 배낭을 메고 떠나는 걸 가장 좋아한다.
일시: 2022. 9. 17 (일) 오후 5시
장소: 마을상점생활관
비용: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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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아카데미 #9 ]
《가족 각본》 김지혜 교수 x 《슬픔의 방문》 장일호 시사IN기자
독서아카데미 아홉 번째 만남은 《선량한 차별주의자》, 《가족각본》의 김지혜 교수입니다
특별히, 《슬픔의 방문》의 작가이자 시사IN의 장일호 기자님이 사회자로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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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만큼 사회제도나 구조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가족각본》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연구와 판례, 역사를 오가며 이 너무나 익숙한 ‘가족’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작동기제를 샅샅이 해부한다. 우리는 왜 결혼을 출산의 필수조건이라 여기며, 성별이 같은 사람은 왜 가족을 이룰 수 없고, 부와 모가 양육하지 않는 아이는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할까.
이 책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면, 가족은 한국인의 삶을 각본처럼 세세하게 규율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며 차별을 재생산하는 제도이자 구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후 한국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지혜 교수가 4년 만에 내놓는 한국 가족 해부도 그 이야기를 시사IN의 장일호 기자님과의 깊이 있는 대담으로 자리를 마련합니다.
인식하지 못 했던 우리 가족의 관계를 이야기 하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친구와 엄마와 아빠와 남편과 부인과 함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그리고 가족을 바라보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마련합니다.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 문제를 가르치고 연구한다. 평등한 사회를 바라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현실을 보며,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우는 길을 찾고자 공부해왔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공저) 『시설사회』(공저) 등을 쓰고, 『헌법의 약속』 『사회보장론 입문』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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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일호 시사IN기자
야망은 크지만 천성이 게을러 스스로를 자주 미워한다.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망해 버리고 싶지는 않다. 묻어가는 일에 능하고 드러나는 일에 수줍은 사람. 이토록 귀찮은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책 읽고, 산다.
일시: 2022.9.23 | 토요일 저녁 7시
비용: 무료
노쇼방지 비용 5,000원은 생활비 포인트로 되돌려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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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아카데미 #10 ]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을 쓰고 인터뷰 한 장수연 PD님과 강인 PD
독서아카데미 열번째 만남은 오직 마을상점생활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현재 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기획에 대한 자리를 마련합니다. 팟캐스트[보면 뭐하니]를 진행했던 두 PD님을 직접 모셔서 콘텐츠와 미디어 세계의 이면 그리고 현재를 이야기 하는 자리로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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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작품, 잘된 콘텐츠를 보면 궁금해진다.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만든 걸까?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이 책은 최근 2년간 트렌드를 이끌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상콘텐츠를 만든 PD와 작가 10팀을 인터뷰했다. 유튜브 채널, 예능, 드라마까지 그 콘텐츠를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지 창작 비하인드를 만든 이들이 직접 공개한다. 영웅담도, 성공담도 아닌 직업인들의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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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보는 드라마, 라디오, 유튜브, 영화, OTT, 예능, 팟케스트, 이름도 다양한 이 콘텐츠 세상의 이면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가끔 잊곤 합니다.
재밋으면 보고, 재미없으면 안보면 그만인 그 세계, 그러면서도 가끔은 인생 드라마, 인생 영화 처럼 내 생애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기도 하는 그 세계,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 걸까?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걸 만들었을까? 수천 수만의 대중을 상대로 수백 수천의 콘텐츠들 사이에서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드러내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만드는 사람을 인식하고 생각해보면 묻고 또 묻고 싶은 것이 이어집니다. 그런 자리로 준비합니다.
라디오 PD와 드라마PD의 삶은 어떤지, MBC라는 공영방송과 글로벌 콘텐츠 미디어 디즈니+의 환경은 뭐가 다른지 등등. 온갖 콘텐츠 미디어에 대한 잡다한 대화로 채우는 자리에 우리의 이웃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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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PD
2008년 MBC 라디오PD로 입사. <써니의 FM데이트>, <양요섭의 꿈꾸는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이석훈의 브런치카페> 등을 연출했고, 2021년 오디오전략팀에서 라디오의 확장을 고민하며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를 제작, 진행했다. 2년간 43명의 PD와 작가를 인터뷰했다.
20년 전 ‘라디오PD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와 지금, 라디오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히 달라져가는 것에 이따금 멀미를 느낀다. 최대한 운전석 가까이에 앉아 어지럼증을 견디며 변화를 맞이하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이 책에서 만난 PD들처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여전한 꿈이다. 엄마로서의 이야기로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라디오 PD로서의 이야기로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을 썼고 앤솔로지 『돌봄과 작업2』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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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PD
전 MBC 드라마PD, 현 디즈니+ CP.
MBC 드라마PD로 <빙구>,<위대한 유혹자>, <신과의 약속> 등을 연출했다.
디즈니+ CP로 <사운드트랙#1>, <무빙>, <최악의 악> 등 기획, 제작했다.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 를 진행했다.
아직도 밤새우며 볼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서 행복한 천생 드라마 덕후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에 진심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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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22. 9. 24 (일) 오후 5시
장소: 마을상점생활관
비용: 무료
* 노쇼 방지 비용 5천원은 참여 후 생활비 포인트로 되돌려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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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중순부터는 새로운 분이 생활관에 잠시 합류합니다. 우인턴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직 호칭을 정리하지는 못 했지만 10주간 동네책방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지원사업 일환으로 잠시 마을상점생활관의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보통이, 소소 같은 동물직원만 있었기에 인간 직원(인턴)은 설렘도 걱정도 동시에 있습니다. 직접 고용은 아니기에 직원이라기 보다는 파트너의 개념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우리끼리는 생각하지 못 했던, 그의 관점으로의 다양한 프로그램/도서큐레이션 등등을 시도 해보려고 합니다. 곧 제대로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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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안녕하세요 ~ 생활관 사장님 부부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일전에 자주갔었던 ***입니다~
올해들어 이래저래 바빠, 한번도 찾아뵙지 못했네요.. 저를 기억하실런지요. 모쪼록 두분, 그리고 위풍당당하고 튼튼한 고양이 두마리, 사랑스럽고 꼬물꼬물한 소소 모두 2023년 남은 하반기도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사실 전 밤 11시에 팔로업을 요청하는 상사의 메시지에 짜증내며 메일 어플리케이션에 들어왔는데요ㅠ. 그런 감정이 무색하게도, 자정 12시에 선물 처럼 찾아온 두분의 레터에 빨갛게 달아올랐던 감정의 꼭지가 천천히 식었네요 ㅎㅎ (정말 상사란 사람들은 왜그럴까요.)
사장님 내외분의 근황, 또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세상을 바꾸시려는 최근 소식들을 접하면 한참 사장님 내외분을 뵙던때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참 사장님 내외분을 자주 뵐때만 해도, 뭘 먹고 살지, 어른은 될수 있을런지, 결혼은 할수 있을런지 고민하던 제가 어느새 같은 필드의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고, 승진을 해 대리가 되고, 또 동갑친구 아기의 이모가 되었네요..ㅎ (제가 결혼을 한건 아니니 조금 우습긴 합니다)
그동안 두분께서 이웃분들과 일상을 더 멋지고, 더 근사하게 바꿔나가고 계시는걸 메일로 잘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금정에 생활관 2호점 내주세요..)
금정엔 생활관이 없으니, 아쉬운대로 취미라도 가져볼까해요. 최근에 락 음악에 빠졌는데 락스타 개인연습생이되어 일렉기타를 배워볼까 합니다. (생활관에서 멋지게 연주하는 그날까지 허슬 허슬! 해볼게요)
갑자기 선물같이 찾아온 두분의 메일에 새벽감정이 울컥하고 감사하는 마음에 작은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싶어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리게 되었네요 ㅎ 모쪼록 두분께도 예기치 못한 선물이 되셨길 빕니다:-)
건강하시고, 늘 사랑하는 분들과 안온한 일상이시길 빌게요 🥹
23. 9. 5. 오전 12:29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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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안녕하세요.**씨, 저희가 왜 기억을 못하겠어요!! 우리가 함께 이야기 했던 기안84님을 주제로 떠들었던 것도 기억하는 걸요 :) 저희 가족의 안온한 일상을 바라고 계셔주시니 더 잘 살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아- 따뜻한 사람들같으니라구!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저희가 좋아하는 걸 생활관에서 하고 있는데 '세상을 바꾸려는 것' 으로 비춰진다니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지는걸요. 일상을 잘 보내보자고 시작한 일들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느낌이 짙어져 그저 가볍고 즐겁게만은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해요.
저희 얘긴 여기까지 하고, 아니 도대체 회사라는 곳은 왜 그럴까요? 왜 이렇게 사람의 뾰족한 부분을 더욱 더 날카롭게 만들까요? 신기한 곳이에요. 그쵸? 그치만,,,,우리는 모두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각자의 파도를 타고 즐기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라 믿기로 했어요.
하루 늦었던 레터가 누군가에겐 '선물같이 찾아온 마음'이라니 이 역시 저희도 좋네요! 하루 늦어서 마음이 불편했었거든요. 고맙습니다, 불편했던 마음을 희석시켜주셔서 :)
생활관에서 연주하게 될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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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정민님 요새 이런 저런 일로 진짜 많이 바쁘셨을 것 같아요 T_T ‘자주 해야 할 일들에 압도되어서 벅차요.’
요즘 이 감정을 자주 느껴서…. 정말 공감이 많이 갑니다…흑흑.. 제 깜냥을 과대평가해서 이것 저것 벌려만 놓고 수습하지 못하고 헥헥거리는 못난 모습이 싫을 때가 많아요~...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마침 생활관에서 번아웃을 이야기하는 북토크가 진행되다니! 호딱 신청했습니다. <보면 뭐하니?> 팟캐스트도 들어봐야겠어요..! 생활관은 정말 좀 더 나은 일상을 만들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늘 감사해요 ! ! 💪 💪
이번 주 음악생활관에 추천할 노래는 Sharp의 <연극이 끝난 후> 입니다. 왠지 이 노래는 선선한 바람이 부르는 가을밤에 들으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번 주 레터도 감사히 잘 봤습니다 🏃♀️!
23. 9. 10. 오후 3:47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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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혹시, 이 글을 전하는 이는 '봄날의 햇살같은 글을 쓰는 분' 인가요? 흐흐흐흐
제 마음을 알아주셔서,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말보다 공감이나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되기도 해요.
우리가 서로의 번아웃을 챙겨줘야 하는데 우리는 각자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죠? 으엉 ㅠㅡ 그럼에도 우리는 글로 그 피로를 풀어내는 삶을 살아보기로 해요. (당신의 그늘까지 감싸안을 줄 아는,,,,,)
일상을 또 잘 살아내다 우리 "또" 만나요!!!!
한 주간 우리의 무대를 살아내느라 고생한 모두에게 이 노래를 전하고 싶어지네요. 다시 한번, 또 지겹지만,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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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취향이 담긴 음악을 공유합니다.
북토크를 마치고 이 노래를 들으면서 불꺼신 생활관에서 레터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정적만이 흐로고 있죠~'에 괜히 뭉클합니다. 한 주 모두 수고하셨고, 다음 한 주도 함께 신나게 지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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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p - After Play, 샤프 - 연극이 끝난 후, MBC CMF 19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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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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