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아홉번째 | 99th
한 주 쉬어갔던 겨울방학, 그 한 주 우리의 생활 관점을 조금 늦게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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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종
2023 겨울방학
(20231203 - 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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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민
쉬고 싶다고 자주 말했고, 실제로도 쉼이 필요한 상태였다. 정신적으로도 피곤했고, 신체도 피로가 계속 누적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일주일을 쉬고 나서 생각한 것이지만, 아마도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는 11월이 지나면 어쩌면 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더욱 간절했고 그 마음에 몸도 반응한게 아닐까? (응, 아냐)
방학의 첫날이었지만, 선데이모닝 필사클럽의 마지막 회차를 끝냈어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나는 변함없이 새벽 6시 30분에 생활관으로 출근을 했다. 캠핑을 가기 위해 난로의 등유를 비워야 했기 때문에 난로 대신 바닥 보일러를 켜고 공기가 데워지길 기다렸다. 희주님이 언제나 그렇듯 제일 먼저 오셨고 뒤 이어 모든 멤버가 생활관에 모였다.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문장들을 골랐다. 언제나 그렇지만 필사 모임은 밀도가 있다. 더 짙어지려고 하면 한달이 어느새 끝난다.
아쉬운 마음보다 캠핑을 가는 두근거리는 마음이 더 컸다. 주말에 쉬는 보통의 직장인들에게 귀한 월차나 연차를 제안하면서까지 함께 캠핑을 가자고 했다. 감사하고 든든한 나의 이웃들은 흔쾌히 나의 로망을 실현시켜주었다.
이렇게 나는 방학 첫날과 둘째날을 기똥차게 보냈다. 정말로 나의 이웃들 덕분다. 생활관 덕분이다.
일상에서, 도시에서 벗어나 하루를 보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은 하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다.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좋다.
또 어떤 날의 방학엔 언니와 함께 그간 궁금했던 선생님의 요가 수업을 들으러 서울로 향했다. 가보고 싶었던 공간,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나와 가장 가까운 언니와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이 역시 뭉클하리만큼 좋았다. 언니와 함께 요가를 하고, 같이 건강한 식사를 하며 서로의 꿈 얘기를 하고 그 꿈을 응원했다. 이제는 한탄보다 기대와 응원을 더 많이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7일이라는 시간동안 나와 형진은 각자의 속도대로 같이 혹은, 따로 잘 쉬었다.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시간의 강박 없이 그간 미루고 미루던 401호의 청소와 생활관 정리를 했다. 비록 '건강하게 챙겨 먹기'에는 완벽히 실패하고 말았지만 잘 쉬었고, 잘 지냈다.
늘 아쉬움이 남았던 쉼만 경험했는데, 오랜만에 잘 충전된 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생활관을 기분 좋게 다시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어떤가보다 내 마음이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가 나에게는 중요했다. 뾰족하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하고, 낡기도 했던 내 마음이 파도에 잘 마모된 둥근 돌 같았다. 단단하고 동그란 그런 것.
역시 사람은 잘 쉬어야 해.
(분기별로 일주일 씩 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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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형진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개인적인 화두는 '무엇이 쉬는 걸까?'였다. 좀처럼 쉬어도 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고민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고민이 있을 때는 관련 책을 찾는다. '휴식'이라는 키워드로 찾은 몇 개의 책을 들쳐봤고, 결론을 내리지 못 한 채 '휴식이란 만족스럽게 일을 끝낸 다음에 찾아오는 어떤 순간'이라는 어느 문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잘 쉬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된 셈이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쉬기 위해 일하는 시지프스 같은 생활이랄까.
일을 하다 보면 가속도가 붙어 어느 순간에는 숨이 차오르더라도 멈추지 못 한채 달리게 된다. 생활관은 보통 3월부터 조금씩 몸을 풀다 10월 최고의 가속 구간이 되다 멈추는 루틴을 반복했다. 그 사이에는 '어떻게 쉴까?' 따위는 생각하지 못 한 채 일단 해야만 하는 매일 매일 추가되는 리스트를 하나하나 처리하기 바쁘다. 그래서 7월 초 한 주간 여름 방학을 갖는데 올 해는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가속도가 최고점을 경신하고 기간도 10월이 아닌 11월까지 이어졌다.
텅 비울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의 방학은 '일이 없는 일상'정도로 보낸다. 언젠가부터 특별한 여행이나 나들이 같은 것보다는 아침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보통은 달리기) 일터와 집안에 신경 쓰이던 부족한 부분을 옮기고 채우는 것에 더 만족하게 된다. 쌓아 놓은 책과 서류를 정리하고, 프로그램으로 하나 둘 늘어난 물건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동선의 가구 배치를 바꾼다. 하루에 한 두 개 정도, 긴 리스트에서 딱 그 정도만 하고 멈춘다. 이번 겨울방학도 그렇게 보냈다. 채우기보다는 비우고 재조정하는 그런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필요한 듯했다. 다만, 올해 유독 가깝게 지내는 이웃가족과 함께 겨울 캠핑을 1박 2일 다녀온 것이 유일한 비일상이었다. 딱 적당한 비일상이다. 그 후 정민의 유튜브계정에는 캠핑 관련 영상이 끊임없이 추천되었다. 정민에게는 일상보다는 비일상이 더 필요한 듯싶기도 하다. 겨울방학 바로 전 오랜만에 MBTI를 해봤는데 맨 앞자리가 달라졌다. 2023년 12월 지금은 외향보다는 내향으로 흐르는 에너지가 필요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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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종
나이 마흔이 넘어 초보운전자가 된 정민이 겪는 불안과 초조와 무식의 결정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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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과 우회전>
여전히 운전을 하면 사고가 정지되는 걸 겪으면서 운전의 경험을 늘려나가고 있다. 방학 기간 동안 짧고 굵게 운전 연수를 받은 나는 선생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주차의 달인도 되었었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두려움‘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3일 동안 받았던 운전 연수에서 마트 주차장, 백화점 주차장, 옥외 주차장, 고속도로, 시내 주행, 빗길 주행까지 경험한 나는 자신감이 제법 차올랐었다.
생활화를 운영하고 처음으로 내가 직접 운전해서 꽃 배송을 갔다. 위치는 구룡 체육관 근처였는데 네비게이션으로 예습을 한 번밖에 못해서 그런 걸까 차 시동을 켜고 카카오 네비 언니의 “우회전입니다”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좌회전을 했다. 옆에 앉았던 형진은 어이없어 했다. 나는 좌회전과 우회전을 헷갈린 게 아니다. 너무 익숙하게, 그냥 익숙한 길로 생각하지 않고 운전을 한 것이었다. 위험한 경험이다;;
어디로 가든 목적지에 늦지 않게 다녀오면 되니까 다시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차렸다. 좌회전 신호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져 룰루랄라 부드러운 턴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 신호등을 봤다. 빨간 불이다! 재빨리 횡단보도를 봤는데, 횡단보도 신호등도 빨간불이었다. 그냥 지나가면 될걸 갑자기 사고가 정지되는 바람에 신호 체계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가야 하는지 멈춰야 하는지 짧은 순간에 급정거까지 하며 생각했다. 내 뒤로 따라오는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있었다면 사고가 났을 지도 모른다. 그 빨간 불은 좌회전을 하는 나를 향한 신호등이 아니었다는 걸 우물쭈물 어버버버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디 갔어, 내 자신감)
꽃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유턴하는 게 겁이 나 다른 익숙한 길을 택했다. 그리고 만난 우회전 신호. 우회전도 계속 익숙하게 했으면서 내가 주시해야 하는 신호가 아닌데 나는 또 나를 향한 신호로 착각하고 잠시 잠깐 신호를 기다렸다. 아- 이런,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나 자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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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커뮤니티
좋은 대화와 다양한 관계를 위한 우리의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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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생활관: The piano]
마을상점생활관 첫 피아노 연주회.
SOHEE, Park. PIANO CONCERT.
우리의 이웃 박소희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회에 초대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전자 건반이 아닌 실제 피아노로 연주를 하기에 저희도 기대하며 우리 이웃을 초대합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 일요일 늦은 겨울 밤 박소희가 작곡한 7개의 피아노 곡을 듣고 곡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어보는 자리, 함께 해요.
이번에 연주하는 곡들은 제가 바라봐왔던 풍경과 장소의 기억 그리고 저만의 상상을 담은 음악입니다.
음악은 곁에 늘 존재하지만, 어떤 공간에서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에 따라 항상 다르게 느껴지고는 합니다.
피아노 선율이 감정의 문을 두드려 내면에 스며든다면 그 소리는 오로지 완전한 나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청중과 연주자의 분리되었던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순간에 마음속으로 모두 창작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요.
그렇기에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무척 적극적인 행동이고 음악과의 관계를 직접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음악을 듣는 것이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12월 24일에는 음악 하는 여러분과 제가 마을상점생활관에 모여 음악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면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From. 작곡가 박소희
일시: 2023.12.24 일 저녁 8시 (약 1시간 진행)
뮤지션: 박소희
공연참가비: 20,000원
미리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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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을 잘 마무리 할 생활커뮤니티 자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해 만났던 음악생활관 이웃 뮤지션이(소근남/잠꾸리/오;아/디에고/지호) 모두 함께 참여하는 [음악생활관 : 송년회](12.30)를 준비하고 있고요. 지난 해에도 진행헀던 [생활연말정산](12.29)도 함께 준비합니다. 곧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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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월요일 아침에 레터가 없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인스타를 보고겨울방학중이신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 번 주는 레터가 없겠거니 했었죠. 오늘 토요일이거든요. 메일 함 잠깐 정리하려는데 생활관점이 와있는거에요! 어어어??? 수요일에 보내시다니 완전 부지런쟁이십니다. 한 주 푹 쉬시지 수요일에 보내시다니. ㅎㅎ 그 덕에 주말 저녁에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주도 기다리겠습니다~
23. 12. 9. 오후 6:36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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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방학이라도 레터는 약속된 시간에 보내려고 했는데 ㅜㅜ 그 날 밤 첫 겨울캠핑으로 추위와 싸우느라 깜빡하고 늦게 보냈어요. 기왕 늦은거 다시 수요일 밤으로 미뤄 레터를 보냅니다. : ) 대신 이번주는 일요일 다시 정상으로 레터를 보내요. 100번째 레터네요. 이렇게 반응을 보여주시는 분들 덕에 매주 보내는 힘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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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슬쩍 담아주세요. : )
샤랴웃 투 생활관!!!!! 🏆 생활관 프로그램으로 처음으로 책도 내보고, 2023년 한 해가 아주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2023년의 왕 큰 기쁨!!!! 감사합니다 후후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을 수 있는,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글들을 보니 애틋하고 그러더라고요!? ㅋㅋㅋ 또 글을 함께 쓸 수 있었던 친구들도 알게 되어서 참 좋았어요. 그러고보니 생활관 레터도 좀 있으면 100번째네요. 미리 축하드려요 ㅎㅎㅎㅎ 🎉
이번 주 음악생활관에 추천할 노래는 존박의 <Love again> 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괜시리 마음이 들뜨고 설레네요. 이번 주 레터도 감사히 잘 봤습니다. 다가오는 한 주도 무탈하세요! 🧶
23. 12. 10. 오후 3:35 제출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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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2023년의 왕 큰 기쁨, 2024년에 업그레이드 시켜드릴게요. ㅎㅎㅎ 저희도 덕분에 온기가득한 그리고 왁자지껄한 한 해를 보낸 것 같아요. 연말에 또 만나겠지만 2023년 고마웠고, 2024년도 잘 부탁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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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추천한 음악을 전합니다.
다들 좋은 밤 보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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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에게 전할 말이 있으신가요? 직접 말씀해주셔도 좋지만 혹시 부끄러우시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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